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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울리는 '항거불능'…협소한 해석 비판

<8뉴스>

<앵커>

영화 '도가니'의 파장을 보고 정부와 정치권이 지금 전해 드린 것처럼 뒤늦게 팔을 걷고 나섰지만, 고쳐야 할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도가니'의 소재가 된 광주 인화학교 사건에서 가해자 5명은 모두 일반인이 느끼기에 너무나 가벼운 처벌을 받았습니다. 1명은 아예 무죄를 선고 받고, 나중에 복직까지 됐죠.

장애로 저항이 불가능한 상태를 이용해서 성폭행하거나 성추행한 사람은 처벌한다, 이른바 이 '항거불능' 조항이 무죄 선고의 근거가 됐습니다. 법원은 미성년자인 청각장애 학생이 저항이 불가능한 상태가 아니라고 본 겁니다. 납득이 가십니까? 더군다나 이런 판결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합니다.

임찬종 기자가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기자>

영화 '도가니'에 나오는 화장실에서의 성추행 장면입니다.

[영화 싱크 : 안에 누구 있어요? 거기요?…]

이 장면의 소재가 된 지난 2004년 광주 인화학교 행정실장 김모 씨에 성추행 사건에 대해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함께 기소된 교사 전모 씨도 무죄를 선고받고 학교에 복직했습니다.

검찰은 친고죄인 청소년 보호법상 성추행 조항은 고소기간이 지나 적용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보고, 성폭력 특례법상의 항거불능 조항도 함께 적용했습니다.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성추행은 형법상 강간이나 강제추행에 해당하는 형으로 처벌한다는 조항으로 심신장애 등으로 저항이 힘든 장애인을 특별히 보호하기 위해 준비된 조항입니다.

하지만 법원은 친고죄에 해당하는 공소는 기각하고 항거불능 조항에 대해서는 피해 학생이 수화로 싫다고 하거나 몸을 비틀어 저항했다는 점을 들어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이 사태항거불능을 의사표현조차 못할 정도인 것으로 좁게 해석하면서 가해자를 풀어주는 근거가 된 셈입니다.

법조계에선 항거불능 조항에 대한 협소한 해석은 입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합니다.

일반적인 강간죄의 경우 폭행이나 협박이 있어야 하는데 비해 장애인에 대한 성폭행은 폭행이나 협박 없이도 이뤄지는 예가 많아 가해자의 처벌을 위해 항거불능 조항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염형국/변호사 : 장애인들은 폭행 협박이 없더라도 저항할 수 없는 상태에 놓여서 성폭행을 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법원에서 항거불능 상태를 좁게 해석하면서 원래 입법 취지와 상반된…]

대법원은 아예 법률을 개정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항거불능 요건을 삭제하기 위해 민주당 최영희 의원 등이 지난해 10월 제출한 성폭력법 개정안은 법사위에 상정조차 되지 않고 1년 가까이 잠들어 있습니다.

(영상취재 : 설민환, 영상편집 : 채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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