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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엄기영 vs 최문순, 누가 이길까?

[취재파일] 엄기영 vs 최문순, 누가 이길까?

엄기영 전 MBC 사장이 2일 한나라당 입당과 함께 강원지사 보궐선거에 출마를 공식 선언했습니다. 최문순 전 MBC 사장은 강원지사 출마를 위해 지난 달 28일 민주당 소속 비례대표 국회의원직을 이미 사퇴한 상태입니다. 다가오는 4.27 재보선에서 MBC 사장을 지낸 엄기영과 최문순 두 사람이 여야 후보로 맞대결을 벌일 경우 누가 당선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관심이 높은 만큼 여론조사 결과도 곧바로 등장했습니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가 지난 26~27일 양일간 강원도 유권자 1,13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ARS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나라당 엄기영과 민주당 최문순의 가상대결에서 엄기영 후보가 42.2%로 35.3% 지지율을 얻은 최문순 후보를 6.9%포인트 차이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잘 모름 또는 무응답은 22.5%였습니다. (신뢰구간 95%에 오차한계는 ±3.1% 포인트)

여러 인터넷 뉴스들이 "엄기영 여론조사 승(勝)", "박빙 예상" 등의 내용으로 조사 결과를 앞다퉈 보도했습니다. 두 사람의 승패를 거론하는 보도내용은 일부 뉴스를 빼고는 예전과는 달리 다소 조심스러워 보입니다. 선거일이 50여 일 남은 지금 결과를 예상하기 어려운 점도 있지만, 지난 6.2 지방선거 이후 제기된 여론조사에 대한 불신도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면서, 무응답자 비율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해석이 없습니다. 위의 조사결과에서도 무응답자가 22.5%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은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와 민주당 최문순 후보 중에 과연 누구를 지지할 가능성이 더 높을까요?

흥미로운 질문이지만, 누구도 자신 있게 대답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응답자들이 여당인 한나라당보다는 야당인 민주당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합니다. 이른바 '야당의 숨은 표', '침묵의 나선이론', '미네르바 효과' 등이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무응답자들이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지지할 확률이 실제로 얼마나 될까요?

이 질문에 답하게 위해,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방송 3사가 공동으로 실시했던 여론조사 자료를 토대로 "무응답자들을 여야로 분류할 수 있는 규칙"을 추정해 보았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전 여론조사의 무응답자들을 여당과 야당에 대해 '20:80 비율'로 분류해 줄 때 조사 결과가 선거 결과에 근접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6.2 지방선거를 3일 앞둔 시점에서 강원지사, 인천시장, 충북지사 당선자를 예측하기 위해 방송 3사가 여론조사기관(미디어리서치, 코리아리서치, TNS)에 의뢰해 실시한 RDD 방식의 전화여론조사 결과를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강원, 인천, 충북 지역은 선거 3일 전만 하더라도 여론조사 결과로 볼 때, 한나라당이 승리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선거 결과 민주당 후보들이 당선된 지역입니다.

아래 표를 보면 강원지사 선거의 경우 D-3일 전화조사에서 이계진 후보 42.7% 이광재 후보 39.7% 무응답 19.2%로 이계진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3% 포인트 정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실제 선거 결과에서는 이광재 후보가 54.4% 득표율로 이계진 후보에 8.8% 포인트 차이로 당선됐습니다.

선거별

후보

전화조사

(D-3)

무응답 분류

(20:80 적용)

실제 선거결과

득표율

강원지사

이계진

42.7%

46.2%

45.6%

이광재

39.7%

53.8%

54.4%

무응답

17.6%

 

 

인천시장

안상수

41.2%

44.8%

44.4%

송영길

38.3%

52.7%

52.7%

김상하

0.8%

1.4%

1.9%

백석두

0.5%

1.1%

1.1%

무응답

19.2%

 

 

충북지사

정우택

42.8%

46.2%

45.9%

이시종

38.0%

51.6%

51.2%

김백규

0.9%

2.2%

2.9%

무응답

18.3%

 

 



이처럼 사전 전화조사와 실제 선거 결과 득표율의 차이는 여론조사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후 분석이지만 D-3일 전화조사 결과에 나타난 무응답자에게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강원지사 선거 전화조사에서 무응답자 비율은 17.6%였는데, 여기에 "20:80 분류" 규칙을 적용하여 두 후보의 예상지지율을 산정해 보았습니다. 그 결과는 이계진 46.2%, 이광재 53.8%로, 실제 선거결과(이계진 45.6%, 이광재 54.4%)에 매우 근접하게 됩니다.

무응답자 분류 20:80의 규칙을 인천시장과 충북지사 선거 여론조사에도 동일하게 적용해 보았습니다. 결과는 위의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인천시장이나 충북지사 선거의 경우 D-3일 전화조사만으로도 실제 선거결과를 거의 완벽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전화조사에 나타난 인천시장과 충북지사의 무응답 비율 19.3%와 18.3%에서 각각 1.3% 포인트는 군소후보의 몫으로 빼고, 여야 20:80 분류 규칙을 적용했음)

그렇다면 무응답자 20:80 분류 규칙을 오는 4.27 재보선 관련 사전 여론조사에 적용하면,  강원지사 후보로 맞대결에서 엄기영과 최문순 두 사람 가운데 누가 당선될까요?

앞서 리서치뷰의 여론조사에서 엄기영 후보가 42.2%로 35.3% 지지율을 얻은 최문순 후보를 6.9%포인트 차이로 리드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22.5%의 무응답이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다른 군소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조건에서, 무응답자 20:80 분류 규칙을 적용해 보면 엄기영 후보는 46.7%, 최문순 후보는 53.3%의 득표율을 얻을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결론은 최문순 후보가 당선된다는 얘기입니다.

4.27 재보선이 가까워지면서 사전 여론조사 결과들을 자주 접하게 될 것입니다. 이럴 경우 조사결과에서 나타난 후보들의 단순지지도만으로 실제 선거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조사결과의 무응답 비율을 자세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전체 무응답 비율은 어느 정도인지, 무응답자들을 여당과 야당에 어떤 비율로 분류해야 실제 선거결과에 근접할지 분석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일단 제가 일부 여론조사와 선거결과에서 도출한 ‘여야 20:80의 무응답자 분류방식’이 4.27 재보선 결과를 미리 예측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단, 이 분류방식은 여야 양자 대결 구도이면서 여론조사 결과 유력 두 후보의 지지율 차이가 20% 이상 벌어지지 않는 경우에 적용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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