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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신고리 5, 6호기는 정말 지진에서 안전할까?

국정감사를 통해 제기된 활동성 단층 문제

[취재파일] 신고리 5, 6호기는 정말 지진에서 안전할까?
신고리 5, 6호기는 울산시 울주군에 건설될 원자력 발전소입니다. 이곳은 최근 큰 지진이 일어난 경주와 지리적으로 가깝습니다. 그래서 과연 이곳에 원전을 지어도 지진으로부터 안전하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지만,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입장은 확고합니다. '설계에 고려해야 할 활동성 단층이 없기 때문에 문제가 될 리 없다'는 것입니다.

한수원이 어떤 과정을 거쳐 이런 결론을 내게 됐는지 구체적인 내용은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국회 국정감사를 계기로 한수원의 최종 보고서와 그 최종보고서의 근거가 된 자문보고서가 공개됐습니다. 한수원의 신고리 5,6호기 예비안전성분석보고서와 고려대의 기술자문 보고서가 그것입니다.한수원이 더불어민주당 김성수 의원실에 제출한 두 보고서를 받아 살펴봤습니다.
신고리 5, 6호기 부지반경 40km 이내에 분포하는 제4기 단층 조사 결과
먼저 고려대 기술자문 보고서가 검토한 신고리 5, 6호기 인근 단층 중에 3개가 특히 눈에 띄었습니다. 상천1단층(울산시 울주군), 웅상단층(경남 양산), 원원사단층(경주시)이 그것입니다.

고려대 보고서는 상천1단층과 웅상단층에 대해 <50만 년 이내에 두번의 단층활동이 있었던 것>으로 해석했습니다.그리고 원원사단층은 <50만 년 전 이후에 최소한 4회 이상 재활동했던 활성단층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기술했습니다. 그리고 상천1단층과 원원사단층의 길이에 대해선 <단층의 연장길이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기술했고 웅상단층은 <단층의 길이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법기단층의 지표노두일 가능성이 있으며 이 경우 단층의 길이는 4km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고려대 보고서
단층의 활동연대와 길이를 확인하는 게 중요한 건 원자력발전소 건설때 적용하는 기준 때문입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기술기준은 활동성단층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과거 3만 5천 년에 적어도 1회 혹은 과거 50만 년 이내에 2회 이상의 지표 및 지표 가까이에 변위가 존재하는 단층>. 즉 지금으로부터 과거 3만 5천 년 이내에 한 번 이상, 과거 50만 년 이내엔 2번 이상 움직였다면 활동성단층으로 본다는 의미입니다. 이 기준대로라면 고려대 보고서에서 언급한 상천1단층과 웅상단층, 원원사단층은 '활동성단층'에 해당할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활동성단층이라고 해서 반드시 원자력발전소 설계에 반영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단층의 길이입니다.역시 원자력안전위원회 기술기준에 따르면 1.원전 부지반경 32km이내 활동성단층은 길이 1.6km 이상일 경우 최대지진력을 평가해 설계에 고려하게 돼 있고 2.원전 부지반경 80km이내 활동성단층은 길이 8km 이상일 경우 최대지진력을 평가해 설계에 고려하게 돼 있습니다.
원자력시설 활동성단층 관련 기술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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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준이 적합한지 아닌지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일단은 원안위 기준을 그대로 적용해봤습니다. 상천1단층과 웅상단층은 부지반경 32km 이내에, 원원사단층은 부지반경 40km 이내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상천1단층과 웅상단층의 길이가 1.6km를 넘을 경우, 원원사단층은 길이가 8km를 넘을 경우 문제가 됩니다. 특히 고려대 보고서는 웅상단층에 대해 <법기단층의 지표노두일 가능성이 있으며 이 경우 단층의 길이는 4km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기술한 바 있습니다.

이런 기술에 대해 보고서 작성자인 고려대 이진한 교수는 전화통화에서 '쉽게 말해 웅상단층이 법기단층과 연결된 단층일 경우 길이가 4km를 넘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다른 두 단층의 <길이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기술에 대해서도 글자 그대로 '길이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추가 조사를 하지 않고서는 길이가 어느 정도 규모일지 추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한수원은 어떤 과정을 거쳐 '설계에 고려해야 할 활동성 단층은 없다'고 결론을 내렸을까요. 위에 언급한 단층 3곳에 대한 한수원 보고서 내용을 확인해봤습니다. 상천1단층과 웅상단층에 대해 <단층의 연장길이는 확인되지 않으나 수십미터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기술했습니다. 원원사단층에 대해선 단층길이에 대한 언급이 아예 없었습니다. 한수원 보고서에 있는 내용은 이것이 전부였습니다. 왜 길이가 확인되지 않는데 '수십 미터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이라고 했는지 아무런 설명이 없었습니다.

이에 대해 한수원에 추가 설명을 요청했습니다. 한수원은 한국전력기술의 한 담당자를 연결해줬습니다. 한국전력기술은 원자력이나 화력, 수력발전소의 설계를 주요 업무로 하는 공기업입니다. 한국전력기술측은 전화통화에서 고려대 보고서에 언급된 단층들에 대한 일종의 현장 재조사를 실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재조사 결과를 반영해 한수원 최종보고서에 '길이는 확인되지 않으나 수십 미터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는 결론이 들어갔다는 겁니다. 특히 웅상단층의 경우 고려대 보고서는 '법기단층의 지표노두일 경우 길이가 4km 이상으로 추정된다'라고 했는데 한국전력기술은 현장 재조사에서 '법기단층과 웅상단층이 연결되지 않은 것으로 결론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재조사 결과 보고서를 확인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보고서는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그렇다면 한수원 최종보고서를 쓰기 위해 재조사 결과를 정리한 문서라도 확인할 수 없겠느냐?'라는 질문에도 '그런 자료는 없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한국전력기술 측은 다만 '당시 현장조사때는 야장(필드노트)에 조사 수치를 기록했고, 야장이 어디에 있는지는 찾아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수십 미터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는 결론을 내기 전에 자문보고서를 작성한 고려대 측에 동의를 구했느냐고 물어봤지만 '동의를 구하지 않았고, 동의를 구해야 할 의무도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고려대 자문보고서는 당시 한국전력기술의 의뢰로 작성됐고, 한국전력기술에서 한수원으로, 한수원에서 다시 원자력안전기술원으로 제출된 자료입니다. 즉 '설계에 고려해야 할 활동성 단층은 없다'는 한수원 최종 결론의 근거 자료로 제출된 겁니다. 그런데 이 자문보고서에 한참을 더 나아간 결론을 내리면서도 보고서나 정리된 문서형태로 근거 자료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점은 쉽사리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일반적인 연구가 아니라 원자력발전소를 새로 짓는 부지에 대한 단층조사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다른 참고자료를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소방방재청의 의뢰를 받아 2012년 제출한 <활성단층지도> 보고서가 그것입니다. 경주와 포항, 울진, 부산 등에 걸친 양산 단층대와 울산 단층대에 있는 소단층 35개를 정밀 조사한 결과입니다. 특히 위에 언급된 단층 3개도 이 활성단층지도에 포함돼 있습니다. 상천1단층과 웅상단층은 양산단층대에 속한 소단층으로 분류돼 있고, 원원사단층은 울산단층대에 속한 소단층으로 분류돼 있습니다. 활성단층지도는 활성단층일 가능성을 높은 순으로 1, 2, 3단계로 구분했습니다. 활성단층이 거의 확실한 경우를 1로 분류한 것이죠.

활성단층 지도에서 상천1단층과 원원사단층은 1로 웅상단층은 2로 분류됐습니다. 상천1단층과 원원사단층은 활성단층일 가능성이 매우 크고, 웅상단층은 확실치 않다는 결론인 것이죠.

또 단층 길이에 대해 원원사단층과 웅상단층은 길이 표시가 없었지만 상천1단층의 경우 그 길이가 7.4km로 기술됐습니다. 이 조사가 사실이라면 적어도 상천1단층은 활동연대나 길이면에서 원전설계시에 고려가 돼야 하는 활동성단층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상천1단층정보
보수적으로 생각하더라도 신고리 5, 6호기 인근 단층의 활동성 여부와 지진발생위험성에 대해 어느 한쪽으로 결론내리기는 매우 어려워 보였습니다. 특히 단층의 연장 길이에 대해선 조사마다 결론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원자력발전소의 안전 문제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보다 정밀하고도 확실한 추가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생각입니다. 또 한수원이 정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계속 국민들을 안심시킬 수 있으려면 지금까지 제시한 근거는 매우 부족해 보입니다. 신고리 5, 6호기 부지의 지진대비 안전 문제를 제기하는 지역주민이나 시민단체의 주장을 '원자력 포퓰리즘'으로 몰아붙일 게 아니라 합리적 공개 토론의 장에 나서서 명확한 근거와 자료를 제시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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