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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들 임기말 외국 출장…보고서 보니 '황당'

<앵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의회 의원들의 임기말 해외출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외유성 출장이다 보니, 출장 보고서는 더 가관입니다. 베끼거나 대필하는 건 기본이고, 그마저도 귀찮으면 아예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았습니다.

기동취재, 김아영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은평구 의회 의원 4명은 지난 1월 4박 6일 일정으로 태국 시찰을 다녀왔습니다.

개인당 180만 원을 지원받은 시찰단은 최근 시찰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서울 은평구의원 : 저희가 써서 낸 것을 행정 직원이 종합했을 겁니다. (후기도) 막 올릴 순 없을 겁니다. 전문적인 이야기도 들어가야 되고.]

과연 그럴까.

보고서의 3분의 1 가량은 태국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을 하는데 그쳤고, 후기 부분에서는 더욱 황당한 점까지 발견됐습니다.

2013년 안동시의 태국 해외 연수 보고서와 후기 부분이 똑같은 겁니다.

일부 문구를 삭제하거나 시민을 구민으로 바꾼 것만 다른 정도입니다.

직접 작성했다는 직원 해명이 더 가관입니다.

[서울 은평구의회 공무원 : (후기 작성할 때) 이런 문구 좋네. 가서 나도 이런 걸 느꼈는데 (이렇게)하면 전체적으로 정리가 될 거 같았죠.]

대전시 의회 의원 9명이 지난 1월 3박 4일동안 하얼빈에 다녀온 뒤 제출한 보고서는 공무원이 대필했습니다.

인터넷 자료를 짜깁기한 수준이어서 논란이 되자 2주 만에 슬그머니 보고서를 바꿔치기했습니다.

[대전시 의회 공무원 : 누가 봐도 인터넷에서, 이게 직접 작성한 게 아니라는 것이 표가 너무 많이 나고 하니까 그게…직접 갔으면 (그분들이) 쓰는 게 맞죠.]

지난해 터키 연수를 비롯해 외유성 출장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서울 성북구 의회의 경우, 보고서를 아예 작성하지 않은 적도 있었습니다. 

결국, 2011년부터 최근까지 연수 비용을 부당하게 사용한 점이 인정돼 1,400만 원을 토해냈습니다.

[서울 성북구 의회 공무원 : (공무원들은) 훈계하고 주의 받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의원님들은 따로 뭐 징계 절차가 없지 않습니까.]
 
애초에 외유성 출장이다보니 부실 보고서는 당연하단 내부 고백도 나옵니다.

[○○시 의회 공무원 : 외유성 없었다고 그러면 또 그것도 거짓말이죠. 사실은. 왜 그런가 하면 거기에서 빙등제가 있기 때문에 그 시기에 갔어요.]

지난해 권익위 조사에서 지방의회의 청렴도 항목 가운데 외유성 출장 항목은 지역 주민들에게 10점 만점에 3.76점을 받는데 그쳤습니다.

[김삼수/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입법팀장 : 승인을 하고 사후 결과 보고서가 나왔을 때 이게 적절한 결과 보고서인지 심의를 할 수 있는 심사위원회를 구성하는게 가장 시급하고요.]

지방 의회라고 해외 출장 가지 말란 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누가 봐도 외유에 불과하고 검증되지 않는 현 제도는 지방의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가중시킬 뿐입니다.

(영상취재 : 이병주, 영상편집 : 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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