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우리 사회는 여전히 정신과 진료 받기를 꺼리는 분위기입니다. 그래서 정부가 진료기록을 안 남기고 정신과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는데 이게 거의 활용이 안 되고 있습니다.
하현종 기자가 이유를 짚어봤습니다.
<기자>
우리나라 자살률은 10년째 OECD 1위입니다.
자살의 가장 큰 원인이 우울증인데, 이상하게도 치료제인 항우울제 국내 소비량은 OECD 평균을 크게 밑돕니다.
그만큼 우리 국민이 우울증 치료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김모 씨/직장인 : 진료 본 이력이 남아서 나중에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을까 그런 걱정도 되고요.]
정신과 진료에 대한 편견이나 낙인을 없애기 위해 지난해 4월부터 새로운 건강보험 청구기호 Z 코드가 도입됐습니다.
기존의 F코드와 달리, Z 코드는 일반 보건상담 진료를 뜻하기 때문에 정신과 진료 기록으로 남지 않습니다.
하지만, 도입 1년 만에 이 Z 코드는 무용지물이 됐습니다.
한 종합병원 정신과의 경우 Z 코드 진단은 전체의 1.2%에 불과했습니다.
왜냐하면 Z 코드로는 상담 진료만 할 수 있을 뿐, 약물 처방이나 심리검사를 하려면 기존의 F 코드를 다시 써야 하기 때문입니다.
[남궁기/세브란스 병원 정신과 교수 : 환자가 병원에 왔을 때는 치료적 목적으로 오는 건데 뭐는 할 수 있고 뭐는 할 수 없다는 건 그 자체가 잘못됐고 모순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신과의 문턱을 낮추겠다는 도입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치료가 가능하도록 Z 코드 제도의 보완이 시급합니다.
(영상취재 : 이재영, 영상편집 : 박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