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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스마트폰 두고 내렸더니…

[취재파일] 스마트폰 두고 내렸더니…

택시에 휴대전화를 두고 내린 경험, 많은 분들이 있으실 겁니다. 예전에는 휴대전화를 잃어버려도 다시 전화를 하면 기사님께서 받아서 가져다주시고, 그러면 적지만 감사하다는 표시로 1, 2만 원 돈을 드리곤 했었지요. 기사님은 또 "됐다"며 마다하시는 경우도 많았고요.

그런데 요즘엔 휴대전화 한 번 잃어버리면 다시 찾기 참 힘든 것 같습니다. 잃어버린 걸 발견하고 전화를 걸었는데,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소리는 전화기가 꺼져있다는 소리뿐이고...  '아, 내 휴대전화 어디다 팔아먹겠구나'라며 그저 하늘에나 대고 비싼 스마트폰 돌려달라며 허탈해 하는 수밖에 없지요.

스마트폰 어플을 이용해 분실 시 위치 추적을 하겠다는 분들도 계시지만 사실 꺼놓고 돌아다니면 방법이 없습니다. 그런데 일부 택시 기사들이 손님이 두고 내린 스마트 폰을 장물업자들에게 팔아넘기다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경찰이 중국으로 스마트폰을 넘기던 장물업자를 잡았는데 장물업자의 전화기가 끊임없이 울렸습니다. 심지어 조사를 방해할 정도였다고 하는데, 경찰서에 찾아가보니 그 말이 사실이었습니다. 증거물 촬영을 하는 동안에도 스마트폰을 팔겠다는 문의 전화와 문의 문자가 계속 이어졌습니다.

각설하고, 경찰이 이 장물업자에게 이렇게 팔겠다는 사람이 누군가를 수사해 봤더니 거기서 택시 기사들이 나온 겁니다. 물론 남의 스마트폰을 훔쳐서 판 사람들도 있었지만 손님이 무심코 두고 내린 스마트폰을 팔려는 택시 기사들의 전화가 대부분이이라고 하더군요.

경찰에 붙잡힌 택시 기사들의 첫 번째 변명은 스마트폰 작동법을 몰랐다는 이유였습니다. 전화가 오긴 왔는데 어떻게 받는지 몰라서 못 받았다, 켜니까 꺼지고 켜니까 꺼지더라는 등 잘 모른다는 표현도 다양했습니다.

그렇다고 장물업자에게 파는 게 정당한 건 아니지 않느냐며 경찰은 따져 물었고, 결국 나온 이야기는 돈이었습니다. 요즘 택시 이용 손님도 없고, 가져다 줘도 1, 2만 원 받기도 힘든데 5만 원에서 30만 원까지 준다는 장물업자들의 광고에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놈의 돈이 뭔지….' 택시 기사분의 말이 귓가를 맴돕니다.

사실 많은 택시기사들은 이렇게 휴대전화를 가져다 파는 것이 범죄가 된다는 생각을 못하신 것 같습니다. '훔친 것도 아닌데 설마 이게 범죄가 되겠어?', '내가 가지고 있는 것도 모를 텐데 팔면 알겠어?' 이런 생각이었지요.

하지만 범죄가 됩니다. 경찰은 점유이탈물횡령죄를 적용해 입건하고 있습니다. 결국 남이 잃어버린 물건이라고 할지라도 가져다 팔면 죄가 된다는 겁니다.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료에 처할 수 있는 것이라 만만히 보시면 안 되는 행동입니다.

이 사건을 취재하면서 시종일관 씁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세상이 각박해진 것 같고, 인심 좋은 세상은 이제 찾기 힘든 건가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택시 기사들이 오죽했으면 저런 짓을 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보도 이후 조금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장물업자의 휴대전화에는 팔겠다는 사람들의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수사 대상에 올라있는 택시 기사들도 여전히 백여 명에 달한다고 경찰은 밝혔습니다. 남이 잃어버린 고가 스마트폰의 유혹. 잘 물리치실 수 있기를 응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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