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600년 된 고택에서 전통 지키기위해…고달픈 종부

<앵커>

급속한 현대화 바람 속에 많은 것들이 변했지만, 지금도 수백 년 된 종가에서 가풍을 이으며 사는 종손과 종부들이 100여 가구 정도 남아있습니다. 그런데 고택 안에서 전통을 지키며 사는 일 참 고달프다고 합니다.

권 란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어부사시사, 오우가 등 걸출한 시조를 남긴 고산 윤선도의 자손, 해남 윤 씨가 대대로 살아온 종가 녹우당입니다.

지금은 고산의 14대 종손과 종부가 1년에 30여 차례 제사를 지내며 국보, 보물급 유산을 돌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든이 된 어르신이 600년 된 고택에서 사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전기가 들어오고 아궁이를 현대식으로 바꾼 게 불과 10여 년 전입니다.

성인 무릎보다 높은 툇마루를 오르내리다 종부는 결국 3년 전 두 무릎 관절 수술을 받았습니다.

[김은수/고산 윤선도 14대 종부 : 문턱이 높기 때문에 두 번, 세 번 지나야 이 사랑방에 들어와요.]

안동 하회마을에 있는 서애 류성룡의 종가 충효당도 마찬가지입니다.

건물 자체가 보물로 지정되어 있어 내부에 수세식 화장실도 만들지 못했습니다.

화장실을 한 번 가려면 80대 어르신 걸음으로는 5분 가까이 걸어야 합니다.

지난 겨울엔 종부가 밤에 화장실을 가려다 마루에서 떨어져 뼈가 부러지기도 했습니다.

후손들이 종가에 내려오기를 꺼릴까, 종부는 걱정입니다.

[최소희/서애 류성룡 14대 종부 : 안 오려고 해요. 아파트에 있으면 매일 샤워하고 그러는데 그거를 못하지요, 춥기는 밖에 나오면 이렇게 춥지요.]

충효당이 고택 옆 빈터에 생활 편의를 위한 3칸짜리 별관의 건축 허가를 받는 데는 꼬박 4년이 걸렸습니다.

종택 대부분은 문화재여서 구조 변경 자체도 쉽지 않고 공사 비용도 많이 들어서, 대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류한욱/풍산 류 씨 종택 관리인 : 관리사를 지어줘서 관리를 하면서 종택을 관리한다든가, 일 년에 제사가 15번 정도가 있는데, 요즘 사람들이 없으니 사람들이 올 수 있는 여건들도 만들어줘야 한다던가….]

종손·종부의 생활 편의와 문화재 보호 원칙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야 종가 문화를 오래 오래 후대에 전할 수 있습니다.

(영상취재 : 공진구, 영상편집 : 최은진)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