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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표준 정하는 TTA. 거대 통신사가 '쥐락펴락'

<앵커>

예전 휴대전화 충전기를 보면 이렇게 TTA 인증마크라는 게 붙어 있었죠. TTA라는 곳은 88년에 만들어진 정부 산하의 민간 단체인데, 정보통신 분야의 제품이나 서비스 기술 표준을 결정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 TTA의 총회에서 어제(2일) 지상파 방송사의 UHD 기술 표준이 부결되면서 통신사들의 방송사 발목잡기라는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그런데 좀 더 들여다보니 구조적인 문제가 심각했습니다.

유성재 기자입니다.

<기자>

TTA에서 표준안을 처리하는 총회의 투표권은 정회원으로 가입한 사업자나 단체가 내는 분담금에 따라 나눠주는데, 1표에 260만 원입니다.

회원사의 매출액이 많을수록, 즉 큰 기업일수록 표를 많이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매출액을 '정보·통신' 부문으로 한정해 놓고 있다는 겁니다.

정보통신이 본업인 거대 통신사는 전체의 3분의 1이 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원하는 만큼 표를 살 수 있지만, 정보통신 대신 콘텐츠 매출이 대부분인 방송사는 분담금을 내도 표를 살 수 없습니다.

이렇다 보니 전체 507표 가운데 지상파 방송사는 5표뿐인데 반해 KT와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통신사업자가 214표로 절반 가까이 갖고 있습니다.

3분의 2 찬성으로 의결하는 방식이라 통신사들이 다른 분야 표준이라도 자신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담합해서 반대하면 도리가 없습니다.

어제 지상파 UHD 표준도 통신사들이 전원 반대해 표결조차 없이 부결 처리됐습니다.

[민영동/한국방송협회 대외협력부장 : 쉽게 표현하면 자동차 제조 회사의 기술표준을 항공사에게 모두 일임한 것과 똑같습니다. 이런 논의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방송기술 전문가들로 별도 모임을 구성해서 재논의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사업자들의 의견을 존중한다며 방치해둔 표준 결정 체제가 소비자와 시청자 이익은 뒷전인 채 거대 통신사들이 돈으로 쥐락펴락하는 전유물로 전락했다는 지적입니다.

(영상취재 : 강동철, 영상편집 : 김종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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