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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인생의 '짠 맛'을 아십니까

All-Salt(올 솔트)

전시장 안에 '소금'이 등장했습니다.

사실 소금으로 작업하는 작가도 있습니다. 일전에 소개했던 일본 여성 작가 아이코 미야나가 는 소금 결정이 맺히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이를 통해 생성과 소멸, 영원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예전에는 나프탈렌 작품을 보여드렸습니다. http://news.sbs.co.kr/section_news/news_read.jsp?news_id=N1001030903 )

그런데, 이번엔 소금 작품이 아니라, '진짜 소금'입니다.

무슨 소금이기에 작품이 되어 전시장의 한 자리를 떡하니 차지했을까요.


이 소금 이름은 'All-Salt(올 솔트)'입니다. 우리말로 하면, '만능 소금'입니다. '빛과 소금'은 세상에 없어서는 안 될 두가지로 꼽히기도 하죠. 그런데, '만능'이라는 이름까지 달고 나왔으니 '만병통치약' 정도 되는 걸까요.

이 소금은 실제로 미국 샌프란시스코만에 위치한 작은 마을 알비소에서 생산됩니다. 알비소는 바닷물과 도시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만나는 지역입니다. 도시에서 흘러온 물이 정화되면 저수지에 고이게 되는데, 이 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곳에 염전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맺히는  결정이 곧 소금이 됩니다. 평범한 소금 제조 과정이죠. 그렇다면 도대체 '만능'이 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비밀은 '물'에 있습니다.

알비소의 저수지로 흘러드는 물은 거의 생활하수입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하수의 출발점은 IT 중심지 실리콘벨리라고 합니다. 지역 특성상, 알비소로 모이는 하수에는 각종 화학 작업 이후 나오는 폐수도 섞여 있는 것이죠. 이렇게 더러운 물이 알비소에서 정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정화 과정을 아무리 거친다고 해도, 물은 완전히 깨끗해지지 않습니다. 끝까지 남는 물질들이 있는데, 바로 화학물질과 약품 성분입니다.

특히, 가정에서 남는 약을 버릴 때 화장실 변기에 넣고 물을 내리는 경우가 많죠. 이렇게 약을 버리면 그 약 성분이 물속에 그대로 녹아 버린다고 합니다. 이런 성분들은 정화 과정을 거치더라도 결코 없어지지 않는다고 하고요. 결국 정화된 물에는 항생제, 항우울제 같은 온갖 약 성분이 녹아있는 것입니다.

'올 솔트'가 '만능'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항생제, 항우울제 같은 센 약 성분이 뒤섞여 있는 물에서 나온 소금이기 때문입니다. 따로 처방을 받아 약을 챙겨먹지 않더라도 소금만 섭취하면 그 모든 약을 챙겨먹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죠. 이렇게 기막힌 '만능 소금'은 단 돈 5만 원이면 살 수 있으니, 참 저렴한 건강법입니다. 진시황제가 탐낼만한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건강과 젊음을 유지하려고, 우리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약을 가까이 해왔던가요. 저만 해도, 피로를 없애고 피부에 좋다는 이유로 각종 비타민에, 건강식품까지, 아예 휴대용 약통에 넣어다니며 먹고 있습니다. 운동을 하고, 많이 웃고, 명상을 하고, 다른 건강법은 다 제쳐두고, 눈에 보이는 뭔가에 의지해야만 마음이 놓이는 이상한 습관이지요. '올 솔트'는 먼저 현대인들의 이런 이상한 습관들을 지적하고 싶은 것이었을까요.

또 하나, 현대인들의 '아무 생각 없이 내버리는 습관'도 지적당하고 있습니다. 나에게는 필요가 없어서 버리는 약품이 결국에는 그것이 필요 없는 나에게 다시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죠. 이것이 바로 인생의 '짠 맛'이랄까요.

영화로도 유명한 카렌 블릭센의 소설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The cure for everything is salt water : sweat, tears, and the sea..."

땀, 눈물, 바다……. 소금물은 모든 것의 가장 기막힌 치유약이라는 것입니다. '만능'을 내세운 '올 솔트'는 몸을 치유할 수는 없겠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은 치유할 목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나하는 생각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 잠시 잊고 살아가는 우리의 환경과 주변을 보게 하는 '눈'을 뜨게 하니까요.

* 디지털시대에 떠오르는 아마추어리즘 (All-Salt 작품을 볼 수 있는 전시입니다.)
-아르코미술관, 2011년 12월 1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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