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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가재난질병' 연구하랬더니…대기업 용역 실험?

'AI 연구시설'은 사실상 방치

<앵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즉 AI가 발생하면 그동안은 닭과 오리를 살처분해 왔습니다. 지금까지 모두 7천 2백만 마리가 땅에 묻혔고, 그 피해 규모가 1조 원가량이나 됩니다. 정부가 이런 정책을 바꿔서 무조건 살처분하는 게 아니라, AI가 발생하면 주변 가금류에 백신을 주사하는 정책을 쓰기로 지난 10월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이 사업이 현재 지지부진합니다. 그 이유를 한세현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전북대학교 부설 인수공통전염병 연구소입니다. 국가 재난 질병과 인수공통전염병에 대비하기 위해 정부가 4년 전 371억 원을 들여 설립했습니다.

AI나 메르스 바이러스 같은 고위험 병원체를 실험하려면 병원체가 연구시설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음압 기능을 갖춰야 하는데, 이 연구소는 이 요구를 충족하는 '생물안전 3급 시설'을 국내 최대 규모로 갖췄습니다.

생물안전 3급 실험실로 들어가 봤습니다. AI 연구 등을 위해 닭이나 오리 같은 가금류를 사육하고 실험하는 곳인데, 가금류가 한 마리도 보이지 않습니다.

대신 실험용 쥐들이 한쪽 공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조류인플루엔자 연구자 : (거기서 백신 실험)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다른 연구 때문에 못 한다고….]

다른 실험실에 가보니 '실험용 닭장'들이 텅 빈 채 한데 모여 있고, 고가의 연구 장비들은 연결조차 안 돼 있습니다.

AI 연구시설이 사실상 방치돼 있는 겁니다. 취재 결과, 가금류 사육실에 있었던 쥐는 한 대기업이 연구소에 의뢰한 실험용 쥐인 거로 확인됐습니다.

[인수공통전염병 연구소 관계자 : 그게 사실 엘지하고 우리가 하고 있어요. 엘지생명과학. 우리한테 용역 연구를 맡긴 거죠.]

연구소가 용역을 받아 하는 실험은 AI 같은 인수공통 전염병이 아니라 사람 영유아용 백신을 개발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생물안전 3급보다 낮은 수준의 실험실에서도 가능한 실험이었습니다.

문제는 대기업이 맡긴 실험이 생물안전 3급 시설을 독차지하고 있어서 AI 백신을 개발하려는 제약사들이 연구 개발에 필수적인 3급 실험실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제약사 관계자 : 없어요. (생물안전 3급 시설) 가진 제약회사 없어요. (농식품부) 검역본부는 알아봐 주겠다고만 했어요. 실험이 필요하면 실험할 곳을 당연히 제공해줘야 하는데, 쉽지 않네요.]

심지어 연구소는 대기업 실험을 맡기 위해 앞서 진행 중이던 '메르스' 연구까지 서둘러 마치게 한 걸로 확인됐습니다.

[백병걸/前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장 : 돈이 되는 일이면 뭐든지 좇아가겠다는 건데,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는 돈 벌라고 하는 게 아니에요. AI와 구제역 (연구가) 돈 때문에 하는 게 아니잖아요. 국가기관이 돈 벌어서 뭐하게요. 목적의 초점이 달라졌어요.]

연구소장은 연구소 발전을 위해 대기업의 용역을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지난 10월 이후 고병원성 AI가 4차례나 검출돼 백신 개발을 서둘러야 하는데, 소장 말대로라면 최소 내년 3월까지는 이 연구소에서 AI 백신 개발을 위한 실험실을 쓸 수 없는 상황입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 제 일, 영상편집 : 오영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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