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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송아지가 만 원?③ 반복되는 재앙

소 값 폭락의 원인과 대책

[취재파일] 송아지가 만 원?③ 반복되는 재앙

송아지값 1만 원으로 대표되는 현 축산농가의 어려움을 지켜보는 농민과 정부, 소비자 모두의 시선이 곱지 않습니다. 축산 파동은 당장 축사 문을 닫게 된 농가나 농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는 정부, 산지 소 값 하락에도 여전히 비싼 값에 쇠고기를 사 먹는 소비자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10년 주기로 이런 소 값 폭등락이 반복되고, 그 등락의 폭이 깊어지는 점을 고려할 때 이제는 땜질식 처방이 아니라, 분명한 원인 분석을 통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축산 전문가들은 이런 소 값 폭등락의 원인을 영세한 우리의 축산 현실에서 찾습니다. 우리나라의 축산 농가는 17만 가구. 이중 50마리 미만의 소규모 축산 농가가 전체의 90%에 달하고, 특히, 80%는 사육두수가 20마리가 안 되는 영세농입니다. 전업농가는 전체 사육 농가의 10%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영세 농가는 단기적인 수익을 보고 소를 키우는 경향이 많기 때문에 시장의 쏠림 현상을 심화시킨다는 지적입니다. 그러니까 당장 소 값이 좋으면 앞뒤 재지 않고 덩달아 송아지를 사 기르고, 이 때문에 사육두수가 많아져 소 값이 하락하면, 앞 다퉈 소를 투매해 폭락을 가져온다는 겁니다. 무엇보다 영세농은 시장 정보를 취득하고 대응하는데 늦기 때문에 정부 정책이 현장까지 잘 전달되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또, 농축수산물의 특성상 가격의 수요, 공급 탄력성이 모두 낮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다시 말해, 농축수산물의 값이 변한다고 해서 공급이나 수요를 즉각 조절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여기에 송아지를 사서 키운 뒤 시장에 내다 파는데 2년의 시차가 있는 것도, 정책이 즉각적으로 효과를 내기 어렵게 합니다.

때문에 선택과 집중을 통해 축산농가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시설 현대화와 규모의 경제를 통해 사육비를 낮추고 브랜드 고급화를 통해 고기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와 더불어 정부의 장기적인 비전 제시가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많습니다. 한 축산 전문가는 FTA 확대로 농가에 대한 지원은 늘고 있지만, 사실상 돈만 주고 있을 뿐,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한다는 방향 제시가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논농사, 밭농사에 희망을 잃은 농민들이 지원금을 받은 뒤 장기적인 계획없이 일단 소나 돼지를 사고 있다는 겁니다. '농사는 안 되니 축산이나 해보자' 한다는 겁니다.

정부가 꾸준히 농가 지원에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농가의 영세화와 어려움은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가 직접 나서기 어렵다면, 농협과 농진청 등 농업 관련 단체들을 통해 농민들에게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습니다.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농민들의 눈과 귀부터 열어줘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야 쏠림 현상을 막으면서 우리 농업의 기반을 튼실히 하고, 다양성을 꾀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번 소 값 폭락 사태를 취재하면서 답답함을 많이 느꼈습니다. '모두가 농민의 자식'이라는 감정에 기댄 호소 말고도 축산을 포함한 농업은 미래의 식량 주권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인구증가와 기후 변화로 인해 농업의 중요성이 다시금 부각되고 있습니다. 농가는 물론, 나라 전체를 위해서라도 농업에 대한 장기적인 전략 마련이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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