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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계 '한여름밤의 꿈'은 지났다

'디 워' '화려한 휴가' 이후 손익분기점 넘기 힘들어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추운 계절을 맞았다. 계절뿐 아니라 영화계도 찬바람에 몸서리치고 있다.

11월은 전통적인 비수기이지만 그 강도가 세다. 특히 빅시즌인 추석부터 본격적인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해 좀체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디 워'와 '화려한 휴가'로 총 1천700만 관객을 불러모아 회생의 기미를 보인다고 들떠했던 여름은 그야말로 '한여름밤의 꿈'에 그칠 형국이다.

여기에는 영화계의 총체적 위기가 수치로 보여지고 있으며 특별한 전환점을 모색하기 힘들다는 데 영화계 한숨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손익분기점 맞추기도 힘들어

'디 워'와 '화려한 휴가'가 여름을 달군 이후 얼마 지나지 않은 9월 중순 맞게 된 추석에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 '즐거운 인생' '두 얼굴의 여친' '상사부일체' '사랑' 등이 개봉했으나 성적은 기대 이하였다.

'사랑'은 극장 수익만으로 손익분기점을 넘긴 약 210만 명을 넘어섰고, '즐거운 인생'은 다른 영화에 비해 제작비가 적어 약 125만 명이 관람했음에도 손익분기점을 맞췄다.

외화 '본 얼티메이텀'이 200만 명을 넘겨 큰 이익을 챙긴 것에 비해 한국영화는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해도 그다지 큰 재미는 보지 못했다.

이어 10월 개봉한 영화도 마찬가지다. 10월3일 개봉한 허진호 감독의 '행복'이 첫 주 60만 명을 넘기며 관심을 모았으나 이후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며 5일 현재 118만 명(이하 영화진흥위원회 박스오피스 발표 기준)에 불과해 손익분기점에 턱없이 모자라다.

이 영화는 순제작비 33억 원, 마케팅 비용을 포함한 총제작비 51억 원 규모로 해외판매까지 이뤄진다고 해도 극장 관객이 160만 명 정도는 돼야 손해를 면할 수 있다.

선전하고 있는 '궁녀' 역시 순제작비가 33억 원, 총제작비 50억 원 규모로 역시 '행복'과 비슷한 수치가 달성돼야 한다. 현재 123만 명이 들었다.

'궁녀'의 프로듀서 원정심 씨는 "시간이 지나도 큰 낙폭은 아니어서 종영시까지 손익분기점은 맞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손익분기점을 향해 가는 영화는 '바르게 살자'. 지난달 18일 개봉한 '바르게 살자' 역시 50억 원 규모의 총제작비가 소요됐다. 관객의 입소문으로 166만 명 넘게 들어 손익분기점은 가뿐히 넘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화제를 모았던 이명세 감독·강동원 주연의 'M'은 영화적 평가는 차치하고 개봉 2주차에 40만 명에 턱걸이해 흥행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결국 추석 이후 '사랑'과 '바르게 살자'만이 안정적으로 이익을 얻었고, '즐거운 인생'과 '궁녀'는 손해를 보지 않을 정도가 된 것.

◇무엇부터 손대야 하나

올 한해 지속적으로 지적돼왔지만 급격히 하락한 관객 수와 영화 개봉작 편수의 과다, 높은 제작비 등 여러 요인이 합해지며 총체적 난국을 겪고 있는 것.

영화진흥위원회 영상산업정책연구소 김현정 씨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한국영화 개봉 편수는 81편으로 작년 동기 82편과 비슷한 수준이다. 작년에는 총 108편이 개봉돼 사상 최고의 개봉 편수를 기록했으니 이 수치가 얼마나 많은 것인지 짐작케 한다. 더욱이 일본, 중국 등 미국 외 국가 영화의 개봉 편수 증가로 총 개봉 편수는 전년 동기 대비 17편이 증가한 280편을 기록했다.

개봉 편수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3.4분기 전국 총 관객 수는 1억 2천447만 8천986명·서울 관객 수는 3천774만 8천140명으로, 서울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했다. 특히 한국영화 관객 수는 전국 6천360만 8천417명·서울 1천712만 3천120명으로, 서울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5.5%나 감소한 수치를 보였다.

원 씨는 "보통 10월은 추석이 들어 비수기에도 잠깐 회복하는데 올해는 추석이 여름 성수기 직후 곧바로 이뤄졌던 데다 영화 제작편수가 많은데 영화 관객은 현격히 줄어 영화마다 나눠 가질 파이 자체가 적어져 더욱 힘들어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행복'의 제작사 영화사 집의 허지희 마케팅팀장은 "첫 주에 기대 이상 관객이 들어 순항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후 많은 영화들의 개봉 시기가 맞물리며 어느 한 편도 흥행에서 주도하지 못하는 현상을 보였다"고 말했다.

'디 워'를 둘러싼 영화계 일부 집단과 관객 간의 논쟁에서 한국영화계에 대한 관객의 불신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듯이 한국영화계가 양적 경쟁이 아닌 질적 경쟁을 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영화계 인사들은 저마다 "블록버스터급 영화를 제외하고는 전국 관객 100만 명을 넘기면 최소한 손해를 볼 수 있지 않는 제작비로 맞추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11월 개봉할 '세븐데이즈' '스카우트' '우리 동네' 등이 얼마나 관객의 발길을 이끌어 한국영화계가 연말연시 성수기를 어떻게 맞게 될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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