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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피랍 불구하고 시나이에 가는 한국인들

[취재파일] 피랍 불구하고 시나이에 가는 한국인들
이집트 시나이 반도에서 한인 여행객 피랍사태가 벌어진 지 열흘 가까이 지났습니다. 한국 정부가 이번 피랍사태 이후 시나이 반도를 여행 제한 지역으로 지정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이집트를 찾는 성지 순례객 대부분이 아직도 시나이산 방문 일정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평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성지 순례인데다, 기독교의 뿌리에 해당하는 시나이산을 빼놓고 가기가 여러모로 아쉬운 여행객들의 심정도 이해는 갑니다만 시민혁명 이후 극도로 불안한 치안상황을 감안하면 제 2, 제 3의 피랍사태 발생에 대한 우려를 지울 수가 없습니다.



피랍 사태 이후에도 시나이 여행 강행

더구나 대다수의 한인 성지 순례객들이 여행지 현실에 대한 충분한 사전정보가 없는 경우가 많아서 걱정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열흘 전 피랍됐던 성지순례객들도 같은 경우였습니다. 29시간 동안 억류됐던 동료 여행객들이 무사히 석방된 직후 모습입니다. 얼싸안고 기뻐하는 것 까지는 좋은데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찬송가를 큰 소리로 합창하고, 이어서 한국교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통성기도까지 이어집니다.
 
무사귀환을 환영하는 개신교인들의 기쁨을 충분히 이해할 수는 있습니다만 이곳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이런 행동은 자칫 커다란 화를 부를 수도 있습니다. 시나이산이 아무리 기독교 성지이긴 해도 주변의 경찰과 석방 과정에서 도움을 준 베두인족들은 모두 100% 무슬림들입니다. 게다가 시나이 반도가 속한 이집트는 이슬람교 외에 다른 종교의 공개적인 선교행위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처벌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나이산을 찾는 전 세계의 기독교들도 시나이산 정상을 제외하고는 공개된 장소에서 이렇게 찬송가를 부르거나 하는 행위는 극도로 자제합니다.

여러 차례 보도가 됐습니다만 특히 이집트에선 원시기독교인 콥트교도들과 이슬람교도들간에 여러 차례 충돌이 발생해 왔고, 시민혁명 이후 더욱 격화되고 있는 반미, 반이스라엘 정서가 반 기독교 정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충분히 고려해야 합니다.

성경에 기록된 기독교의 뿌리를 찾아왔다는 설렘은 이해합니다만, 또 아직도 수많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종교'와 '정의'의 미명 아래 피를 흘리고 있고 이에 분노하고 있는 아랍권의 현실에 대한 이해 또한 이 곳을 찾는 여행객들이 한번쯤은 사전에 마음에 담아야 할 대목입니다.

이란 위기…오일 쇼크와 전쟁 우려 증폭

이란이 영국과 프랑스에 대한 원유 수출을 중단했습니다. 두 나라는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타격은 미미할 겁니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다른 유럽 국가, 특히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등에는 적지 않은 압력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보도가 엇갈리고는 있습니다만 이란은 지난 주에 이들 유럽국가에 대해서 장기 계약으로 계속 우리 석유를 수입하든지 아니면 당장 거래를 끊든지 양자택일을 하라는 최후통첩을 보낸 상태입니다.

이란의 압박이 가시화되면서 국제석유시장, 특히 한국 석유값과 직결되는 두바이유 값은 벌써 지난해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석유 수입금지 조치로 제재하려던 유럽의 방침이 유럽 스스로의 발목을 잡는 것은 물론 전 세계 석유시장에 3차 오일 쇼크를 몰고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이스라엘이 올 2분기 안에 이란을 공격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미국이 어렵사리 뜯어 말리고는 있지만 이스라엘 강경파들의 선제공격설이 계속 되고 있는 겁니다. 여기에 맞서서 지난 주에 이란 군함 두 척이 수에즈 운하를 통과해서 지중해 연안의 시리아 타르투스항에 배치됐습니다. 이스라엘에서 300여 킬로미터 거리에 불과한 곳이어서 선제 공격설에 맞서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는 수순을 밟고 있는 것입니다.

아랍의 섬 아닌 섬 이스라엘은 지역내의 유일한 핵 무기 보유국입니다. 핵 보유가 적성국들로 둘러싸인 지역 환경에서 살아남는 생존의 조건이라고 보고 있는 상황에서 핵 개발의 속도를 높이고 있는 이란의 발걸음을 차단하기 위해 결국 군사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점점 증폭되고 있습니다.

이집트의 '美風'…혁명세력 탄압 가시화

한국에서는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외부의 적, 특히 북한을 끌어들이는 예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과거 여러 차례 있었던 간첩단이나 용공세력 조작 사건, 또 대선을 앞두고 벌어진 총풍사건 등을 예로 들 수 있을 겁니다. 최근 이집트에서도 이런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다음 주 이 곳 인권단체와 시민단체 관계자 40여 명이 재판을 받게 될 예정인데요, 미국으로부터 불법 자금을 지원받았다는 이유입니다.

군이 주도하고 있는 과도정부는 이들 단체들이 미국으로부터 돈을 받아 반군부 시위 등 반정부 시위를 조직하고 사회혼란을 부추겨 왔다고 강력히 비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정부의 주장은 폭넓은 반미 정서를 타고 빠르게 확산되면서 서민층을 중심으로 먹혀들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시민혁명을 주도했던 시민사회 세력에 대한, 군부와 과도정부를 장악한 친 무바라크 세력의 거부감과 의회 다수 의석을 차지한 이슬람 세력들이 정국 주도권을 완전히 장악하기 위해 시민사회 세력을 국민 정서로부터 분리시켜야 할 필요성이 맞아 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입니다.

무바라크의 죽마고우인 딴따위가 이끄는 군 최고위와 무바라크 정권시절 관료들이 중심이 된 과도정부 인사들은 사실 미국과 긴밀한 협력을 유지해 왔습니다. 하지만 시민사회 세력의 군부퇴진과 의회에 대한 권력 이양 요구가 계속되는 가운데 축구장 폭력 사태로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자, 과도정부는 이 사건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반미적 발언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또 의회내 이슬람 세력들도 미국이 17억 달러에 달하는 원조 중단을 거론하자, 아예 이집트가 먼저 원조 중단을 요청하고 중국과 터키 등 다른 나라와 거래를 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시민 혁명 주도 세력을 견제하고 정치적 입지를 넓히기 위해 긴밀한 관계였던 미국을 제물로 삼아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여론을 반전시키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 이집트 국영 TV와 유력 일간지 등 언론 관계자들이 시민혁명 기간 자행된 여론 조작 내용을 고백하고 반성하는 인터뷰가 알 자지라를 통해 방영됐습니다. 이들은 무바라크 정권 시절 시민혁명 주도자들이 미국과 이스라엘로부터 돈을 받고 조직적인 교육을 받았다는 조작된 인터뷰를 내보내고 타흐리르 광장 상황이 아주 평온하다는 거짓 중계를 자행해 왔다고 고백했습니다. 권력과 결탁한 언론의 추악함이 민주주의를 질식시키는 주범이었다는 사실, 한국은 물론 이역만리 이집트에서도 다르지 않은 진리였습니다. 지금까지 카이로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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