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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달라" 주민 요구에도…불 키우는 소나무 심는 이유

<앵커>

산불이 났을 때 소나무 숲이 불을 더 키운다는 건 다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일부 산불 피해 지역에서는 여전히 소나무를 심고 있습니다. 다른 나무를 심고 싶어도 심지 못하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장세만 환경전문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작년 봄에 똑같이 산불에 휩쓸린 숲인데, 화마에 타 죽은 소나무와 달리 근처 활엽수는 푸르게 살아났습니다.

소나무는 한겨울에도 무성한 잎을 달고 있어서 산불 피해가 크지만, 나뭇잎 없이 가지만 앙상했던 활엽수는 이른 봄 산불에 오히려 피해가 적기 때문입니다.

산불 공포에 빠진 마을 주민들은 소나무 말고 유실수와 활엽수 등을 심어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동해시 만우마을 주민 : 불이 날아가다가 활엽수에 떨어지면 더 이상 날지 못하죠. (그런데) 강제로 소나무 심으라 이거야. 아무 대책 없이 이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올봄 동해시가 나무 심기를 끝낸 290ha 가운데 70% 넘는 면적에 소나무가 심어졌습니다.

동해시 설명은 "소나무 대신 참나무를 심으려 해도 묘목을 구할 수가 없었다."였습니다.

정부에서는 소나무에 치중했던 조림 정책을 다양화하고 있다지만, 일선에서는 소나무 위주의 묘목 생산이 여전하다는 겁니다.

[산림조합 관계자 : (참나무는) 돈 안 된다는 얘기죠. 산주들 입장에서는. 그러니까 돈 되는 목재를 심으려 그러는 거지. 낙엽송 소나무 이런 것들이 목재로서 찾는 거니까.]

참나무 묘목 대신 도토리를 직접 심는 방안도 추진됐지만, 이 역시 여의치 않습니다.

묘목 생산은 물론 종자 보급 역시 그동안 소나무에 편중돼 참나무 종자를 많이 확보하기 어려운 탓입니다.

우수한 씨앗을 채취하는 숲을 채종림이라고 하는데, 강원도에 지정된 소나무 채종림은 면적이 69ha인데 비해 참나무류는 4종 모두 합쳐도 1.4ha에 불과합니다.

기후위기 시대, 산불 피해를 막기 위해 다양한 나무를 심자는 정책 대안은 나왔지만, 관련 인프라와 기술은 갈 길이 먼 상황입니다.

(영상취재 : 강동철, 편집 : 박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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