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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조류 퇴치작전…새 비명소리까지 동원

[취재파일] 조류 퇴치작전…새 비명소리까지 동원
국내 공항들은 해마다 이맘때 쯤이면 골칫거리가 하나 생깁니다. 이유는 다름 아닌 새 때문입니다. 월동을 위해 우리나라로 내려왔던 겨울 철새들이 요즘 다시 북쪽으로 날아가는데, 철새들이 무리지어 이동하다보니 항공기와 충돌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작은 새 한 마리가 뭐 대수냐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생각보다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서 각국 공항들은 24시간 새를 쫓아내기 위한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인천공항과 김포공항, 제주공항 등 국내 공항에서 새와 항공기가 충돌한 사고는 모두 119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전년도에 비해 10% 감소한 수준이지만 해마다 꾸준히 100여 건씩 충돌 사고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워낙 항공기가 빠르게 날다보니까, 작은 몸집의 새와 충돌해도 순간 충격은 상당합니다. 예를 들어, 몸무게가 900g 짜리 새가 시속 370km로 날아가는 항공기와 충돌하면 순간 충격이 4톤이 훨씬 넘는다고 합니다. 특히 위험한 것은 새가 항공기 엔진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엔진 기능이 정지되는 것인데, 실제로 지난 2009년 초, 미국에서는 승객 150명을 태운 항공기 엔진 속으로 새가 들어가면서 항공기가 허드슨강에 추락하는 아찔한 사고도 발생했습니다.

새 떼와의 전쟁을 취재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을 방문했는데, 새를 쫓는 방법이 참 가지가지 있더군요. 예전에는 조류퇴치반이 공포탄만 멀리서 쏴도 새들이 겁을 먹고 도망갔는데, 요즘은 새들이 영악해져서 웬만한 소리로는 꿈쩍도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작은 깨알 같은 쇠구슬이 포함된 산탄을 발사해 새의 몸에 툭툭 떨어지도록 하거나, 새 무리 근처까지 날아가서 불꽃을 내며 터지는 새로운 탄약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눈에 띄는 방법 중 하나는 소리를 이용해 새를 쫓는 방식입니다. 독수리나 매 같은 천적의 울음소리를 내서 새를 쫓는 방법은 예전부터 있었던 고전적인 방법입니다. 최근에는 각종 새들이 내는 비명소리, 그러니까 고통을 받을 때 내는 소리를 녹음해서 이를 활용하고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수입한 음향이라고 하는데, 울음소리가 정말 기괴한 게 약간 소름이 끼치기도 하더라고요.

이밖에도 새들이 좋아하는 먹이가 풍부하면서, 항상 물이 흐르는 배수지에는 촘촘하게 와이어를 설치해서 새들이 아예 활주로 근처에는 앉지 못하게 한다든가, 새들이 싫어하는 소리를 내면서 움직이는 허수아비 인형, 일명 스케어리맨이라는 장비도 동원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조류 충돌(버드-스트라이크)을 방지하기 위한 갖가지 노력이 이뤄지고 있지만, 인터넷에 올라온 몇몇 사진들을 보니 '조류퇴치반 직원분들이 참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유상종이라고... 새들이 날개달린 비행기를 유독 좋아하는건지, 아니면 큰 적으로 착각하고 떼를 지어 공격하는지 모르겠지만, 비행기를 보고 어디선가 달려드는 새들을 근본적으로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하는 약간의 걱정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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