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옥한 보이스피싱 '김미영 팀장' 잡혀도 송환 난망

필리핀 교도소에서 탈출한 '김미영 팀장'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 54살 박 모 씨를 현지 당국과 한국 정부가 추적 중인 가운데 박 씨가 잡혀도 국내 송환은 어려울 전망입니다.

탈옥 행위로 현지 법을 중대하게 위반한 만큼 현지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박 씨는 일부러 송환을 지연시키는 '꼼수'를 쓴 것으로 알려졌는데 도피사범 엄벌을 위해 형사사법공조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경찰청은 필리핀 경찰 및 법무부 이민국과 협력해 박 씨를 집중 추적 중입니다.

박 씨는 검거 이전부터 발령됐던 적색수배가 아직 유지되고 있습니다.

경찰은 박 씨의 본거지와 생활 반경을 고려할 때 아직 필리핀에 머물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지만 밀항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필리핀 나가시 카마린스 수르 교도소에 수감됐던 박 씨는 현지시각으로 이달 1일에서 2일 새벽 사이 측근인 41살 신 모 씨와 함께 탈옥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들은 불법고용과 인신매매 혐의로 기소돼 현지에서 재판받기 위해 지난해 11월 이곳으로 이감된 상태였습니다.

필리핀 교정당국은 2일 인원 점검 때에야 박 씨 일당이 사라진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필리핀 교정당국은 해당 교도소에 CCTV가 설치돼있지 않아 탈옥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 수 없으나 일부 훼손된 철조망을 찾아냈다고 한국 정부에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정부는 박 씨 일당의 움직임이 수상하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작년 12월과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교도소 측에 탈옥 가능성을 경고하며 철저한 관리·감독을 당부했으나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국내 보이스피싱 범죄의 창시자 격으로 여겨지는 박 씨는 2012년부터 김미영 팀장 명의 문자메시지를 불특정 다수에게 보낸 뒤 자동응답전화(ARS)를 통해 대출 상담을 하는 척하며 피해자 개인정보를 빼내는 방식으로 수백억 원을 빼돌렸습니다.

이들의 사기 행각에 당해 1억 원이란 큰돈을 잃은 한 여성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등 서민 피해가 막대했지만, 정작 박 씨는 여전히 법의 심판대에 오르지 않았습니다.

다른 조직원들이 2013년 대거 검거·구속된 뒤에도 박 씨는 도피 생활을 이어오다 2021년 10월 필리핀 현지에서 붙잡혔습니다.

경찰은 이후 다각도로 박 씨의 강제 송환을 추진했으나 2년 넘도록 진전이 없었는데 박 씨가 필리핀 현지에서 죄를 짓고 형을 선고받으면 국내 송환이 지연된다는 점을 노려 추가 범죄를 저지르는 꼼수를 썼기 때문입니다.

경찰은 박 씨에게 적용된 혐의 중 인신매매는 허위로 만들어낸 범죄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 국제법 전문가는 "필리핀은 국가소추 외에 사인소추가 가능해 범죄 피해자에게 가해자를 직접 기소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며 "그렇다 보니 도피사범들이 여러 건의 범죄를 허위로 지어내기 쉽고 재판까지 가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박 씨가 이번에 탈옥까지 감행하면서 국내 송환은 더 지연될 전망인데 현지 법을 중대하게 위반한 행위에 해당해 필리핀 수사당국이 한국행을 결정하지 않고 자국 법정에 세워 징역형을 선고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사진=경찰청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