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그랜저TG가 정비소에 방치된 까닭은?

[취재파일] 그랜저TG가 정비소에 방치된 까닭은?

지난해 11월 그랜저TG는 단산된다. 5세대 그랜저, HG의 출시를 앞두고서다. 2005년 5월 시판돼 55만 7천 대가 팔린 현대차의 대표적인 준대형 세단. 그랜저TG의 에어백 장치는 오토리브라는 부품업체가 납품한다.

보쉬 중국 공장은 이 에어백 장치에 들어가는 ACU(Airbag Control Unit)를 납품한다. ACU는 에어백 센서가 충돌을 감지하면 에어백이 터지게 조절해 주는 핵심 부품. 보쉬 중국 공장은 올 초부터 그랜저TG용 ACU 납품을 중단한다. AS용 부품만 필요하기 때문에 생산량이 줄어 채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보쉬 중국 공장은 납품 단가 인상을 요구한다. 통상 단산 이후에는 AS용 부품 단가를 조금씩 높여주는 게 일반적이기도 하다.

보쉬가 요구한 인상폭이 너무 크다. 2월, 3월, 4월... 협상은 장기전으로 돌입한다. 5월이 되자 남은 재고마저 완전히 소진됐다. 사고가 나 에어백 교환이 필요하지만 수리를 못하는 그랜저TG가 늘어간다. 역시 보쉬 중국 공장이 ACU를 공급하는 싼타페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여기저기서 아우성이다. 한 달 넘게 ACU가 없어 에어백 수리를 못하는 그랜저TG와 싼타페가 늘어간다. 6월13일. 협상이 타결된다. ACU 공급이 중단 된 지 거의 반 년만이다.

오토리브 대신 직접 협상에 나선 현대모비스가 보쉬의 요구를 100% 수용했다. 단산 후 1~2년 동안은 ACU 공급가격 40% 인상. 단산 후 3~4년 동안은 70% 인상. 단산 후 5년째부터는 100% 인상. 파격적인 인상이다. 국내 부품업체에 ‘갑’인 현대차그룹도 ‘슈퍼갑’인 보쉬엔 어쩔 수 없다.

당장 급한대로 ACU 200개를 주문했다. 17~18일 생산라인을 돌리고 중국에서 공수해 오기로 했다. 다음주 중반 이후면 AS용 부품에 들어가는 ACU 공급난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모비스는 억울하다. 보쉬 중국 공장 ⇒ 오토리브 ⇒ 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부품공급 체인 때문이다. 현대모비스에 납품해야 하는 오토리브에 1차적인 책임이 있는 게 아닌가? 게다가 현대모비스가 직접 협상에 뛰어든 건 5월 초 이후다. 오토리브에 책임을 물을 방법이 있는지 검토해 본다.

그런데 소비자도 억울하다. 55만 대 이상 팔린 대표 차종인데 하릴 없이 한 달 넘게 수리도 못 할 줄 몰랐다. 보쉬를 보고 그랜저TG나 싼타페를 산 게 아니고, 현대차를 보고 산 것이다. 현대모비스도 ACU 공급 중단 사실은 연초부터 알았을 게 아닌가? AS용 부품 공급을 책임지는 회사가 6개월 동안 대체 뭘 한 것인가? 단가에 집착하며 소비자 불편을 이렇게 외면해도 되는가?

더구나 ACU 뿐이면 말도 안 한다. 그랜저TG의 앞바퀴 쪽에 달리는 너클이라는 부품도 한 달 넘게 공급이 안 된다. 이유는 너클을 공급하던 해외 부품 공장의 생산 차질이다. 중국 부품 공장은 화재로, 미국 부품 공장은 품질 미달로 공급이 원활치 않다.

국내 부품업체가 국내외 양산 라인 모두에 부품을 댄단다. AS용은 만들 겨를이 없단다. 파는 게 먼저고 AS는 뒷전이다. 요새 현대차가 잘 나간다고 차를 사 준 소비자들은 홀대받는다는 생각이 든다.

제일 많이 판다는 대표 차종의 AS용 부품 관리가 이 정도라고? 다른 단종 모델들의 사정은 어떨지 궁금해진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