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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한 지난 생닭, 물로 대충 씻어다 버젓이 유통

<앵커>

날이 더워지면서 삼계탕이 잘 팔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한 도매상의 생닭 유통과정을 보니 기가 막힙니다. 유통기한이 지난 생닭을 물로 씻어서 다시 포장해 파는 현장이 포착됐습니다.

정경윤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기도 화성의 한 생닭 도매상.

지난 7일, 직원들이 포장을 뜯어 닭발을 큰 통에 쏟아 붓고 물을 채워 넣습니다.

[이리 와! 빨리 빨아!]

두어 차례 물로 헹궈내는 작업이 계속됩니다.

포장 용기에 적힌 유통기한은 5월 7일, 납품했던 마트에서 유통기한이 끝나 팔 수 없게 되자 반품한 닭입니다.

직원들은 씻어낸 닭발을 건조한 뒤 비닐에 넣고 다시 진공 포장을 합니다.

새 포장 용기에 적힌 제조일자는 5월 4일, 10일 동안 냉장 보관하면 된다는 스티커가 붙어 있습니다.

유통기한이 5월 7일에서 14일까지로 1주일 연장된 겁니다.

재포장된 생닭은 어디로 팔려나갈까? 확인 결과 화성을 비롯해 수원과 평택 등 인근 지역의 식당으로 배달됐습니다.

이렇게 배달된 생닭은 볶음용이나 탕으로 조리가 됩니다.

열을 가해서 조리하기 때문에 손님들은 유통기한이 지났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식당 주인 : 작년에 되게 심한 경우가 있었어요. 물컹하고 냄새나는 게 있어요. 막 뭐라고 그랬죠, 우리가. 그러면 자기네가 와서 바꿔다 주고….]

닭 상태를 알아 보기 위해 도매상을 직접 찾아가 재포장된 생닭을 사 봤습니다.

육안으로도 위생상태가 엉망입니다.

닭 껍질에 노란 기름기가 덮여 있고 살은 축축 쳐집니다.

[김경수/대형마트 축산실장 : 피멍 들어있고 육질이 탄력이 없고. 모공이 울퉁불퉁하지 않고 약간의 냄새도 나고 그래서 이 닭고기는 식용으로 할 수 없는 닭고기로 판단됩니다.]

오늘(9일) 도매상을 다시 찾아갔습니다.

유통기한이 9일까지인 닭 포장 용기가 내용물 없이 수북이 쌓여 있습니다.

창고 안에도 반품된 제품들이 쌓여 있습니다.

[도매상 : (여기 담겨져 있던 닭은 어디 갔어요?) 이거 지금 작업한 게 아니잖아요. 이건 이제 버리는 거죠….]

도매상은 식용으로 재판매한 사실을 숨기고 개 사료로 납품했다고 뻔한 거짓말을 늘어 놓습니다.

[도매상 : (반품된 닭을 씻는 걸 봤다는 거예요.) 아녜요, 다 폐기 처분하고요. 다 개밥 장사에게 처리해요….]

이 도매상은 몇 년 동안 이런 방식으로 매출을 올렸지만, 한 번도 적발된 적이 없습니다.

[화성시청 관계자 : 지도 단속하는 담당자가 한 명이 지정돼 있지만 그 업무만 하는 게 하는 게 아니다 보니 자주 못하게 되는 거죠. 업소에서 같이 협조 안 해주면 못하잖아요.]

초여름 날씨 속에 기한 지난 생닭의 충격적인 불법유통 현장.

영업정지 1주일이 전부입니다.



<앵커>

정경윤 기자 나와 있습니다. 이게 그 문제의 닭인가요? 

<기자>

네, 언뜻 보기엔 멀쩡해 보여도 포장용기를 뜯어내면 냄새도 나고 색깔도 노랗게 변해 있습니다.

제가 닭을 사러 도매상에 갔을 때는 닭을 씻어내는 작업이 끝난 직후였습니다.

파리나 날아다니고 악취가 나는데도 아무렇지 않은 듯 닭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앵커>

소비자들은 미리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겁니까?

<기자>

네, 식당에서는 자체 포장 용기에 담긴 생닭을 받습니다.

그렇다 보니 제조 날짜도 또 지역도 모두 가짜입니다.

이렇다 보니 볶음탕이나 삼계탕으로 조리된 요리를 먹게 되는 손님들만 아무것도 모르고 피해를 보는겁니다.

(영상취재 : 배문산 ·최준식, 편집 : 김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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