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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제3노총 출범, 희망 될까?

[취재파일] 제3노총 출범, 희망 될까?
어제(1일) 제 3노총이 창립 총회를 갖고 '국민노총'이라는 이름으로 정식 출범했습니다. 지난 1995년 이후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양노총 체제에서 3노총 시대가 열린 겁니다. 지난 7월 복수노조 제도가 시행되면서, 이제 노동자들은 그야말로 노총을 선택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정연수 국민노총 위원장은 노총 간의 경쟁으로 노동운동이 활기를 띄고, 조합원을 위한 현장 중심의 노동운동이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국민노총은 양대 노총과 차별되는 노선으로 상생과 협력을 강조했습니다. 대립과 갈등, 이념에서 벗어난 실용주의 노선을 표방했습니다. 현재, 100여 개 사업장에서 3만여 명의 조합원이 참여했으며, 점차 가입단체 수가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국민노총을 바라보는 양대 노총의 시선은 싸늘합니다. 국민노총은 사실상 서울지하철 노조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서울지하철 노조의 민주노총 탈퇴가 원천 무효라고 보고 있습니다. 상급단체를 바꾸려면 조합원 특별 결의(조합원 과반수 출석, 출석 조합원 2/3 찬성)가 필요한데, 일반 결의 (출석 조합원 과반 찬성)만으로 민주노총 탈퇴를 결정한 것은 애초에 잘못됐다는 겁니다. 결국, 국민노총은 정부와 사용자의 입김에 의해 탄생한 '어용노조'라는 게 민주노총의 평가입니다. 법원 역시, 특별 결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민주노총의 손을 들어준 상태여서 국민노총은 출범부터 삐걱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국민노총의 실험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국민노총의 향후 횡보에 따라 답은 달라지겠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또 드러내 보인 모습들을 토대로 한 노동전문가들의 전망은 회의적입니다. 한마디로, 국민노총의 색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양대 노총의 한계에서 출발했다고는 하지만, 기존 노총을 비판하고만 있을 뿐 차별되는 색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사실상 반 민주노총, 비 한국노총을 표방하는 분열 노조에 불과하며, 기존 노조의 한계점을 전혀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양 노총에 속하지 못한 90%의 미조직 노동자의 권익을 대변하기 보다는 3노총에 속한 소수 조합원의 이익을 대변하는 분파, 분열 노조에 불과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사용자, 정부와의 관계 설정이 유연해 하나로 모아져야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노동운동의 결집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혹평도 나오고 있습니다.

출범 과정을 지켜볼 때, 국민노총에 대한 기대보다는 우려가 큰 게 사실인 만큼, 국민노총이 제 3노총으로 살아남으려면, 자체 규약에 명시된 대로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노동운동을 벌여나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소속 조합원에 대한 이익 대변 보다는 기존 노총에 속하지 못한 90%의 미조직 노동자들, 그러니까 비정규직 등 상대적으로 취약한 조건에 속한 노동자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노동운동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국민노총이 어용노조라는 비아냥을 벗고, 노동운동의 대안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창립 총회에 앞서 정연수 위원장을 인터뷰했습니다. 국민노총의 성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아래에 인터뷰 내용을 더합니다.

Q. 제 3노총을 설립하게 된 계기는?

: 현재까지 양대 노총이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이 되지 못하고 있다. 지나친 갈등, 대립, 이념 중심에 있거나 아니면 관료주의적이거나 권위주의적이기 때문에 노동운동의 발전에 해가 되고,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운동으로 전락해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국민의 85%가 현재의 노동 운동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

Q. 제 3노총이 추구하는 노선은?

: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상생과 협력을 주도하겠다는 거다. 노동운동이 이제는 경영과 자본에 대해서 종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참여해서 주인 정신을 갖고 자본과 경영을 공유해서 기업발전을 견인하는 노동운동, 사회발전을 견인하는 노동운동으로 자리매김을 할 것이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기업의 투명성 제고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보듯, 기업의 투명성을 어떻게 끌어낼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인데, 여기서 노동조합이 역할을 할 것이다. 또, 사회적 협약에 의한 선진노사 문화를 이룰 것이다. 노동자, 사회, 정부, 시민, 재계가 모두 모여서 사회적 합의를 이뤘을 때에만 그 결과에 승복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소외 계층이나 양극화 등 사회의 심각한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다. 대한민국 노동자가 천 6백만 명이지만, 노동조합에 조직된 노동자는 10%, 160만 명에 불과하다. 노동계가 이러한 현실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열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Q. 현재 참여 조직은? 앞으로의 세 규합은 어떻게?

: 현재까지 완성된 연맹은 모두 6개다. 전국지방공기업 연맹, 자유교조 연맹, 서비스 연맹, 운수산업연맹, 운수노조 연맹이 이미 등록돼 있는 단체고, 준비 중인 단체가 발전연맹, 건설연맹, 제조서비스 연맹 등이다. 또, 참관 조직들이 있다. 공무원 노조에서 광역자치단체 노조, 교원노조, 교육공무원 노조, 대기업 노조들이 일정을 밟고 있다. 선거나 발전 회의 등이 끝나면 합류할 것으로 본다.

Q. 서울지하철 민노총 탈퇴 무효 판결에 대한 입장은?

: 이번 판결은 시대의 가치에 맞지 않는 판결이다. 지금은 글로벌 복수노조 시대다. 저마다의 결사가 존중돼야 한다. 우리 규약에 민주노총이라고 기입돼 있다 하더라고, 실제적으로 공동사업을 하거나 맹비를 낸 적이 없다. 선언적 의미에 불과한 거지, 실체적으로는 우리는 2009년 이후에 한 번도 사업을 같이 하지 않았고, 맹비를 10원도 낸 적이 없다. 오히려 법원에서 노사 선진화에 대한 것, 조직의 결사체, 신념의 자유에 대한 것을 과거 법을 가지고 구속하거나 통제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Q. 서울지하철노조 민노총 탈퇴 무효 판결에 이어, 현대중공업의 참여가 좌절되면서 동력이 약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데?

: 3노총이 가는 방향은 국민과 함께 가는 방향이다. 물론, 대기업 노조도 중요하다. 하지만, 60만 명 정도 되는 보험 모집인들, 이 분들 노사관계나  근로관계가 어렵고 꼬여 있다. 문제가 될 때마다 그분들만 손해를 본다. 그런 분들을 위해, 사회 양극화 중심에서의 저소득층 계층,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갈 것이다. 또, 현대중공업이나 대기업 노조와도 계속 대화하고 있다. 절차를 밟아서 공유할 수 있는 점 충분히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함께 우리 사회 취약계층들의 운동을 잘 지원하고 협력해서 사회 균형 발전에 이바지하고,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게 우리 노총의 목표라고 생각한다.

Q. 양대 노총과의 관계 설정은?

: 양대 노총과 갈등, 대립 할 건 없다고 본다. 우리는 영역이 다르고, 방향이 다르다. 지난 77년부터 노동운동을 24년 한 결과인데, 국민의 지지와 신뢰 없이는 노동운동이 성공하지 못한다. 국민의 뜻을 받들고 공급자 중심이 아니라 소비자 중심의 운동, 조합원 중심의 운동이 반드시 필요한 시기가 됐다. 3노총의 출범은 양대 노총에도 발전을 가져올 것이다. 종속적 사고가 아니라 기업의 주인으로 자아를 실현하고, 꿈을 실현하고, 그를 통해서 사회 발전을 가져오고, 가족의 행복을 가져오고, 결국, 정부, 기업, 리더의 힘도 아니고, 국민 각자의 꿈을 성실히 실현할 때 우리 사회는 폭발할 수 있는 힘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우리 노총은 그런 국민의 힘을 모으고 담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Q. 노총의 정치 참여는?

: 노동계가 기성 정치권에 편승돼 있다면 비젼도, 영혼도 꿈도 없는 거다. 결국은 노동계가 스스로 경영이나, 자본 영역의 역할을 열심히 하고, 또 도덕성을 높이고 전문성을 높여서 사회공헌을 해 국민들로부터 지지받는 것이 정치다. 기성 정치에 편승돼 자기 주체성을 잃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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