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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문경 십자가 시신 사건의 진실?

- 가능성과 의문점

[취재파일] 문경 십자가 시신 사건의 진실?

지난 1일 경북 문경시 둔덕산 8부 능선에서 58살 김 모씨가 십자가에 못 박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이미 보도가 됐습니다만, 예수 처형 당시 모습을 그대로 재연한 듯 김씨의 양손은 십자가에, 두 발은 십자가 앞쪽에 놓인 나무판에 각각 못 박혀 있었습니다.

김씨의 목과 허리, 양 팔꿈치에는 각각 줄(압박붕대)이 묶여 있었고, 오른 쪽 옆구리에는 날카로운 흉기에 찔린 깊은 상처가 있었습니다. 또, 머리에는 가시 면류관이 씌워져 있었고 흰색 천으로 된 하의 속옷만을 걸친 상태였습니다.

김씨가 못 박힌 가로 180cm, 세로 187cm의 대형 십자가 양 옆으로는 각목으로 만든 작은 십자가 두 개가 땅 속에 박혀 있었고, 그 중 하나에는 손거울이 매달려 있었습니다.

국내에서 유사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엽기적인 사건에 경찰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특히, 사망 원인과 동기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요, 시신이 발견되기 하루 전인 지난 4월 30일 내린 폭우로 인해 현장의 흔적은 많이 사라졌고, 정확한 사망일자 역시 추정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다만, 검안의는 목 맴에 의한 질식과 옆구리 상처로 인한 출혈을 사망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이 때문에 경찰은 자살과 자살 방조, 타살 가능성 모두를 열어 놓고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경찰은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만으로는 일단 자살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옆구리에서 발견된 상처 말고는 시신에서 저항 흔적과 다른 상처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옆구리 상처는 위에서 아래로 45도 각도로 난 것으로 검안의는 스스로도 낼 수 있는 상처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현장에서 발견된 김씨 필체의 십자가 설계도와 실행 계획서(십자가에 매달 순서와 방법)도 이 같은 가능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경찰은 계획서 대로 김씨가 손에 드릴로 구멍을 뚫은 뒤 미리 십자가에 박아 놓은 못에 손을 끼워 넣는다면 혼자서도 실행이 가능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김씨의 왜곡된 종교관이 극단적인 선택을 가져왔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유족과 김씨가 가입했던 종교 관련 인터넷 사이트 운영자는 김씨가 종교에 심취해 있었고 광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진술했습니다. 하지만, 길이가 2미터에 이르는 대형 십자가를 손수 만들어 스스로를 매단다는 것이 쉽게 납득되지는 않습니다.

특히, 어떤 이유에서건 상상하기 어려운 고통을 견뎌내며 자신의 손과 발에 구멍을 내고 못질을 했다는 것이 쉽게 이해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경찰은 누군가가 김씨의 자살을 도왔거나 살해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부검을 통해 약물 복용 여부를 확인하는 한편, 김씨의 통화 내역과 금융거래 내역을 확인해 특정인과 잦은 통화를 했거나 돈이 오갔는지를 면밀히 살펴보고 있습니다. 또, 채석장 주변 탐문 수사를 통해 제 3의 인물이 현장을 드나들지 않았는지도 확인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까지는 채석장 주변에서 김씨를 뺀 나머지 인물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부검 등 수사 결과가 나오면 상당 부분 사건의 실체가 밝혀지겠지만 워낙 많은 의문점들이 증폭된 터여서 십자가 시신을 둘러싼 미스터리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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