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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인공고 연락하니 "계좌 달라"…대포통장 사기

<앵커>

이제 수능도 끝났고 곧 방학이 시작되니까 아르바이트 자리 찾는 학생들이 많을 겁니다. 그런데 인터넷 알바 사이트 이용할 때 조심해야겠습니다. 일부 구인공고가 대포통장 만드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습니다.

김아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아르바이트 사이트에 올라온 유명 학원의 구인공고입니다.

교재 제본 업무 등을 맡으면 시급 8천500원을 준다고 돼 있습니다.

대학생 김 모 씨는 이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가, 업체로부터 황당한 제안을 받았습니다.

직원으로 등록만 하면 일하지 않고 돈을 벌 수 있다며 계좌 정보를 제공하라는 겁니다.

[김모 씨/대학생 : 탈세가 아니라 절세다 (라고 얘기했어요.) 사기 조심하라고 (아르바이트 사이트에) 뜨잖아요. 사이트 자체적으로 관리하는구나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거죠.)]

그런데 이 구인공고의 주체가 이상했습니다.

[입시학원 직원 : (게시자인) 조○○ 씨란 분은 안 계신 분이란 게 확실하고요. 이 당시에는 저희가 모집을 하지도 않을 때 였어요.]

유령업체가 학원이름을 도용해 대포통장을 만들려 했던 겁니다.

모델하우스 기획 업체도, 쇼핑몰 관리 업체도, 전자 금융 회사도, 모두 유령회사였는데, 공통점은 구인공고를 보고 연락한 이들에게 체크카드나 계좌 정보를 요구하는 거였습니다.

상당수는 보이스 피싱 조직들이 대포통장이나 대포계좌를 사용하기 위해 올린 것들로 추정됩니다.

또 다른 대학생 김 모 씨도 이런 공고에 속아 낭패를 봤습니다.

출입용 보안 카드를 만들어야 한단 말에 체크카드를 건넸는데, 보이스피싱 범죄에 사용돼 피의자 신분이 될 처지입니다.

[김모 씨/대학생 : 항상 이 사이트를 통해서 아르바이트를 구했으니까 별 의심을 못했어요. 저도 피해자인데 피의자로 비치는 게 억울하고 당황스럽고.]

문제는 사업자 등록증이나 신분 확인 없이도 돈만 내면 누구든 쉽게 구인 공고를 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아르바이트 사이트 업체 상담원 : 사업자 등록증이 나오지 않았다면, 비회원 상태에서 공고 등록 가능합니다. 노출되는 위치에 따른 가격이 안내돼 있습니다.]

검증 절차가 사실상 없는 겁니다.

[구교현/알바노조 위원장 : 필터링 기능을 약하게 놔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계속 이런 불법적인 문제들이 양산되고 있는 것이죠.] 

해당 사이트 측은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일일이 걸러내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렇지만 구인공고 게시자의 신분을 확인하는 최소한의 장치는 필요하다고 피해 학생들은 지적합니다.

(영상취재 : 김승태, 영상편집 : 박춘배, VJ : 이준영·도진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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