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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괴물 차량이 질주할 수 있는 이유는?

[취재파일] 괴물 차량이 질주할 수 있는 이유는?
교통안전 캠페인의 단골 주제 가운데 하나는 '차선 지키기' 입니다. 차선은 생명선이라는 캠페인 광고도 많이 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차선보다 폭이 넓은 차량이 있다면 '차선 지키기'는 별 의미가 없겠죠? 그런 차가 있다고 해서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국내 도로의 폭은 보통 3미터 안팎입니다. 일부 구간은 3미터에 못미치기도 합니다. 그렇다보니, 국토해양부는 자동차관리법상에 차량의 너비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습니다. 차량 폭이 너무 넓으면 다른 차선을 침범하는 등 위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규정상 차량의 너비는 2.5미터를 넘지 못하도록 돼 있습니다. 일부 특수 차량의 경우 특례규정이 적용되는데, 그래도 2.75미터를 초과해서는 안됩니다. 그런데 취재를 해보니 차량 너비가 3미터를 초과하는 차량이 있었습니다. 트레일러, 더 정확히 말하면 '저상형 트레일러'라는 대형 차량인데, 굴삭기나 유류 저장탱크 같은 대형 구조물을 싣고 다니는 차량입니다.

평택항과 인천항 등 국내 주요 항과 물류창고를 많이 오가는 현장을 취재했는데, 차량 크기가 워낙 크다보니 1개 차선을 꽉 채우고도 남을 정도였습니다. 일반 차량 운전자들에겐 그런 트레일러의 존재 자체가 위협일 수밖에 없습니다. 

주차장에 세워진 저상형 트레일러의 폭을 직접 재봤더니, 보통 3미터 정도였고, 일부 차량은 3.2미터까지 나오기도 했습니다. 현행법상 엄연한 불법 차량인데, 차량 후미에는 정식 번호판이 버젓이 붙어있었습니다. 어찌된 일일까요? 

해당 트레일러를 등록해 준 차량 등록사업소를 찾았습니다. 전산시스템에 조회를 해봤더니, 해당 트레일러의 차량 제원표에는 너비가 2.5미터, 2.75미터 등 현행법에 맞는 차량으로 등록돼 있었습니다. 차량은 불법인데, 서류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차량이었던 겁니다.

등록사업소 직원에게 등록할 때 차량을 직접 확인하지 않냐고 물었더니, 통상적으로 서류만 보고, 세금만 잘 받으면 번호판을 내준다고 하더군요. 왜 직접 보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그 큰 차량을 어디에 주차시키겠느냐는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차량 자체가 워낙 크다 보니 도로상에서 사고도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그걸 단속하는 경찰 조차 트레일러 차량이 기준을 초과하는지 여부에는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합니다.

한 번에 많은 짐을 실어 나르려는 차주들이 트레일러 제작사에 의뢰해서 차 폭을 아예 넓게 만들어달라고 주문하거나, 정상적인 규격으로 차량을 구입한 뒤에 사설 제작소에서 폭을 넓히는 개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리 현실이 이렇다고 하더라도 등록하고, 검사하는 과정만 제대로 이뤄졌더라도 이런 괴물 트레일러를 걸러낼 수 있었을텐데요. 참 답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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