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北 비자면제협정 전면 폐기…용의자 리정철 추방

<앵커>

말레이시아 당국이 용의자로 체포한 리정철을 북한으로 추방하기로 하고, 북한과의 비자면제협정을 전면 폐기하는 강경 조치를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여전히 모르쇠로 버티고 있습니다.

쿠알라룸푸르에서 임상범 특파원입니다.

<기자>

말레이시아가 8년간 유지해 온 북한과의 비자면제협정 파기를 선언한 건, 북한이 말레이 당국의 수사를 강도 높게 비판해 온 것에 대한 일종의 보복 조치입니다.

[아흐마드 자히드 하미디/말레이시아 부총리 : 다음 월요일부터, 말레이시아를 찾는 모든 북한인들에 대해 비자 제한 조치가 부과됩니다.]

현재 말레이시아에는 비자면제협정에 힘입어 1천여 명의 북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북한의 외화벌이에도 큰 타격이 될 걸로 보입니다.

체포된 핵심 용의자 리정철은 기소하지 않고 북한으로 추방하기로 했습니다.

리정철은 달아난 용의자들을 지원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살인에 가담한 구체적인 증거가 없어 기소를 포기했다는 게 말레이 검찰의 설명입니다.

신병이 확보됐던 유일한 북한 국적의 용의자 리정철마저 추방되고 나면 이번 사건의 배후에 북한이 있음을 입증하기는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자칫 이번 사건이 영구 미제로 남을 가능성도 커졌습니다.

북한은 말레이 당국의 조치에 강력히 반발하며, 숨진 북한 남성의 시신을 내놓으라고 요구했습니다.

[리동일/전 북한 유엔대표부 차석대사 : 북한의 주장은 간단합니다. 시신을 가능한 빨리 돌려달라는 것입니다.사인은 심장마비입니다.]

북한 측은 특히 북한이 VX라는 화학무기를 사용한 근거가 전혀 없으며 이번 사건의 배후에 한국의 정치적 음모가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했습니다.

(영상취재 : 김흥기, 영상편집 : 최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