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추석 대목을 맞아 중소업체들로부터 선물세트를 대량으로 납품받은 뒤 도주해 버리는 이른바 ´납품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소식, 지난주에 보도해 드렸습니다. 그런데 경찰의 늑장수사로 피해가 더 커졌다는 의혹이 제기돼 피해자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기동취재 2000, 박병일 기자입니다.
<기자>
경기도에 있는 한 대형 창고. 피해자들과 함께 찾아 갔을 때는 납품사기 일당은 이미 도주한 뒤였습니다. 피해규모만 20개 업체에 30억원대에 달합니다.
{노정아/납품사기 피해자 : (얼마 피해보신거예요?) 다른 분들은 3억 내지 1억, 작게는 저처럼 천만원 내지 2천만원.}
그런데 피해자들은 추적 끝에 범행 업체의 한 직원을 찾아냈습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파출소 측은 2시간만에 풀어줬습니다.
{파출소 직원 : 경찰서 수사관과 연락을 취했어요. 그 수사관도 영장을 청구할 정도인지 확신이 없어서 미적미적 거리다가...}
그런데 담당 수사관의 설명은 다릅니다.
{담당 수사관 : 신고를 받았으면 당연히 신병 확보를 해야된다고 했지요. 붙잡아놔야 된다고 했죠. 풀어주면 어떻게 합니까?}
피해자들은 경찰의 무책임에 분통을 터트립니다.
{김호/납품사기 피해자 : 직접 고소를 하고 데리고 왔는데, 어떻게 그 사람 신병 인수를 확보를 안합니까. 우리가 모르겠습니까? '담당 경찰이 휴가중이니까 우리는 누가 인수 받았는지도 모르겠고 알아서 하라'고... 우리보고...}
게다가 이번 피해는 사전에 막을 수 있었습니다.
사건 발생 일주일 전인 지난 22일, 납품사기를 당했던 한 피해자가 동일범들이 다른 곳에서 또 범행중이라며 경찰에 장소까지 제보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납품사기 제보자 : 그 업체가 그 업체고 전부 한통속이니까. 오늘이라도 가서 덮치자 그랬는데 결국에는 그게 안된거죠.}
피해자가 처음 신고한 게 25일, 일당들이 또다른 납품사기를 벌인 게 26, 7일, 결국 제보에 따라 경찰이 움직이기만 했어도 30억원대의 납품사기는 막을 수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담당 수사관 : 가서 한 명 잡아가지고 이게 깨지겠느냐... 아니 그게 아니고, 여기서 전화를 했었어요. 그런데 안 받았어요.}
경찰은 이제서야 두 사건이 동일범들의 소행임을 확인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