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경비원에게 몇 만 원 더 주기 아깝다?

정형택 기자 goodi@sbs.co.kr

작성 2011.11.08 17:2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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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 주차 관리, 순찰, 우편함 관리, 분리수거함 정리 등등. 집을 나설 때 한 번은 보게 되는 아파트 경비원들은 이렇게 대략 10여 가지 이상의 일을 합니다. 3.3제곱미터 남짓한 공간에서 쪽잠을 자며, 그곳에서 식사와 용변을 같이 해결해야 하는 경비원들은 시간당 3,456원을 받습니다. 올해 최저임금 4,320원의 80%만 받고 있습니다.

전체의 83%가 60세 이상의 고령자다보니, 아파트 경비원들은 최저임금에도 훨씬 못 미치는 급여를 받고 열악한 환경에서 일해왔습니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07년, 이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단계적으로 급여를 인상하기로 방침을 정합니다. 2007년 최저임금의 70%, 2008년에 80%, 그리고 내년부터 최저임금의 100% 이상을 지급하도록 정했습니다.

그런데 최저임금 100% 적용을 1년 앞둔 올 초부터 경비 용역업체를 중심으로 대량 해고설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인건비 인상으로 인해 경비원의 대량해고가 불가피하다는 겁니다. 임금이 오르면 아파트 입주민들이 경비원 수를 줄이거나 해고하고, 대신 CCTV 같은 무인감시장치를 설치할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또, 급여 인상으로 젊은 층도 일할 유인이 생기게 돼, 60세 이상의 고령자들이 먼저 대체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지난 2007년 최저임금의 70%가 적용됐을 때 경비원의 7.7%가  줄었다며 위기를 조장했고, 결국 경비원들 스스로가 임금 인상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내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이런 현실을 고려해 최저임금 100% 적용 시기를 3년 뒤(2015년)로 미룬다고 밝혔습니다. 대신 내년에는 최저임금의 90%를 적용하는 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되면 내년에는 시간당 임금이 4,122원(= 내년 최저임금 4,580*0.9)으로 오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야근 수당을 포함한 평균 월급도 1,381,000원으로 올해 1,158,000원보다 22만 원 정도 인상된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에 최저임금 100% 적용시 고용이 12% 주는데 비해, 90%를 적용하면 경비원 수가 5.6% 감소하는 데 그친다는 자체 조사 결과도 함께 내놨습니다. 무엇보다 '다소 적게 받더라도 일하기를 희망하는' 고령 경비원들의 딱한 사정을 고려한 선택이었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노동부의 안에 즉각 반발했습니다. 이미 지난 2007년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해왔는데, 그 동안 고용 감소에 대한 대책은 전혀 마련해 놓지 않고 있다가, 당장 적용 시기가 눈앞에 닥치자, 또 다시 미루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판했습니다. 또한, 근로자의 최소한의 생활을 위한 최저임금 지급마저 반대하는 사용자 업체의 욕심도 싸잡아 비난했습니다.

도색이나 조경, 조명 설치 등 아파트의 가치를 높이는 일은 다소 비용이 들더라도 별다른 반발없이 추진되는 것을 주변에서 심심치않게 볼 수 있습니다. 한 아파트에서 나와 얼굴을 맞대고 일하는 경비원들에게 최저임금조차 주지 않으면서,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명품 아파트, 가치 있는 아파트가 되기를 바라는 것은 지나친 이기심 아닐까요?

단지별로, 세대별로 차이는 있지만, 경비원들에게 최저임금의 100%를 지급할 경우, 각 가정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관리비는 월 3만 원에서 7만 원 정도입니다. 나에게는 몇만 원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최소한의 생활을 위한, 또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기 위한 '기준'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