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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아파트에 살아야 한다고...

수도관 동파에 떠는 다세대 주택

이래서 아파트에 살아야 한다고...

그야말로 손발이 오그라드는 추위가 계속됐다. 좀 풀린 날씨가 영하 3도라니, 이미 마약보다 끊기 힘들다는 내복에 중독된 지 오래다. 이런 날씨에 물까지 안 나오면 그야말로 앞이 캄캄하다.

물이 안 나오니 보일러도 멈춘다. 식사는 밥통에 남은 말라비틀어진 찬밥으로 때워야 한다. 지난 월요일 서울, 경기 지역의 동파 접수가 7천 건을 넘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다세대와 단독주택. 특히 계량기가 아니라 수도관 자체가 얼어터진 경우가 많아 더욱 골치가 아픈 상황이었다.

1미터 이상 깊이의 땅 속에 묻힌 수도관이 얼어터지면 중장비를 동원해 땅을 파고, 스팀 해빙기를 얼음이 녹을 때까지 쑤셔넣은 다음, 새 수도관으로 교체해야 한다. 최소 4명 이상이 투입돼 3시간은 해야하는 '대공사'다.

다세대나 단독 주택의 수도관이 잘 터지는 건 수도관이 워낙 얇기 때문이다. 어른 새끼 손가락 두께만한 수도관을 사용하다보니 쉽게 얼고 깨진다. 이에 비해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들은 직경 20센티미터가 넘는 대형 수도관을 쓴다. 어른 팔뚝만한 크기다.

아파트는 애초에 공사를 할 때 수백 가구가 사용할 것을 염두에 두고 대형 수도관을 설치한다. 하지만 다세대와 단독 주택처럼 개별적으로 지은 집들은 수도관을 그때 그때 끌어와 만들기 때문에 얇은 수도관을 쓴다고 한다.

구조적으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는 하지만 추운 날씨에 만날 다세대, 단독 주택만 동파가 속출하고 있다.

"매년 한 번은 터지고 넘어간다. 물을 틀어놓는 걸 하룻밤만 깜빡하면 다음날 100퍼센트 터진다." 다세대 주택에 사는 한 영감님은 살아보지 않은 사람은 이 불편을 모른다고 한다. 이래서 "아파트, 아파트 하는 거다."라는 말씀까지 덧붙이신다. 

비싼 만큼 주거 편의성이 뛰어나니 다들 아파트에 살아야 한다고 노래를 부르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수돗물 공급쯤은 아파트나 다세대나 비슷한 안정성이 필요해 보였다. 유독 다세대와 단독에 사는 사람들만 우리나라가 물부족 국가라는 사실을 실감할 필요는 없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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