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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로나이즈드 피겨를 아시나요?

국내 유일 주니어팀 아리엘 "1등 아니어도 즐겁게 스케이트 즐기고 싶어"

"모두 연아처럼 탈 수는 없잖아요. 1등은 아니어도 즐겁게 스케이트를 탈 기회를 주고 싶었습니다."

'피겨 여왕' 김연아를 통해 알 수 있듯이 피겨 스케이트는 개인이 주목받는 스포츠다. 그러나 모두가 여왕이 될 수는 없는 법. 최고가 될 수 없음을 깨닫는 순간 수많은 어린 선수들이 스케이트를 포기하는 것이 한국 피겨의 현실이다.

그러나 여왕은 될 수 없지만 스케이트는 포기하지 않는 어린 선수들도 있다. 이들이 모여 만든 팀이 국내 유일의 주니어 싱크로나이즈드 피겨스케이트 팀인 '아리엘'이다.

일요일인 21일 오전 8시. 아리엘 팀원 16명 가운데 15명이 '여왕' 김연아의 사진이 붙어 있는 태릉 국제스케이트장 맞은 편 실내빙상장에 모였다. 이 가운데 신입 팀원 2명을 제외한 13명이 음악에 맞춰 군무를 펼쳤다.

흔히 피겨 스케이트는 개인 또는 남·녀 커플 종목으로 알려져 있지만 국제빙상경기연맹(ISU·International Skating Union)은 여러 명이 군무를 펼치는 '싱크로나이즈드'를 정식종목으로 인정하고 있다. 한해 10여 차례 이상 국제대회도 개최한다.

현재 한국에는 주브널(7~12세) 3개, 노비스(10~15세) 1개 등 주로 초등학생으로 구성된 싱크로나이즈드 팀은 4개가 있지만 중·고등학생으로 구성된 주니어(12~19세) 팀은 아리엘 단 하나뿐이다.

아리엘 팀원은 평소에는 일주일에 한 번 태릉 실내빙상장이나 목동 아이스링크, 한체대 아이스링크 등에 모여 호흡을 맞추고 외부 공연이나 특별강연이 있을 때는 매일 모여 안무를 연습한다.

아리엘 주장 임희진(18.여)양은 "스케이트에 모든 것을 쏟아야 하는 싱글에 비하면 우리는 여유가 있는 편"이라며 "즐겁게 스케이트를 탈 수 있고 여러 명이 모여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작품을 만드는 보람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최초로 'ISU 정관 및 일반규정'을 번역·출간해 화제가 된 대원외고 '피겨 연구회' 멤버인 조수민(17.여) 양도 아리엘 팀원이다.

조양은 "학업에도 신경을 써야 하니까 싱글 선수를 계속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했지만 좋아하는 스케이트를 계속하고 싶어서 싱크로팀에 입단했다"며 "여건만 된다면 끝까지 싱크로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양처럼 학업 병행 등을 이유로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싱글 선수를 포기한 팀원이 대부분이지만 실력은 결코 싱글 선수보다 뒤처지지 않는다.

아리엘은 지난해 한국 싱크로팀 사상 처음으로 헝가리 국제대회에 출전해 5위에 올랐으며, 올해는 아시아빙상경기연맹이 4월 태국 방콕에서 개최할 예정인 아시안컵 피겨챔피언십 싱크로나이즈드 종목에 참가할 예정이다.

또 한국 싱크로나이즈드 피겨의 발전 가능성을 눈여겨본 ISU에서 먼저 코치 파견을 제의해 지난해 8월과 2008년 8~9월 ISU가 파견한 외국 코치의 특별 지도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국외에서 인정받는 것과는 달리 아리엘은 2007년 창단 이후 몇 차례 해체 위기를 겪는 등 팀을 유지하기도 벅찬 실정이다.

          


국내 피겨 선수층 자체가 얇은 데다 싱글선수로 일정 수준에 이르지 못하면 10대 중반이 되기 전 스케이트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 팀원 수급에 어려움이 많다.

ISU 규정상 주니어 싱크로팀의 정원은 16명. 아리엘의 현재 팀원도 16명으로 단 한 명이라도 부상하거나 팀을 탈퇴하면 팀 구성이 불가능하다.

또 참가할 수 있는 국내대회도 전무하다시피 하다. ISU는 주브널(7~12세), 노비스(10~15세), 주니어(12~19세), 시니어(14세 이상)로 구분해 싱크로 경기를 운영하지만 국내 대회는 초등부, 중등부, 고등부로 나눠 치러진다.

국내대회 규정에 따르자면 아리엘은 팀을 중등부와 고등부로 쪼개야 하는데 이 경우 어느 쪽도 정원을 채울 수 없다. 아리엘이 2007년 5월 창단 이후 대한빙상경기연맹이 주최하는 국내대회에는 한 번도 출전하지 못한 이유다.

창단 멤버인 임희진 양은 "대회에 자주 나가야 실력도 늘고 팀 활동도 열심히 할 텐데 출전할 수 있는 대회 자체가 없다 보니 답답하다. 목표의식이 희미해지면서 탈퇴하는 팀원을 볼 때마다 서러움이 북받쳤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아리엘 방수자(67.여) 감독은 "여왕은 한 명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1등만 남아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다른 길을 찾는 아이들과 달리 스케이트가 좋아서 남은 아이들입니다. 이 아이들이 스케이트를 더 좋아할 수 있도록 대한빙상경기연맹에서 조금만 배려해줬으면 고맙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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