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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KIA의 씁쓸한 퇴장…조갈량의 악수(惡手)

[취재파일] KIA의 씁쓸한 퇴장…조갈량의 악수(惡手)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에서 SK가 객관적인 열세를 뒤집고 KIA에 완승을 거뒀다. 이만수 SK 감독 대행의 지도력이 새롭게 평가를 받고 있는 반면, KIA 조범현 감독은 팬들로부터 퇴진 압박을 받고 있다. 물론 SK가 투타 집중력에서 압도하며 승리를 거뒀지만, KIA로서는 조범현 감독의 계속된 작전 실패가 패배의 원인이었다.

결과론이긴 하지만 KIA의 비극을 부른 조범현 감독의 악수(惡手)를 되짚어 본다.

■ 1차전…결국은 독(毒)이 된 윤석민의 완투승

1차전에서 윤석민은 눈부셨다. 공 109개로 완투승을 거뒀다. 그런데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9회초 차일목의 만루홈런이 터지면서 KIA는 5대0으로 달아나며 승기를 굳혔다. 긴장이 풀린 윤석민은 9회말 대타로 나온 첫 타자 최동수에게 홈런을 맞았다.

손가락에 물집이 잡히면서도 완봉승에 도전했지만, 맞혀 잡으려다가 큰 것을 얻어 맞았다. 위기가 계속됐다. 2루수 실책과 볼넷으로 노아웃 1-2루 위기를 맞았다. 조 감독은 불펜을 가동하지 않았다. 삼진에 이은 도루 저지로 완투승을 거두긴 했지만, 윤석민의 피로도는 극에 달할 수 밖에 없었다. 4점차를 지키기에 KIA 불펜이 그토록 못미더웠을까?

조 감독은 3차전 패배 뒤 “4차전이 마지막 경기가 될 수 있으니 윤석민을 선발로 내세운다”고 했다. 힘겹게 완투승을 거둔 투수를 사흘만 쉬고 다시 등판시키는 것도 무리였지만, 4차전을 마지막으로 이기고, 5차전에서는 져도 된다는 건지... 이해가 쉽게 되지 않는 말이다.

■ 2차전…못 믿을 불펜? 그리고 한기주의 72구

2차전에서 선발 로페즈는 기대 이상의 호투를 펼쳤다. 후반기 옆구리 통증으로 부진했던 모습이 아니었다. 6이닝만 막아주면 좋겠다던 조범현 감독은 로페즈를 7회에도 등판시켰다.

로페즈는 2대1로 앞선 상황에서 7회 대타로 나온 첫 타자 안치용에게 동점 홈런을 맞았다. 그제서야 조범현 감독는 포스트시즌에서 처음으로 불펜을 가동했다. 그런데 여전히 믿지 못했다. 양현종이 구원등판해 안타를 맞고 희생번트를 내주자 곧바로 교체했다. 그 다음에 등판한 손영민은 최정을 땅볼 처리한 뒤 박정권에게 고의사구를 내주고 바로 교체했다.

그 다음에 한기주가 바통을 이어 받았다. 한기주는 8회를 삼자 범퇴로 잘 막았지만, 9회말 불안한 제구력으로 볼넷 3개를 내주며 투아웃 만루 위기를 맞았다. 조범현 감독은 한기주에게 만큼은 무한한(?) 믿음을 보여 줬다. 다행히 9회는 잘 막았다. 그리고 연장 11회말. 다시 한기주가 볼넷을 남발했다. 그래도 조 감독은 투수교체를 하지 않았다. 투아웃 만루에서 이호준의 역전 끝내기 안타가 터졌다.

올 시즌 양현종은 선발요원이었고 손영민은 롱릴리프로 올 시즌 9승(6패) 5세이브 10홀드를 챙긴 필승 계투조였는데, 그토록 못미더웠을까? 한기주는 구원 등판해 72개의 공을 던졌다. 스트라이크가 33개였고, 볼은 39개였을 정도로 제구가 되지 않았는데 왜 밀고 나갔을까?

조범현 감독은 2차전 패배 뒤 "한기주를 교체하지 않은 것은 다른 투수를 내보내서 지면 충격이 너무 클 것 같았다"고 말했다. 역시 난해한 말이다. 어쨌든 한기주도, 조 감독도 졌고, 충격을 받았다.

■ 3차전…보내지 못한 번트의 악몽…그리고 심동섭

조범현 감독은 3차전까지 보내기번트 작전을 6번 시도해서 4번이나 실패했다. 3차전 2회말 상대 실책과 볼넷으로 노아웃 1-2루 기회를 맞았다. 안치홍이 시도한 보내기번트는 병살타로 이어졌다. 타자들도 믿을 수 없었을까? 주자만 나가면 보내기에 급급했던 단순한 작전은 타자들의 타격감을 떨어뜨리는 데도 한 몫을 했을 것이다.

초반 득점 기회를 놓치면서 KIA는 2대0 패배를 안았다. 점수를 주는 과정도 게운치 않다. 잘 던지던 서재응이 6회 들어 흔들리면서 원아웃 주자 1-2루 위기를 맞았다. 조범현 감독은 왼손타자 박정권 타석에서 왼손 신인 심동섭을 구원으로 내세웠다. 심동섭이 올 시즌 기아의 3승1패 2세이브 7홀드 방어율 2.77을 기록한 기대주이긴 하지만, 이런 위기의 순간에 올라오는 건 부담이 컸을 것이다.

심동섭은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첫 타자 박정권을 볼넷으로 내보내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그러자 조 감독은 곧바로 심동섭을 내리고 유동훈을 올렸다. 그리고 안치용의 2타점 결승타가 터졌다. 위기에서 바통을 이어 받은 김진우는 3과 1/3이닝 무실점 호투하면서도 졸지에 패전처리가 되고 말았다.

조범현 감독은 3차전까지 왼손 용병 트레비스를 쓰지 않았다. 아마도 4차전 선발로 쓰려했던 것 같다. 그런데 3차전에서 패하며 4차전 선발은 윤석민으로 전격 바뀌었다. 차라리 심동섭 대신 트레비스를 투입했으면 어땠을까?

■ 4차전…뒤늦은 믿음을 외면한 타선…그리고 아~! 이종범

조범현 감독은 4차전에서 보내기 번트를 한 번도 시도하지 않고 타자들을 믿었다. 하지만 타자들은 영 힘을 쓰지 못했다. 2회말 원아웃 주자 만루 기회를 잡았다. 이현곤은 철저히 팀 타격을 했다. 결대로 밀어쳤다. 잘 맞은 타구는 2루수 정면에 걸렸다. 운마저 따라 주지 않았다.

역시 선취점에 실패한 부담을 이기지 못했다. 집중력마저 떨어지며 갈수록 무기력해졌다. 6회말 주자 1-2루에서 좌전 안타 때 2루 주자 김상현은 안이하게 3루를 돌다가 홈에서 아웃됐다. KIA는 24이닝 연속 무득점의 준플레이오프 최다 신기록의 불명예를 안았다.

비장의 카드로 등판한 윤석민의 구위는 좋지 않았다. 스피드는 괜찮았지만 볼이 많았다. 시즌에 5~6일 간격으로 등판하던 윤석민에게 1차전 완투 이후 3일 휴식은 충분하지 않았다. 3회 윤석민이 2실점하고 강판됐다. 조 감독은 불펜을 투입했지만, 감독의 불신을 받던 불펜이 갑자기 안정될 리가 없었다. 바꾸는 족족 무너졌다.

8대 0으로 승부가 기운 9회말 투아웃 주자 없는 상황. 이종범을 대타로 기용했다. 참패의 마지막 순간을 KIA의 전설로 불리는 이종범을 내세웠다. 아무 의미 없는 대타 작전이다. 이종범은 서서 삼진을 당한 뒤 고개를 숙인 채 덕아웃으로 들어왔다. 이종범의 포스트시즌 최고령 타자 출전 기록을 배려해서였을까? 고개숙인 이종범을 끝으로 준플레이오프는 막을 내렸다. 그리고 KIA 팬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조범현 감독은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올해는 부상 선수들이 많아 고전했는데, 내년에는 부족한 점을 채워서 다시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그 때 관중석에서는 조 감독을 향한 비난이 쏟아졌다. 조범현 감독은 비난의 도마 위에서 2012 시즌을 맞이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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