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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가래떡 먹은 김 총리, 빼빼로 받은 류 장관

광화문 청사의 '111111'데이

[취재파일] 가래떡 먹은 김 총리, 빼빼로 받은 류 장관

11월11일. 거기에 올해는 2011년. 1이 6번이나 들어갔다고 해서 특별한 날 대접을 받더군요. 빼빼로를 주고 받기도 하고, 가래떡을 나눠 먹기도 하고, 보행자의 날 행사가 열렸는가 하면, 지체장애인 행사가 열렸습니다. 또 한자 11을 합치면 흙 토가 된다는 의미로 만들어진 농업인의 날 행사도 열리기도 했죠.

제가 출입하고 있는 광화문 정부종합청사에서도 이른바 '111111데이'와 관련한 소소한 이벤트들이 있었습니다. 매주 금요일 아침 8시에 열리는 국가정책조정회의. 김황식 총리가 주재하는 회의인데요,
총리가 참석한 장차관들에게 가래떡을 돌리는 센스를 발휘했습니다. 총리가 농업인의 날을 맞아 농민들을 돕는 의미에서 우리 쌀로 만든 가래떡을 돌리라고 직접 지시했다고 합니다.

총리며, 장차관이며 나란히 앉아서 가래떡을 씹고 있는 모습. 가래떡이 잘려 있어서 실감이 덜 난다는 농담을 주고 받으며 총리도, 장관도 즐거워했습니다. 기자 용어로 표현하자면 참 그림이 되는 장면이었습니다. 게다가 회의 전이었는데 마이크가 켜져 있는 상태여서 떡을 씹는 소리가 여실히 들렸습니다.

"쩍쩍쩍… 원자력 안전 위원장님 나오셨네. 환영합니다. 쩍쩍쩍…(떡 씹는 소리)" 총리가 설마 웃기려고 그런 건 아니었겠지만, 보는 사람은 안 웃을 수가 없더군요. 오늘이 가래떡 데이라는 것을 이보다 더 잘 보여줄 수는 없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111111데이 열풍이라는 주제로 사회부에서 하는 리포트에 들어가도 괜찮겠고요. 그래서 게시판에 이런 내용을 올려놨더니, 아니나 다를까 소재를 찾고 있던 후배에게 바로 전화가 왔습니다. 후배에게 '떡 씹는 소리가 여실히 나는 아주 좋은 그림'이라고 설명해줬고 결국 저를 웃음 짓게 한 이 장면은 뉴스로 나가게 됐습니다.




오후에는 통일부를 견학하러 온 명지대 북한학과 학생들이 류우익 통일부 장관과 대화를 하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통일부가 학생들에게 과자와 주스를 간식으로 줬는데, 이 간식에 빼빼로가 포함돼있었습니다. 한 학생이 장관에게 통일부 덕분에 오늘 빼빼로를 처음 받아봤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그러자 류 장관은 앞으로 통일부 도움 없이도 빼빼로를 받길 바란다는 재치있는 덕담으로 받았습니다. 학생들도, 정부 당국자들도, 기자들도 모두 폭소… 50분 간의 대화가 끝나고 학생들이 류 장관에게 감사의 선물로 준비한 것도 빼빼로. 장관 역시 오늘 처음 받은 빼빼로였는지, 어린 아이처럼 들뜬 모습이었습니다. 통일부 장관도 빼빼로 받았다는 것을 기사로 써달라는 농담도 건넸습니다.

언제부턴가 11월11일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다 상술이야… 이런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어서 그랬다기보다는 솔직히 그냥 귀찮아서 그래왔던 것 같습니다. 오늘 이 두 가지 장면들을 보면서 느낀 것은 그래도 이런 날이 있으니 한번 더 웃을 일이 있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냥 넘어가든, 뭔가 하고 넘어가든, 빼빼로를 먹든, 가래떡을 먹든 각자의 선택일텐데요, 몇 년째 그냥 넘어가고 있던 제 눈 앞에 그래도 오늘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면서 즐거워하고 웃는 사람들의 모습이 참 따뜻하고 좋아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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