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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자마자 밥도 못 먹고 또 나가는데…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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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전국 곳곳에 야간학교, 야학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경기도 의정부엔 20대부터 70대까지, 200여 명의 학생이 공부하는 노성야학이 있습니다. 각자의 사정으로 학업을 중단해야 했던 사람들에게 초, 중,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13년째 돈 한 푼 받지 않고 봉사를 하고 있는 김유식 씨를 <비디오머그>가 만났습니다.

김 씨의 본업은 경기도청 소속 시설직 공무원입니다.

[김유식 / 경기도 도로안전과 주무관]
"안녕하세요, 경기도에서 시설직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김유식 주무관입니다. 도시 계획이라든가 또 광역 교통망, 안전 시설을 유지·관리하는 그런 담당을 하고 있습니다. 2년을 저희 학교에서 수업을 이수하시면 중등 학력이 나옵니다. 중등 과정부터 저희 야학에서 수업을 받으시고 고등 과정 가셔서 또 고등 과정 학력을 검정고시를 패스한 다음에 대학교까지 진학하셨어요. 야학 선생님으로 다시 그거를 환원하는, 나눔에 동참하는 선생님이 계십니다."

야학에서 먼 근무지로 발령받거나 몸이 힘들었을 때는 종종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했지만, 마찬가지로 낮에는 생업에 종사하고 밤에 시간을 내 야학을 찾는 학생들이 눈에 밟혔다고 합니다. 수원으로 발령받아 근무했던 5년 동안에도 퇴근 뒤 2시간의 거리를 이동해 봉사를 이어갔습니다.

[김유식 / 경기도 도로안전과 주무관]
"추운 겨울날 같은 경우도 제가 들어가면 환호성을 쳐요, 선생님이 왔다고. 그 느낌은 사실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잘 모를 겁니다."

[이양숙 / 노성야학 학생]
"저도 직장을 다니면서 오거든요. 진짜 힘든 일이라는 거 알아요. 선생님한테 배우는 거에 대해서 너무 행복해요, 진짜. 자존감도 높아지고 그냥 늘 행복해요. 너무 쉽게 잘 가르쳐줘요. 제가 수학을 잘 모르는데 선생님 말씀하시는 거 쏙쏙 잘 들어와요."

그가 무리해서라도 교단을 지키려는 건 학생들 얼굴에서 생계를 위해 어린 시절 학업을 포기해야 했던 어머니를 보기 때문입니다.

[김유식 / 경기도 도로안전과 주무관]
"어머니가 마음의 한 구석에 걸려 있었습니다. 유년 시절에 생계를 책임지다 보니까 힘든 과정 속에 학업을 포기를 하셨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저희 어머니도 야간학교를 다니셨더라고요. 저한테 말씀 안 하시고요. 예전엔 문서 하나 작성하시는 데도 굉장히 많이 망설이고 저한테 의지를 했는데 예전과 다르게 굉장히 자신감을 얻으셨어요. 학습자들을 보면서 감히 학습자들이 왜 이 학교에 와서 그 늦은 시간에 딱딱한 의자에서 수업을 하는지에 대해서 이해가 되더라고요."

하지만 평생교육기관으로서의 야학은 예나 지금이나 운영이 쉽지 않습니다. 정부 및 지자체 지원금이 있긴 하지만 턱없이 부족해 매번 기업 등에 후원을 부탁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노성야학도 최근에야 의정부시 평생학습원 지하 공간을 사용하게 됐고 그 전까진 근처 학교에서 버려지는 책걸상을 재활용해 노후 건물에서 교육을 이어왔습니다.

[김유식 / 경기도 도로안전과 주무관]
"재정적인 지원 부분은 아직도 사실 어렵습니다. 예전에는 어땠냐면 그 학교 책걸상을 교사 선생님들이 주말에 인근 학교를 쫓아다닙니다. 학교에서는 아직 쓸 수는 있는데 불용 처리되는 책걸상이 나오거든요. 불과 그게 10년 전입니다. 다 무료로 제공하려면 교재 발간이라든가 이런 게 사실 재정지원금으로는 많이 어렵거든요. 각종 후원 단체, 기부 단체를 또 접촉을 해서 운영하고 있고요."

가르치는 사람도 자원봉사에만 의존하다 보니 쉽게 찾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야학이란 시설이 생소해지고 많이 줄어든 시대에 김 씨가 바라는 건 딱 하나. 어머니처럼 배움의 아쉬움이 남아있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더 혜택을 받는 겁니다.

[김유식 / 경기도 도로안전과 주무관]
"선생님 저는 너무 몰라요, 저는 공부한 지 너무 오래 됐어요, 선생님 제가 이거 할 수 있을까요, 이게 저한테 묻는 첫마디입니다. 오셔서 주무셔도 되고 깨다가 또 재밌으면 들으셔도 되고 제일 중요한 거는 참여를 해 주세요. 포기하지 마시고."

(취재·구성: 백운 / 영상취재: 양현철 / 편집: 홍경실 / CG: 서현중 권혜민 / 기획: SBS디지털탐사제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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