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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젊은 사람도 픽픽 쓰러져"…더윗병 환자 '최대'

[취재파일] "젊은 사람도 픽픽 쓰러져"…더윗병 환자 '최대'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 8일 인천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 30대 남성이 의식을 잃고 119구조대에 실려 왔습니다. 이 남성은 당일 오후 3시쯤 도로 아스팔트 작업을 하던 중 쓰러졌는데 지나가던 시민이 발견해 신고했던 겁니다.

당시 상태는 매우 위중했습니다. 체온계로 체크가 안 될 정도로 온 몸이 뜨거웠고, 체온을 낮추기 위한 처치를 총동원한 끝에 측정된 온도가 무려 42도였습니다. 정상체온보다 6~7도 가량 높았던 겁니다.
작업 도중 응급실에 실려 온 30대 열사병 환자 모습
이 환자는 계속 경련을 했고, 이미 간, 콩팥 등 장기들의 손상도 심해서 의료진조차 의식회복을 장담하지 못했습니다. 의료진의 필사적인 노력 끝에 다행히 일주일 만에 의식을 회복했고 ,지금은 인공 호흡기를 떼어내는 등 상황이 호전되고 있습니다.

찜통 같은 무더위가 연일 이어지면서 온열 질환자, 일명 더윗병 환자는 급증하고 있습니다. 질병관리본부의 온열질환 감시체계 운영결과를 보면 5월 23일부터 8월 15일까지 온열질환자는 1,800명으로 감시체계를 가동하기 시작한 2011년 이래 최대치를 갈아치웠습니다.

사망자도 2012년의 15명에 육박하는 14명이나 나왔습니다. 올해 더윗병 환자 발생의 특징은 8월 둘째 주에 548명이나 발생해 최고치를 찍었다는 점입니다. 2011~2015년의 패턴은 8월 초에 환자 발생이 꼭지를 이뤘다가 점차 수그러드는 모습을 보이는데 올해는 둘째 주로 꼭지점이 한 주나 늦춰졌고, 눈여겨봐야할 것은 지금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올해 의료기관들이 신고한 더윗병 환자는 이런 추세대로라면 2천 명을 훌쩍 넘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환자 발생이 8월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도 특징입니다. 폭염이 8월에도 이어지면서 더윗병 환자가 줄지 않고 계속 발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래 표에서 보여주듯 8월 발생 환자가 전체 환자의 54%에 달해, 비율로 보면 역대 최대를 연일 경신하고 있습니다.
 
<온열질환자 발생 통계> (8.1~8.15, 질병관리본부)
2011년  120명 (27.1%)
2012년   459명 (46.6%)
2013년 577명 (48.5%)
2014년  111명  (20.0%)
2015년  494명 (46.8%)
2016년  972명 (54.0%) 
 
● 온열질환 가볍게 봤다간…열사병 치사율 27%

온열질환을 유형별로 보면 열사병과 열탈진, 열경련, 열실신, 열부종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 열탈진 환자가 가장 많고, 이어 열사병, 열경련, 열실신 등의 순입니다.

열탈진은 체온은 정상 또는 소폭 상승하지만 땀을 많이 흘리고 극심한 무력감과 피로를 호소합니다. 근육경련이 함께 일어나기도 합니다.

열사병은 체온이 40도를 훌쩍 넘고 땀이 나지 않아 건조하고 피부가 뜨근한 상태로 심한 두통과 오한, 저혈압 등을 동반해 의식장애나 혼수상태 같은 중추신경 기능장애를 일으킵니다. 앞서 예를 든 30대 남성도 도로포장일을 하다 전형적인 일사병 증세로 의식을 잃은 겁니다.
열사병은 치사율이 27%나 될 정도로 치명적이기 때문에 제때 처치를 하지 않으면 생명을 잃거나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습니다. 가천대 길병원 우재혁 응급의학과 교수는 “우리 몸이 단백질로 이뤄져있기 때문에 고열에 노출되면 단백질이 익을 수 있고 이로 인해 뇌와 온몸 장기들이 다 손상을 입을 수 있어 위험하다.”고 경고했습니다.

이어 “우리 몸은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체온을 일정한 온도로 유지할 수 있게 뇌에서 조절을 하는데, 너무 과한 열이 가해질 경우에는 뇌도 조절능력을 잃게 되고 그렇게 되면 체온이 점점 더 급격히 상승하게 된다.”고 진단했습니다.  따라서 고온다습한 상황에서 격렬한 일을 하는 경우 30분~1시간 정도라 하더라도 갑자기 손상을 입을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결국 20~30대 젊은층도 폭염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심각한 생명의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실제 올해 더윗병 환자의 연령별 현황을 보면 한창 일을 하는 50세~59세가 23%로 가장 많지만 20세~39세까지 연령대도 20%를 차지합니다.

따라서 젊다고 폭염을 얕봤다가는 큰 코 다칠 수 있습니다. 때문에 뜨겁고 습한 환경에서 일을 하거나 야외활동을 할 때는 가급적 30분~1시간마다 반드시 시원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얼음팩 등으로 몸의 열을 식히는 게 좋습니다. 탈수가 되지 않도록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야 체온조절에 도움을 주고 탈수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탈수가 진행되면 열사병이 급격하게 진행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또 밀폐된 공간 등 환기가 안 되는 환경에서 일을 하는 경우 가급적 창문을 모두 열고 선풍기를 켜두거나 가능하면 에어컨을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뜨거운 곳에서 일을 하면 근로자 본인이 이상 징후를 먼저 느낄 수 있습니다. 근육에 경련이 일고 어지럽고 두통 증상이 있으면 가급적 빨리 시원한 곳으로 가서 몸을 식혀야 합니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땀이 나지 않아 체온이 급격히 상승하게 됩니다.
질병관리본부는 올해 폭염이 생각보다 길어져 온열 질환자가 계속 발생할 수 있다면서 9월 초까지 집계하던 온열질환자 발생 통계를 추석때까지인 9월 중순으로 연장하기로 했습니다. 온열질환자는 누차 강조하지만 경제적 여건이 취약한 에너지 빈곤층과 야외 작업 근로자, 밀폐된 공간에서 일하는 근로자, 논밭에서 일하는 농부들에게서 많이 발생합니다.

기후변화로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에도 폭염이 계속될 수 있는 만큼 온열질환자 발생의 감시뿐만 아니라 종합적인 분석이 뛰따라야 합니다.  특히 올여름 취약계층에게 더욱 잔인한 폭염 대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의료자문: 우재혁 가천대 길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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