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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노동절 연휴 중···그런데 왜 9월에?

한국이 몹시 무더운 여름을 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있습니다.

뉴욕은 이제 아침 저녁으로는 선선하고, 낮에 습도도 많이 줄었습니다. 뉴욕이 위도상 북위 40.45도입니다. 한반도로 치면 신의주쯤 된다고 하는데, 확실히 여름이 끝나가는구나 하는 느낌이 듭니다.

뉴욕은-아니, 미국은 지난 6일 월요일이 휴일이었습니다. 노동절(Labor Day)이었지요. 그래서 토-일-월 3일 연휴가 되었습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금요일도 휴가를 내고 4일 연휴를 즐겼습니다. 여름 휴가철이 끝나가는 마당에 즐기는 3~4일의 연휴. 정말 꿀맛이겠지요? (특파원은 한국 시간대에 맞춰서도 일을 하기 때문에 제대로 연휴를 즐길 수는 없어서 '추측형 어미'를 썼습니다.)

한국에서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일단 부러우시겠지요. 그 전에, 다른 나라들은 5월1일 노동절을 쉬는데 미국은 왜 9월에 노동절일까요?

궁금해서 자료를 찾아봤더니 이렇습니다. 미국에서의 노동절(Labor day)은1894년, 글로버 클리브랜드 당시 대통령이 연방 휴일로 정했습니다. 많은 사상자를 낸 최악의 노동 분쟁인 '풀만 스트라이크(Pullman Strike)' 이후 사회적 화해를 이끌어내는 방안의 하나로 이뤄진 정치적 결정이었습니다.

당시 다른 많은 나라의 노조들은 이미 5월 노동절을 기리고 있었습니다. 이는 1886년 5월4일 시카고 헤이마켓 공원에서 벌어진 사건을 기념하기 위한 성격이 짙었다고 합니다. 당시 파업노동자를 지지하는 시위를 무장경찰이 진압하는 가운데, 시위군중쪽에서 경찰에 폭탄을 던졌고, 경찰이 이에 발포,응사하면서 많은 사상자가 났던 사건입니다.

1894년의 미국 정치권은 노동절을 5월로 정하면 매년 '헤이마켓 사건'의 상처를 헤집게 될 것을 우려했습니다. 클리브랜드 당시 대통령은 헤이마켓 사건보다 앞선 1882년, 당시 미국 노동운동의 선도조직 중 하나인 뉴욕중앙노조(Central Labor Union of New York)가  9월5일 노동절을 기렸고, 이후 다른 주에서도 9월 노동절을 기념한 바 있다는 점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9월 첫 주말에 뒤따르는 월요일을 노동절 휴일로 지내게 된 것이지요. (휴일을 지켜 쉬는 것을 'observe'라고 표현합니다. '뉴욕증권거래소는 노동절에 쉽니다'는 'New York Stock Exchange observes Labor Day.'가 됩니다.)

이렇게, 피로 얼룩진 선조들의 노동 투쟁 덕분에 현대 미국인들은 늦여름 연휴를 즐기게 되었습니다. 오늘날 미국에서 Labor day는 사회 정치적인 날이라기보다는 '여름이 끝나는 날'로서의 성격이 더 강합니다.

우선, '레이버 데이'는 6월 초-중순부터 시작된 학생들의 여름방학이 끝나는 날입니다. 레이버 데이(Labor Day) 다음날인 화요일은 미국 전역에서 학교가 개학을 합니다. 아이들 키우시는 분들은 아시지요. 방학 때 부모들-특히 어머니들이 얼마나 어려운 시간을 보내는지 말입니다. Labor day는 그래서 학부모들이 '해방되는 날(liberation day)'이라고도 합니다. 여기 저기서 학부모들의 만세 소리가 들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이를 패러디한 광고도 많이 나옵니다. (특히 맞벌이 부부인 경우, 아이들을 맡아줄 사람과 매일 아이들 보낼 과외활동을 마련하는 일이 금전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보통 부담스러운 게 아닙니다.)

미국 학교들은 개학할 때에, 한 학기동안 쓸 소모성 학용품들을 들고 가서 사물함에 넣어놓습니다. 그래서, labor day 즈음이 되면 각 가정에선 특정 종류의 노트북에서 풀, 펜에 이르기까지, 학교에서 지정한 물품들을 장만하느라 분주합니다. 가을 새 학기 (미국은 가을에 학기가 시작되므로 새 학년입니다.)에 입을 옷도 마련합니다. 컴퓨터 등을 새로 사는 가정도 많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미국에서 'labor day'는 연중 가장 큰 쇼핑 대목 중 하나입니다. 세일도 많이 합니다. 이 세일의 실적을, 월가에서는 가을철 소비경기의 바로미터로 봅니다. 올해는 그래도 세일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지난해보다는 뜨거워서 '레이버 데이 세일'의 실적들이 예상보다 좋다고 합니다.

'Labor Day'는 여름 휴가놀이철의 끝이기도 합니다. 미국 동부지역의 해수욕장들이 '레이버 데이'를 끝으로 사실상 닫습니다. 지난주 금요일 미 동부지역에는 허리케인 얼(Earl)이 상륙한다 하여, 많은 해변에서 바다수영이 금지됐습니다. 그러나 막상 허리케인 얼의 여파가 별로 없이 바람만 좀 불고 좋은 날씨가 이어지자, 여러 매체와 많은 시민들이 기상대 예보에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서울에서도 지난 주말께 상륙한다던 태풍이 별 일 없이 지나갔다면서요?)

그런가 하면, 스포츠에서는 미식축구 시즌이 공식 개막합니다. NFL은 시범경기 일정을 마무리짓고 정규 시즌을 시작합니다. (프로 미식축구의 결승전인 슈퍼볼은 한겨울 추울 때 하지요.)

우리에게 단오, 삼복, 입추 같은 절기가 있듯 미국에도 절기가 있습니다. 형태가 다를 뿐이지, 봄이 오고 ,여름이 가고 밤이 길어지며 겨울이 오는 주요 길목마다 쉬거나 즐기는 날들이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노동절은 미국식 '입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 '절기'는 할로윈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 이야기는 할로윈 때 들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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