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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그림으로 보는 택견…"세계의 문화유산"

택견,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

택견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됐다는 소식에 온 나라가 넘실거렸습니다. 사실 일반인들은 택견 하면, '이크 에크' 같이 동작을 할 때 내는 독특한 소리가 가장 먼저 떠올릴 텐데요, 무예라고는 하지만, 덩실덩실 춤사위 같은 동작을 보다보면, 전통 춤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그런데, 이런 택견이 무예로는 처음으로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됐다니 놀라운 것도 당연합니다.

"우리나라 전통 무예 하면 태권도 아냐?"

분명히 이런 의문이 생기는 분도 있을 겁니다. 태권도도 당연히 우리의 전통 무예지만, 택견과 비교하면 역사가 좀 짧습니다. 태권도는 광복 이후 본격적인 발전을 이루어 왔는데요, 그래서 우리나라 중요무형문화재로도 등록되지 못했습니다. 무형문화재로 등록이 되려면, 3세대 이상의 전승을 거쳐야 하는데, 이 조건에 못 미치기 때문입니다. 반면, 택견은 무려 2천 년에 이르는 역사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지난 1976년 중요무형문화재 제76호로도 지정이 됐고요.

                 



현재 중국 길림성에 있는 고구려의 벽화 '무용총' 입니다. 두 사람이 맞서서 대결을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날갯짓을 하는 듯한 손동작이 가장 먼저 눈에 띕니다. 손 기술을 쓰는 우리 고대 무예 '수박(手搏)'입니다. 현재 택견의 고대 형태라고 알려져 있는 무예입니다. 당시에는 심신수련과 더불어 호신술로 쓰이는 무인들의 '필수' 무예였다고 합니다.

                 

              무인상, 경주 용강도 고분 출토

경주 용강동에서 발굴된 통일신라시대의 고분에서도 택견의 역사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고분에서는 무술하는 자세의 무인 인물토용이 2점 출토가 됐는데, 그 모양이 바로 택견 자세입니다. 삼국을 거쳐 통일신라 때까지 택견이 이어져 오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는 것죠.

                 


              유숙 '대쾌도', 54×105cm, 조선후기(1846년)

고려 때까지 택견은 무인들의 전유물이었습니다. 하지만, 조선시대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온 백성의 민중 무예로 퍼져 나갔습니다. 조선 후기 화원 유숙의 '대쾌도'라는 풍속도를 통해서도 그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어느 마을에 놀이판이 벌어졌습니다. 위에서는 씨름이 한창이고, 아래에서는 댕기 머리를 한 소년들이 택견 대결을 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구경을 하고 있고요. 조선시대에 택견은 이렇게 단오나 백중 같은 명절 때 누구나 즐기는 '대중 스포츠'였던 것입니다. 이때부터 발동작까지 포함된 지금 형태의 택견이 서서히 완성되기 시작했고요.

사실 동양의 무예라고 하면, 전 세계 사람들에게는 쿵후가 더 익숙할 것입니다. 이소룡 같은 쿵푸 스타를 비롯해, '쿵푸팬더'라는 영화, 소림사까지 쿵푸는 택견보다 훨씬 더 대중적인 전통 무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예로서는 택견이 쿵푸보다 먼저 인류무형유산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사실 '소림사 쿵후'는 2009년부터 인류무형유산 등재 신청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당시 '상업성의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이 때문에 등재되지 못했던 것입니다. 2년을 기다려 이번에 재도전을 했는데, 아직 부족한 점이 있다는 이유로 중국은 스스로 등재 신청을 철회하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택견이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된 첫 번째 전통 무예라는 영예를 안게 됐는데요, 단지 이런 '레떼르'를 붙여서가 아니라, 택견 자체에는 다른 무예에서는 볼 수 없는 엄청난 매력이 숨겨져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무예는 원래 '공격성'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공격하지 않으면 내 목숨이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무예를 하다가 상대방이 다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합니다. 하지만, 택견은 결코 상대방을 해하지 않습니다. 상대를 제압해 승부를 가리긴 하지만, 힘으로만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스스로 물러나게 하는 기술을 쓰기 때문입니다. 이런 택견의 기본 정신은 '참 정신'이라고 합니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보호하려는 마음, 꿋꿋하게 절개를 지키는 마음이 바로 '참 정신'입니다. 물론 택견에도 '안경잽이(눈 찌르기)' 같은 '살수'도 있습니다. 이건 정말 내 목숨이 위험할 때에만 쓰는 기술입니다.

유네스코는 택견 속에 내재된 우리 민족의 정신, 그리고 대대손손 이어지는 역사성에 좋은 평가를 내렸습니다. 그렇다고 우리 택견이 '세계 최고의 무예'라는 뜻은 아닐 것입니다.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우리나라만의 역사와 민족성을 그대로 담고 있는 독특한 무예 택견이 2천 년의 세월을 넘어 후세에도 길이길이 이어지기를 바랐을 것입니다. 인류무형유산 제정 목적 중 하나가 '문화의 다양성' 보전이니까요. 택견이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된 것을 계기로, 우리조차도 그동안 잘 몰랐던 우리 무예 택견의 진면모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져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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