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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맞은 부위'만 보상…생사 오간 마음의 상처는?

<앵커>

지난해 5월 서울 서초구 훈련장에서 예비군 총기 난사 사고로 3명이 숨졌습니다. 이 당시 예비군 2명은 폐와 얼굴에 총을 맞았지만, 다행히 목숨을 구했죠. 수차례 힘든 수술을 견디며 몸은 회복하고 있지만, 여전히 당시 충격에서는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이라고 불리는 이런 정신적 피해에 대해선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연속 기획, '외상, 그 후' 첫 순서, 조동찬 의학전문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황 씨는 총기를 난사한 가해자와 4칸 떨어진 곳에서 훈련 중이었습니다.

총알이 얼굴을 관통했습니다.

[황 모 씨/예비군 총기 난사 피해자 : 처음에는 전쟁이 난 줄 알았어요. 총알이 딱(날아왔어요). 저는 그냥 사격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뭐가 딱 치는 거예요, 제 머리를.]

턱뼈가 부서져 정강이뼈로 대치해야 할 만큼 부상은 심각했습니다.

지금까지 무려 9번의 수술을 받았습니다.

[이옥란/황 씨 어머니 : 피 묻은 이름표에 아들 이름이 있더라고요. 그런데 얼굴은 전혀 내 아들인 것을 알아볼 수가 없었어요. 그때 피를 막 뿜고 있었고.]

그래도 처음엔 살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황 씨 : 살아서 너무 감사하다, 산 것만으로도 감사히 생각이 들었는데….]

하지만 지금은 사는 게 더 고통스러울 때가 적지 않습니다.

[황 씨 : 항상 꿈을 꿉니다. 누가 죽는 꿈, 제가 누굴 죽이는 꿈, 우리 가족이 죽는 꿈. 너무 잔인한 꿈들을 매일 꿉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입니다.

하지만 깊숙이 패인 마음의 상처는 국가로부터 병으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보훈처는 X레이로 확인된 병만 인정했습니다.

[이옥란/황 씨 어머니 : 오른쪽 팔을 다쳤으면 (그 팔만 보상해주지) 대신 왼쪽 팔을 쓰다가 인대가 늘어났다면 왼쪽 팔까지 보상해줄 수는 없지 않느냐며, (보훈처에서) 그런 식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채정호/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안타깝게도 정신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거의 버려져 있습니다. 아무도 그것을 지원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부는 최근 불안과 우울 같은 국민 정신건강 문제를 조기에 발견 치료하겠다며 종합대책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생과 사를 오가며 겪은 정신적 충격과 상처는 눈에 보이는 외상이 아니라며 외면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현상·박대영, 영상편집 : 유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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