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신해혁명 100주년…복잡한 시선

[취재파일] 신해혁명 100주년…복잡한 시선

오늘 10월 10일은 청 왕조를 무너뜨리고 중국 최초의 공화정을 세운 신해혁명이 일어난 지 꼭 100년이 되는 날입니다. 중국 대륙에선 신해혁명 재조명 작업이 한창입니다. 신해혁명은 중국의 마지막 왕조인 청 왕조가 무능한 탓에 서구 열강의 군홧발에 짓밟히던 시기인 1911년 10월 10일 우창 봉기를 기점으로 시작됐습니다.

혁명으로 2천 년간 이어져온 중국의 봉건시대가 종식되고, 아시아 최초의 공화정 체제인 중화민국이 수립됩니다. 중국 공산당 탄생의 모태이기도 합니다. 혁명의 주역으로 중화민국의 첫 총통에 취임한 쑨원(우리에겐 손문으로 더 잘 알려져 있죠)은 그래서 중국과 타이완 모두로부터 영웅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후진타오 주석은 어제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신해혁명 100주년 기념사에서 쑨원의 혁명 정신을 계승해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을 이룩하자고 역설했습니다.

               



신해혁명 100주년을 맞아 베이징 텐안먼 광장에는 쑨원의 대형 초상화가 내걸렸고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쑨원의 초상 등이 담긴 기념주화도 발행했습니다. 혁명의 도화선이 됐던 우창 봉기의 고장 우한과 중화민국의 첫 수도였던 난징, 쑨원의 고향인 중산 등에서는 대규모 추모제와 유물 전시회, 학술 대회 등이 잇따라 열리고 있습니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10월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산하에 '신해혁명 100주년 기념활동 준비위 판공실'을 발족하는 등 1년 전부터 올해 행사에 각별한 공을 들여왔습니다. 이번 행사를 거국적으로 치뤄 대외적으로는 세계 제2의 경제 대국으로 부상한 자국의 힘을 과시하고, 자국민의 애국주의를 고취하는 한편 화해무드가 조성된 타이완과의 관계 개선을 강화하려는 포석이라는 게 중국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입니다.

첸윈루 정협 비서장도 쑨원의 혁명 정신을 기리고 양안 관계를 강화하며, 중화 부흥을 대내외에 선포하기 위해 신해혁명 100주년 기념행사를 성대하게 치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정부 주도의 기념행사는 열면서도 민간행사는 불허하는 등 신해혁명을 바라보는 중국의 시각은 여전히 복잡해 보입니다. 봉건제를 타파한 신해혁명에 큰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그 혁명 열기가 다시 끓어오르는 데는 주저하는 기색이 엿보입니다.

쑨원의 일대기를 다룬 오페라 '중산'이 당초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3일까지 베이징 국가대극원에서 공연될 예정이었는데 갑자기 취소된 게 단적인 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중국 당국이 신해혁명 100주년을 통해 국론을 모아가고 싶은 마음이 있는 반면 그로 인한 부정적인 효과를 우려해 공연을 취소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쑨원에 대한 집중 조명을 통해 그의 이념인 삼민주의 즉 민족, 민권, 민생이 부각될 것을 우려했다는 지적입니다. 베이징과 상하이 소재 주요 대학들의 신해혁명 100주년 토론회 계획이 불허된 것이나, 난펑촹과 샤오샹천바오 등 일부 주간지가 신해혁명을 독자적으로 재평가하려는 기사를 게재했다가  편집장이 해임된 것도 예사롭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타이완에서도 신해혁명을 다룬 영화 상영이 금지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신해혁명을 다룬 영화 '1911 신해혁명'이 이번주부터 타이완 전역에서 상영될 예정이었는데 갑자기 상영이 중단됐습니다. 타이완 당국은 "주연과 조연 배우의 비율, 제작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이 영화는 중국 영화로 판정되며 중국 영화의 올해 쿼터가 초과해 추가 상영을 금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청룽이 총감독을 맡고 배우로도 출연했고 타이완의 국민배우 자오원쉬안 등 중화권 유명 배우 70여 명이 출연해 제작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던 블록버스터 작품입니다.

타이완 영화계에선 쿼터 초과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 이 영화가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로부터 제작 지원을 받은 것이 상영 불허의 직접적인 배경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현 마잉주 타이완 총통이 친 중국 노선을 표방하고 있지만, 중국에 대한 지나친 쏠림을 경계하는 타이완 내 반발 여론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이런 결정이 내려진 게 아니냐는 겁니다.

중국 정부가 양안 정부 공동으로 신해혁명 100주년 기념식을 갖자고 제안했지만 무산된 것도 중국 정부가 지향하는 '하나의 중국'으로 가는 길이 여전히 순탄치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