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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가을야구의 색다른 맛

[취재파일] 가을야구의 색다른 맛

SK가 예상을 뒤엎고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SK는 포스트시즌에 오른 4팀 가운데 객관적인 전력이 가장 약하다고 평가받았지만, 지난 4년 동안 3번이나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가을야구의 강팀답게 경기를 치를수록 강해지고 있다. SK는 왜 가을에 강할까? 아마도 단기전의 맛을 제대로 알기 때문일 것이다.

* 단기전은 '투수놀음'

SK의 정규시즌 불펜 방어율은 2.78로 1위고, 롯데의 불펜 방어율은 4.21이나 된다. 반면 팀타율에서는 롯데가 0.288로 1위고, SK는 0.262로 5위에 불과했다. 확실한 창과 방패의 대결이었다.

단기전은 투수놀음이라는 야구계 격언은 틀리지 않았다. 투수는 심리적으로 타자보다 유리한 입장에 있다. 어떤 공을 던질지 먼저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타자는 어떤 공이 올지 모르는 상태에서 받아쳐야 하는 수동적인 입장이다. 긴장감이 높은 단기전에서는 투수력보다 타력이 더 요동칠 수밖에 없다. 김성근 감독의 유산이라고 할 수 있는 SK 불펜의 '믿을 맨' 앞에 롯데의 못 믿을 방망이는 집중력을 잃고 춤을 췄다.

* 단기전은 '경험'

한 시즌에 4팀 밖에 경험할 수 없는 가을야구를 SK는 4년 연속 즐겼다. 그리고 2009년을 제외하면 항상 이겼다. 2007년엔 1, 2차전을 지고도 4연승으로 우승한 경험도 있다. 벼랑 끝에서 살아난 경험으로 SK 선수들은 서두르지 않았다.

반면 롯데 선수들은 지나치게 공격적이었고 성급했다. 1차전 8회말 롯데는 이대호의 1타점 적시타로 동점을 만든 뒤 계속된 투아웃 주자 1-2루에서 강민호는 바뀐 투수 엄정욱의 초구를 받아쳐 3루 땅볼로 물러났다. 그리고 9회말 원아웃 만루의 끝내기 기회에서 손아섭은 바뀐 투수 정우람의 초구를 받아쳐 병살타를 쳤다. 둘 다 스트라이크 존에서 벗어나는 볼을 때렸다. 한창 달아오른 분위기를 좀 더 끌지 못하고 성급하게 방망이를 갖다 댔다.

반면 SK는 먼저 점수를 내주고도 차근차근 따라 붙었고, 철저하게 팀 배팅을 했다. 1차전과 5차전 모두 역전승을 거뒀다. 롯데는 뒤늦게 따라 붙다가 결정적인 순간 서두르는 바람에 힘을 쓰지 못했다.


* 믿음만으로는 부족했던 단기전

SK 이만수 감독 대행과 롯데 양승호 감독은 모두 선수들에게 믿고 맡기는 ‘믿음의 야구’를 한다. 그런데 둘은 달랐다. 평소 작전을 거의 쓰지 않는다고 공언하던 이만수 감독 대행은 전임 김성근 감독으로부터 배운 투수운용 능력으로 위기를 넘겼고, 족집게 같은 타순 배정으로 차곡차곡 점수를 쌓았다.

1번 정근우, 2번 박재상, 3번 최정의 타순은 포스트시즌 내내 유지했다. 다만 4번~6번 타순은 변화를 줬다. 1~2차전에서 4번타자로 나선 이호준이 무안타로 부진하자 3차전에서는 박정권을 4번 타자로 올렸고, 이호준 대신 최동수를 6번 지명타자로 내세웠다. 최동수는 이날 선제 결승타를 날리며 승리를 이끌었다. 최동수가 4차전에서 연속 삼진을 당하며 부진하자 5차전에서는 최동수 대신 안치용을 5번 지명타자로 내세웠다. 안치용은 4타수 3안타 1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그리고 4번타자로 변신한 박정권은 연타석 홈런으로 가을 사나이의 힘을 보여 줬다.

반면 롯데는 5차전 내내 타순 변화가 거의 없었다. 타격감이 좋지 않은 4번 타자 이대호와 8번타자 조성환이 중간 중간에서 공격의 맥을 끊었다. 팀을 대표하는 타자라며 끝까지 믿었지만 이대호는 4차전 홈런 이외에 팀 승리에 기여하지 못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5차전에서 4회 장원준을 교체 투입한 것은 양승호 감독의 가장 큰 실수였다. 선발 송승준이 비록 홈런은 맞았지만 구위가 괜찮은 상황에서 1차전과 4차전에 나섰던 장원준을 또 내보낸 것은 분명 무리수였다. 에이스에 대한 믿음이 너무 컸다.

장원준이 3연속 안타를 맞고 1실점으로 무너지자 몸을 풀지도 못하고 등판한 부첵은 폭투로 또 한 점을 헌납하고 말았다. ‘믿음의 야구’가 맹목적인 믿음은 아닐 것이다. 때로는 변화에 대한 믿음도 필요했다. SK와 롯데의 희비를 가른 ‘믿음’의 차이였다.

* 객관적으로는 삼성이 유리...결과는?

SK는 상승세를 타고 2년 연속 삼성과 한국시리즈에서 격돌하게 됐다. 물론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SK가 뒤진다. 게다가 SK는 숨 가쁘게 포스트시즌 9경기를 치렀다. 지친 SK보다는 삼성이 분명 여러 가지 면에서 유리하다.

그런데 지금은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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