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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회장님들만 몰랐던 얘기

피곤하다. 조간 신문을 본다.

삼성전자의 공정위 조사 방해 사건과 관련해 이건희 삼성 회장이 임직원들을 강하게 질책했다. "이건희 회장이 격노했다" "법과 윤리를 막론하고 관용을 베풀지 않을 방침"

휴대전화 값 부풀리기 의혹에 대한 공정위 조사를 삼성전자가 조직적으로 방해한 사건. 공정위가 역대 최대인 4억원의 과징금을 물린 뒤 나온 사실상 삼성의 첫 반응이다. 실적에 쫓긴 일부 임직원들의 과잉충성이었다는 뉘앙스. 회장님의 뜻은 그게 아니었는데 말이다.

공정위 발표 자료를 보자.

"이번 조사 방해 이후 작성한 보안지침에서도 향후 공정위 조사시 신속한 협조보다는 오히려 출입을 어렵게 하는 방향으로 보안을 강화한 점" 등을 들어 법상 최고 한도액의 과태료를 물렸단다.

2005년과 2008년 이번과 유사한 삼성전자의 공정위 조사 방해 사건이 있었다. 그 때도 과태료가 부과됐다. 삼성자동차, 삼성카드, 삼성토탈도 같은 이유로 과태료를 맞은 전력이 있다. 그 때도 회장님은 몰랐고, 이번도 몰랐고, 조사 방해가 알려진 이후 보안지침이 강화된 것도 몰랐다는 것이다.

삼성생명은 2000년 이후 금융감독원의 검사를 세 번이나 방해해 물의를 일으켰다. 2002년, 2004년, 2009년. 자료제출 거부와 전산 삭제. 삼성전자가 공정위를 대한 방식과 똑같다. 계열사에 만연한 공권력 무시를 회장님은 몰랐다.

이에 앞서 김승유 회장의 '통 큰 기부'도 언론을 장식했다.

"특별공로금 지급은 경영발전보상위원회에서 결정하는 것으로 얼마를 받는지도 몰랐다. 만약에 받는다면 학교나 장학재단 등에 모두 기부하겠다"

                   



3월7일 하나금융지주는 정기 주주총회 소집을 이사회에서 결의한다. 5호 의안은 사내이사의 보수한도 증액. 사내이사 수는 6명에서 4명으로 줄어든다. 그런데 사내이사 보수한도는 50억 원에서 100억 원으로 증액되는 내용. 김승유 회장은 주총 안건을 의결한 이사회 멤버다.

이사회 멤버임에도 불구하고 사내이사 보수한도가 왜 10억 원도 아니고 30억 원도 아니고 하필이면 50억원 늘어나는지 몰랐다는 것이다. 하나금융지주는 3월8일 "퇴임 사내이사에 대한 특별공로금을 상기 한도 범위 내에서(100억 원 내에서) 지급하도록 하며"라고 공시했는데도 몰랐다.

특별공로금이 언론에 본격적으로 거론된 게 3월19일. '통 큰 기부' 결단을 내렸다고 하나금융측에서 기자에게 알려온 게 20일 오후 5시 무렵. 그동안 특별공로금이 60억이냐, 50억이냐, 45억이냐 추측 기사가 쏟아지는 동안에도 몰랐다는 얘기다.

참고로 지난 2007년 김승유 회장이 받은 스톡옵션 72,000주의 행사기간은 정기 주총이 열리는 23일까지다. 행사가격 49,900원, 현재 주가 44,000원. 상한가를 몇 번 치면 모를까? 스톡옵션 행사로 인한 차익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건희 회장은 1987년 삼성그룹 회장에 취임했고, 김승유 회장은 1997년 하나은행장에 취임했다. 25년과 15년을 오로지 최고 경영자로 각자의 회사를 이끌었다. 그래서 '삼성=이건희'고 '하나금융=김승유'라고 한다. 공권력을 무시한 임직원을 강하게 징계하겠다는 ‘결의’보다, 수십억 원의 특별공로금을 교육에 쾌척하겠다는 '용단'보다 당연히 알아야 했을 일을 몰랐던 것에 대한 반성이 먼저 아닐까?
결의'와 '용단'이 솔직하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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