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세일즈맨이 되기 위해서는 동토의 땅에 냉장고를 팔고, 열사의 땅에 난로를 팔아라."
수출만이 살길이라고 외치던 지난 7, 80년대 우리 무역인들이 금과옥조처럼 여기던 말이었습니다.
이 거짓말 같은 격언을 현실로 만든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석유난로 수출업체 파세코의 유병진 회장.
[유병진/석유난로 수출업체'파세코' 회장 : 이라크 전쟁 피난 갈 때 보니까 트럭 뒤에 애들하고, 솥단지 같은 긴급 품목 싣는데 우리 난로가 있더라고. 필수품이니까. 그걸 CNN방송에서 봤는데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암만, 이라크 등 1년 내내 한여름 날씨인 중동지역에 난로를 판 지 20여 년.
이제는 연간 수출액 6천 5백만 달러로 전 세계 난로시장 50%이상을 독차지한 세계 1위의 글로벌 기업입니다.
[처음이나 지금이나 중동에 난로를 판다고 하면 내가 거짓말하는지 안다. 하지만 중동은 일교차가
심해서 낮에는 선풍기, 저녁에는 난로가 있어야 생활할 수 있기 때문에 (난로)시장이 크다.]
난로 심지 회사로 출발한 파세코.
하지만 심지와 무관하게 생기는 문제들은 아예 석유 난로를 만들게 한 디딤돌이었습니다.
[(처음)심지 납품할 때 석유난로의 품질에 문제가 있으면 심지탓을 했다. 그걸 해명하기 위해서 석유난로에 대해서 연구를 많이 했다.]
이렇게 개발한 난로의 첫 수출 계약.
상대는 안전규격 획득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이었습니다.
[김윤국/파세코 기술연구소 이사 : 내구성이 6천 번을 꺼져도 꺼지는 장치에 이상이 없어야하는 규정이 있었는데, 약 3천번 정도에서 작동이 멈추고 고장이 났다.]
우여곡절 끝에 성사된 첫 수출은 글로벌 시장 제패의 신호탄이었습니다.
[수출 배는 떠났고 물건은 이제 규격에 합격을 못하면 다시 돌아와야 될 판인데, (미국 안전규격) 합격 통보를 받고 전 직원이 울며 노래하며 춤추며 그랬었다. 지금도 그 생각하면 좋았던 기분, 고생한 눈물이 생각난다.]
국내에선 사양길로 접어든 한물간 물건이었지만, 프랑스와 캐나다 등 세계 각국으로부터 품질 인증을 받으면서 2000년대 들어서는 100년 이상 앞선 기술의 난로 선진국, 일본을 제치고 세계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습니다.
이는 일찌감치 블루오션에 눈을 돌린 유회장의 남다른 개척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나는 틈새시장을 찾아다닌다. 물론 개척하기는 어렵지만 틈새시장을 찾았을 때 그 시장의 수명은 길다.]
그의 또 다른 성공 전략은 품질! 유회장은 소비자들이 믿고 살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매년 매출액의 5~6%를 연구개발에 재투자하고 있습니다.
[돈을 잃으면 찾을 기회가 있지만 신용을 잃으면 다시 찾기는 대단히 어렵지 않냐. 신용은 반드시 지켜야 된다.]
5년 전부터는 냉장고, 가스 오븐레인지 등 붙박이 가전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석유난로를 잇는 세계 최고를 향한 그의 도전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는 경쟁 사회이기 때문에 경쟁에서 이겨야 된다. 그래야만 소비자가 좋은 물건을 좋은 가격에 살 수 있다. 경쟁이 없다면 사업 하는데 재미가 없을 것이다.]
석유난로는 자신의 분신이라고 거침없이 말하는 유병진 회장.
[(난로는) 가족 같은, 자식 같은 (존재다.) 내가 죽을 때까지, 회사가 존재 할 때까지 (난로 사업을 할 것이다.) 지금 얘기는 가식이 아니다. 사실이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고, 다른 이들이 쳐다보지 않은 곳에서 새롭게 길을 만들겠다는 유 회장의 도전정신, 진정한 기업 경쟁력이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