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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신도림역 김밥전쟁은 왜?

'생존'과 '합법'의 사이…

[취재파일] 신도림역 김밥전쟁은 왜?
신도림역 1번 출구. 출근 시간대만 되면 이곳은 긴장감이 감돕니다. 접이식 간이 테이블에 김밥을 올려놓고 파는 노점상 부부, 그리고 이 부부를 둘러싸고 있는 검은색 점퍼의 청년들. 인근 백화점에서 고용한 용역업체 직원들이 이들 부부의 노점 판매를 막고 있는 풍경입니다.

건의 발단은 지난 8월 이 곳에 대형 백화점이 들어서면서부터입니다. 백화점은 사업을 진행하면서 1번 출구 옆에 '신도림 공원'을 만들어 국가에 기부채납을 했고 공원 관리권을 위임받게 됩니다. 공원 조성에 들인 돈은 400억 원, 여기에 매년 5억 원의 관리비용을 지출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공원이 조성되기 전부터 김밥을 팔아 왔던 노점상 부부가 판매를 계속했고, 백화점 측은 이를 막아섰습니다. 지난달에는 용역업체 직원과 노점상 부부 간에 몸싸움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생존'과 '합법' 사이에서

노점상 부부는 "우리는 이것 말고 할 게 없다. 우리도 계속 가난하게 살아야 하는 법이 있는 거냐"면서 하소연을 합니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이들의 눈물을 보면 가슴 한 켠이 아련해 집니다. 2년 전 부인은 위암을 받아 위 절제수술도 받았다고 했고, 계속된 항암 치료 때문에 먹고 살 일이 막막했다고 합니다. 결국 선택한 게 김밥 장사였고, 이걸로 간간히 벌어 생계를 유지했습니다. 이런 사연을 들으면 백화점이 야속해집니다.

물론 백화점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일단 허가받지 않은 노점상 운영은 불법인데다, 노점이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번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겁니다. 특히 이들 부부가 순수한 생계형 노점상이 아니라고 반박합니다. 애초에 다른 노점상들도 들어와 장사를 했는데, 이들 부부를 위시한 노점 단체가 다른 노점상들을 내쫒았다는 겁니다. 또 백화점 측에서 노점을 그만 두면 일자리까지 제공하겠다고 약속까지 했는데 이걸 거절 했답니다. 백화점 입장에서는 이들 부부는 뜨내기 노점상이 아니라 불법 노점상의 선봉대인 셈입니다.

다시 재반박이 들어옵니다. 이들 부부를 돕고 있는 노점 단체는 "결코 그런 일이 없다"고 말합니다. 이건 명백한 백화점 측의 음해이고, 소설일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또 미관을 해친다면 테이블을 더 예쁘게 꾸미고 장사하겠다고 약속까지 했다고 합니다. 절실하게 애원했지만 말이 통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애초 취재 시작단계에서는 백화점과 노점상 간의 단순한 갈등 정도로 이해했지만 여러 문제들이 얽히고 설켜 있었습니다. 법적인 부분을 뛰어 넘어 이들 부부의 순수성까지 문제제기가 되고 있는 겁니다.



과연 그 속내는?

그렇다면 이번 전쟁(?)의 근본적인 원인은 뭘까요. 일각에서는 백화점이 노점 금지의 이유로 들고 있는 '도시 미관'이나 '공원 관리' 등은 부차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바로 '명품 이미지' 때문이란 말이 나옵니다. 이 백화점은 인근 유명 백화점과 '명품 이미지' 경쟁을 하고 있는데, 근처에 노점상이 생기면 백화점의 품위가 깎일 수 있고 자연히 매출이 줄 수 있다는 우려가 가장 큰 이유라는 겁니다. 물론 백화점 측은 부인합니다.

김밥 부부가 굳이 신도림역 1번 출구를 고집하는 것도, 일부 노점 단체의 비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독점'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16일 진보 단체들이 백화점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었는데, 이 단체를 제외한 다른 노점 단체의 지원 사격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등 정당이나 노점상 단체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진보적 시민단체들이 더 많은 자리를 채워줬습니다.



시민들은 과연?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립니다. 물론 동정표가 많았습니다. "함께 먹고 살자는 데 뭐가 문제냐", "노점과 도시 미관이 무슨 상관이냐"는 등의 반응이 주를 이뤘습니다. 정이 많은 한국인들의 특성상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지역 주민들 중에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러 있었습니다. 그간 환경이 열악했던 이 지역에 그나마 요즘 공원이 생겨 상황이 좀 나아졌는데, 노점상이 생기면 과거의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한 시민은 "개발이 되기 전 이 곳은 수십여 개의 노점상들이 버리는 폐기물과 악취로 고생이 많았다. 부부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이들을 계기로 무분별하게 생겨난다면 끔찍할 것 같다"고 털어놨습니다. 좀 과장하자면, 부동산 가격을 염려한 '님비'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지저분한 환경에 한이 맺힌 주민들 입장이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닙니다.

누구의 말이 맞는 걸까요. 시청자 여러분은 어떤 입장이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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