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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 지하철 '방연 마스크', 오히려 안전 위협

<8뉴스>

<앵커>

서울 지하철 3, 4호선에 비치된 이른바 화재대비용 방연마스크. 유독 가스로 인한 질식사를 막기 위한 필수적인 장비입니다. 그러나 지금 있는 마스크는 차라리 쓰지 않는 것이 더 낫다고 합니다.안정성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습니다.

임상범 기자의 '기동취재'입니다.

<기자>

지하철 3호선 전동차 안입니다.

출입문 바로 옆에 설치된 보관함에는 방연마스크가 들어 있습니다.

이 마스크는 지난 16일 지하철공사가 화염과 유독가스로부터 승객들의 안전을 지킨다며 설치한 것입니다.

과연 제기능을 할 수 있는지 방재청 산하 한 전문기관에서 성능검사를 해봤습니다.

위급시 빨리 벗겨져야 할 포장지는 맨손으로 찢기가 어렵습니다.

마스크 두건의 이음새는 조금만 힘을 줘도 쉽게 뜯어집니다.

이번엔 화염에 얼마나 버티는 지를 측정하는 불꽃관통성 실험.

최소안전기준인 3초에 훨씬 못미치는 1.7초만에 구멍이 뚫립니다.

방열처리가 됐다는 마스크 두건 외부에 불을 대 봤습니다.

내부가 타며 금새 유독가스가 나옵니다.

[김해형/한국소방검정공사 시험부 : 저희 인정기준과 전혀 다르기 때문에 불충분하고, 성능적인 측면에서도 방연마스크로는 불충분한 제품으로 판단됩니다.]

지하철 3,4호선에 설치된 방연마스크는 모두 7만 6천개.

공사측은 제품 안전성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서울지하철공사 직원 : 아황산가스하고 일산화탄소는 검증된 거 아닙니까? (이 두 가지면 된다는 기준은 누가 정한 거죠?) 전문기관의 공식적인 자문은 받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취재결과 마스크는 지하철공사가 한 광고대행업체와 21억짜리 광고를 맺으면서 옵션으로 받은 것입니다.

[광고대행업자 : (이거 개발 하시는데 몇 억 들었죠?) 10억 이상 돈이 들어가고 있는데...(당연히 예산안에 포함됐을 것 아닙니까?) 그럼요.]

문제는 계약 시점인 4월에는 완성품 마스크가 아예 만들어져 있지도 않았다는 점입니다.

[방연마스크 제조업자 : (이 완성품이 나온게 언제죠?) 7월 16일 날 제출한 겁니다.]

당연히 거쳐야 할 임상실험도 하지 않았습니다.

[방연마스크 제조업자 : 독가스에 대해서 임상실험하는 것은 2차대전시에 독일 나치하고 일본에서 마루타 실험 외에 어떻게 하겠습니까?]

더구나 공사측은 이런 사실을 알고도 안전성 검증도 제대로 안된 제품을 보급시켰습니다.

[서울지하철공사 직원 : 공사에 실험할 수 있는 기반시설이 돼 있는 것도 아니고..다 설치된 후에 샘플 뽑아서 샘플조사를 하겠다는 얘기죠.]

[이태식/소방방재청 자문위원,연대 겸임교수 : 고온의 열이나 유독가스가 발생하는 극한 상황을 가정하고 만들어져야 하기 때문에, 위급시 착용했을 때 생명에 더 위협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걱정이 듭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업체는 뒤늦게 마스크 수거에 나섰습니다.

[광고대행업자 : 포장지의 하자죠. 제가 리콜시킨 거예요.]

지하철 공사는 여전히 책임회피에만 급급합니다.

[서울지하철공사 직원 : 우리가 하는게 아니라 000회사가 모든 걸 책임지게 돼 있어요.(사람 목숨과 직결된 제품을 설치하는데 문제 있다고 생각 안하세요?) 이게 안 하는 것보다 훨씬 나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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