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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김광현의 솔직 토크 "칼 갈고 있어요"

[취재파일] 김광현의 솔직 토크 "칼 갈고 있어요"

12월은 프로야구 단체 훈련 금지 기간이다. 일부 2진급 선수들은 이 기간에도 개인훈련으로 구슬땀을 흘리지만, 대부분 주전 선수들은 여기저기 시상식에 참석하거나 꿀맛 같은 휴가를 보낸다. SK의 왼손 에이스 김광현은 데뷔 후 연말 휴가를 제대로 보낸 적이 없다. 연말 시상식에 참석하랴...언론사 인터뷰하랴... 편히 쉴 틈이 없었다. 2011년 12월에도 김광현에겐 쉴 틈이 없다. 오라는 데는 없다. 갈 곳은 문학구장 뿐이다. 김광현은 매일 아침 문학구장 체력단련장에 나와 재활에 전념하고 있다. 뚝 떨어진 기온 탓도 있지만, 아침공기가 김광현에겐 유난히 차게 느껴진다. 문학구장에서 그를 만났다. 요즘 뭐하고 있냐는 질문에 김광현은 특유의 쑥스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칼을 갈고 있는 거죠."

"올해가 빨리 갔으면 좋겠어요." 

2011년은 김광현에게 최악이었다. 공포의 147구 완투패. 뇌경색 보도 파문. 그리고 김성근 감독의 경질. 충격의 연속이었다. 김광현은 2011년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래야 빨리 잊을 수 있을 것 같다고...

"국가대표 하지 못한 부담이 너무 컸어요."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 축하연 직후 김광현은 갑자기 응급실에 실려 갔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가벼운 뇌경색으로 안면 마비가 찾아 왔기 때문이다. 다행히 초기에 치료해 상태는 호전됐다. 안정이 필요하다는 진단으로 5일 동안 병원에 입원해야 했다. 1주일 뒤로 예정된 광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팀 소집에 응할 수가 없었다. 태극마크를 자진 반납해야 했다. 그러자 “군 면제 받았다고 몸을 사리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졌고, "얼마나 몸이 안 좋기에 대표팀까지 포기하냐?”며 건강 이상설도 나돌았다. 김광현은 이 때 심한 마음고생을 했다. 그리고 2011년 시즌을 맞이했다. 몸엔 아무 이상이 없었다. 3~4회까지 잘 던지다가 갑자기 무너지는 일이 반복됐다. 김광현은 국가대표를 하지 못했다는 부담이 초반 부진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작년에 아시안게임에 못 나갔을 때 팬들의 오해가 많이 쌓였어요. 일일이 대응할 수도 없고 그런게 많이 쌓여 있어서 올해는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어요. 처음엔 공에 대한 자신감이 좋았죠. 그런데 한 번 두 번 실패하다보니까 자신감도 떨어지고... 팀에 에이스가 이러면 안 된다는 생각도 계속 나고... 마음은 조급해지고 그랬어요."

"147구요? 별 거 아니예요."

김광현은 지난 6월 23일 KIA전에서 147개의 공을 던지며 8실점 완투패했다. 그리고 다음날 김광현은 2군으로 내려갔다. 투수교체 많이 하기로 유명한 김성근 감독이기에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김광현은 “감독님과 늘 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성근 감독님하고 훈련할 때는 200개 이상 던질 때도 많았어요. 항상 투수는 힘을 빼고 던져야 한다고 하셨는데, 그걸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한 경기를 다 던지면서 많이 느꼈죠. 힘이 떨어 졌을 때 타자를 어떻게 상대해야 될지를 배울 수 있어요. 147개를 던졌어도 전혀 무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뇌경색 보도 나빠요"

김광현은 2군으로 내려 간 뒤 일본으로 재활을 떠난다. 재활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7월 29일로 귀국 일정까지 잡혔다. 김광현은 반드시 8월에 복귀하겠다며 이를 악물고 있었다. 그런데 귀국 1주일 전 "김광현 부진은 뇌경색 때문"이라는 기사가 인터넷에 떴다. 지난해 김광현의 안면 마비가 뇌경색 때문이라고 보도하며, 뇌경색은 선수 생명을 끊을 수도 있는 치명적인 병이라는 자세한 소개까지 덧붙였다. 그리고 SK구단이 병을 은폐했다며 엄청난 특종인냥 보도했다. 이 때 김광현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귀국 일정도 미루고 일본에 더 머물기로 했다. 김성근 감독은 "어떻게 어린 애 한테 이런 몹쓸 짓을 하냐"며 한 동안 모든 언론 인터뷰를 거부하기도 했다. 김광현은 어땠을까?

"그 기사에 대해서 상처 받고 힘들었죠. 그건 나빴어요. 주위에서는 법적으로 고소하는 게 어떠냐는 분도 있었고요. 그런데 그건 아닌 것 같았고, 내가 이겨내야 하고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좋은 모습 보여주면 다 끝나는 거니까요."

"아~감독님. 이젠 홀로 서야죠" 



'뇌경색 보도 파문' 이후 안정을 되찾을 즈음 김성근 감독이 전격 경질됐다. 김광현은 미니 홈페이지 제목을 "감독님..."으로 바꾸고 배경도 검은색으로 바꾸며 슬픔을 표시했다. 김광현은 이제 홀로 서야할 때라고 말한다.

"저를 신인 때부터 지금까지 끌어 올려 주신 분이고, 앞으로 평생의 은인이라고 생각하는 분이기 때문에 안 슬프면 사람이 아니죠. 앞으로는 안 계신 만큼 누구 보호 아래 있지 않고 혼자 힘을 키워서 혼자 일어날 수 있는 선수가 돼야죠. 감독님도 그러셨고요." 

"야구를 즐기기 위해 칼을 간다!" 
 
선두 싸움이 한창이던 8월 초. 김성근 감독은 김광현의 복귀시기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얘기했다. "올 시즌 내 머릿속에 김광현은 없습니다." 그런데 이만수 감독 대행체제로 위기를 맞자 다시 김광현 복귀론이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포스트시즌에 1선발로 돌아왔다. 하지만 김광현은 세 번 등판해 모두 5회를 채우지 못하고 2패만을 당했다. 김광현은 다시 재활을 택했다. 시즌이 끝난 뒤 아직 공을 잡아 본적이 없다. 몸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음 다시 만들고 싶어서다. 김광현은 야구를 즐기기 위해 칼을 간다고 말한다.

"야구를 좀 즐기면서 생각하자는 생각을 갖고 나왔는데, 말이 즐기면서 하는 거지 쉽지 않더라고요. 주위에서 보면 즐겁게 하는 사람이 참 야구를 잘해요. 얼굴도 밝고... 저도 그렇게 노력할거고요. 지금도 공 던지라면 던질 수 있는데, 좋다가 안 좋다가 하니까 확실히 좋아질 때까지 기다리자 해서 캐치볼을 쉬고 있고요. 심적인 부담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마음속을 훌훌 털어버리는 게 첫 번째죠. 재활이라는 게 속으로 칼을 간다라고 생각하는데요, 나 혼자 뒤에서 칼을 갈고 앞에서 멋지게 휘둘러야죠. 지금은 칼을 가는 중이고요, 내년엔 좋아질 겁니다. 정말 내년엔 야구를 좀 즐기고 싶어요.."

"저 용(龍)띠 거든요"

김광현에게 2012년의 각오를 물었다.

"잘 할 때하고 못 할 때는 시즌이 끝나고 다른 것 같아요. 시상식이라든지 참여를 못하고 있으니까, 아쉽고... 바쁘다가 한가하니까 이상해요. (윤)석민이 형 상 받는 거 보면서 축하한다고 전해주고 싶고, 저도 열심히 해서 뒤를 따라 갈 테니까 앞에서 형들이 잘 해서 선의의 라이벌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저 용(龍)띠거든요. (임)태훈이랑 (이)용찬이랑 용띠들이 올해 안 좋았는데, 내년엔 잘 해서 내년 시즌 끝나고 모여서 웃으면서 대화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용띠의 한 해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러고 보니 SK의 마스코트도 ‘비룡(飛龍, Wyver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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