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에게 사랑 받는 프라이드치킨.
그런데 최근 온라인상에 흑인이 프라이드치킨을 먹는 모습을 희화화한 영상이 자주 올라오고 있습니다. 흑인을 비하하는 댓글도 적잖이 달립니다. 그런데 프라이드치킨의 역사를 아는 분이라면 이렇게 치킨을 먹는 흑인을 비웃을 수는 없을 겁니다.
현재 먹는 프라이드치킨과 같은 형태의 음식이 처음 나타난 곳은 남북전쟁 이전 미국 남부 농장 지대였습니다. 당시 백인 농장주들이 즐겨먹던 치킨은 ‘로스트 치킨’(구운 닭 요리)이었습니다. 농장주들은 주로 살이 많은 부위만 먹고, 날개와 목 등은 버렸습니다.
버려진 부위는 흑인 노예들 차지였습니다. 노예로 부려지던 흑인들에게는 오븐도, 시간도 없었습니다. 빠르고 쉽게 요리하기 위해 주워온 닭 부위를 남는 돼지기름에 튀겼습니다. 그렇게 튀겨진 닭은 살이 적어도 먹음직스러웠고, 뼈째 바삭하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지친 몸을 채워주는 고열량 음식이기도 했습니다. 오랜 노동과 낮은 임금 속 혹사당하는 삶을 버티게 해줬던 흑인 노예들의 ‘소울 푸드’였습니다.
흑인 노예들이 즐겨먹던 튀긴 닭 요리는 농장주들에게도 전해져 살코기가 많은 부위까지 튀겨먹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지금의 프라이드치킨이 탄생한 겁니다.
한국인만 인생은 B(BIRTH:탄생)와 D(DEATH:죽음) 사이의C(CHICKEN:치킨)였던 게 아닙니다. 세계인이 즐기는 프라이드치킨은 사실 흑인 노예들의 아픈 역사에서 비롯된 슬픈 인생이 담긴 음식입니다.
(SBS 스브스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