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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의 횡포에 '대응'…개혁 기폭제 된 가면 뒤 집단 지성

<앵커>

종교 탄압에 반발해 국왕 암살을 모의한 영국인 '가이포크스'를 상징하는 이 가면 보신 적 있을 겁니다. 영화에 등장하면서 세계적으로 저항의 상징, 저항의 아이콘이 됐습니다. 어젯(4일)밤 서울 광화문에 모여 총수 가족 퇴진을 외친 대한항공 직원들이 바로 이 가면을 썼죠. 이런 익명의 집단 저항은 SNS와 결합하면서 사법당국의 수사를 이끌어내는 기폭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조성현 기자입니다.

<기자>

[누가 모르냐고, 사람 없는 거? 아이 X.]

물벼락 갑질의 실체가 드러난 직후, 며칠 만에 익명 SNS 채팅방이 등장했습니다.

이름은 '갑질 불법 비리 제보방'.

하나둘 모여든 직원들은 금세 이천 명까지 늘었습니다.

베일 속의 관리자는 녹취와 문서 같은 근거 있는 제보를 독려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호텔 공사현장에서 횡포를 부리는 이명희 씨의 영상과 물품 밀반입을 지시한 메일, 세관, 국토부 직원들의 좌석 청탁, 외국에서 벌어진 불법행위의 증언이 이어졌습니다.

[대한항공 현직 기장 : 여태까지 쌓여 있던 것이 폭발한 거죠. 익명 하에 한 두 명 용기를 내서 (제보를) 내주기 시작하니까 이제 한번 고쳐보자 하는 마음들이 생겨서 봇물같이 터진 것 같습니다.]

결국 경찰과 관세청은 물론 공정위, 고용부까지 움직였습니다.

SNS를 통해 치밀하게 준비된 집회까지 열렸습니다.

이런 과정은 눈앞의 갑질과 비리에도 불이익을 우려해 숨죽였던 직장인들의 새로운 대응 방식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주목됩니다.

일상화된 SNS의 장점과 익명성을 잘 활용한 결과입니다.

[구정훈/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 : 다른 기업들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고요. 기업 전반에 퍼져있는 억압적인 관행에 제동이 걸리면서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질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을의 반란'으로 표현되는 직장인들의 집단지성은 이제 견제받지 않는 재벌체제의 개혁이라는 묵직한 과제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균종, 영상편집 : 박춘배, 녹취제공 : 오마이뉴스, VJ : 한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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