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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과장되는 KN-08 위협…부추기는 남북 대결

[취재파일] 과장되는 KN-08 위협…부추기는 남북 대결
지난 주말 국내 중앙 언론 대부분이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KN-08 여단을 창설했다”는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인 KN-08을 전략 로켓군의 정식 여단으로 편성해 미국을 조준하고 있다는 것이 기사의 요지입니다. 그러면서 군 관계자를 인용해 “실전 배치는 되지 않은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KN-08이 실전 배치도 안됐는데 KN-08의 부대를 창설했다? 모순(矛盾)도 이런 모순이 없습니다. KN-08이 무기로서 제 기능을 못하는데 부대를 창설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군 핵심 관계자도 “북한이 KN-08 부대를 창설했는지 확인 안 된다”며, “KN-08을 만지고 있는 조직도 군인들로 구성됐겠지만 부대로서의 의미는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실전 배치 준비를 위한 부대를 창설할 수는 있겠지만, 방점은 실전 배치 여부에 찍혀야 합니다. 한미 군 당국이 눈여겨보는 지점도 KN-08의 실전 배치이지 부대 창설 여부가 아닙니다. 그런데 신문방송들은 한 유력 매체가 ‘부대 창설’ 기사를 쓰니 확인도 안하고 베껴 쓰기에 바빴습니다.

심지어 대륙간탄도미사일인 KN-08이 마치 남한을 공격할듯한 분위기도 조성했습니다. 남북 강대강 대결 국면에 북한의 위협을 부풀리면 ‘장사’가 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 美 “KN-08, 무기로서 신뢰성 없다”

미국 국방부는 현지 시간 12일 미 의회에 ‘Military and Security Developments Involving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북한의 군사안보 동향')라는 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 북한의 군사력을 분석하는 보고서입니다. 보고서는 북한의 KN-08에 대해 “Without flight tests, the KN08’s current reliability as a weapon system would be low”라고 평가했습니다. "시험 발사를 하지 않았으니 KN-08의 무기로서 신뢰성은 낮다"는 것입니다.

보고서의 해당 부분을 좀 더 상세히 소개하면 “KN-08이 실전 배치되면 미국을 위협할 수는 있지만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워낙 복잡한 무기체계여서 반드시 수차례의 시험 발사를 거쳐야 한다”입니다. 보고서는 이어 “시험 발사 한 번 못한 KN-08은 무기로서 신뢰성이 낮다”라고 결론 내린 것입니다.

북한이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도 확보하지 못했고, 그래서 시험 발사는 여러 차례는커녕 한 차례도 엄두도 못 내는 상황이니 예의주시는 하되 아직은 겁먹을 필요 없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한국의 신문방송들은 이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하나같이 “KN-08 개발 땐, 美 본토 위협”이라고 제목을 뽑았습니다. 역시 북한의 위협을 부풀려 남북 대결 국면을 확산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습니다.
과장되는 KN-08 위협
● KN-08의 실체

KN-08은 남한을 공격할 무기가 아닙니다. 미국을 공격하기 위한 무기입니다. 남한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과는 하등 상관이 없습니다. 지난 7일 북한이 발사한 장거리 로켓 광명성도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의 장거리 발사체 기술이 발전하고, KN-08 부대가 창설됐다면 남한이 아니라 미국이 고고도 요격 시스템 사드(THAAD)를 추가 배치해야 합니다.

KN-08의 사거리는 5,000km에서 10,000km 이상으로까지 추정됩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완성까지는 갈 길이 멉니다. “까짓것 시험 발사 몇 번 하면 되지”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쉽지 않습니다.

1차적으로는 재진입 기술을 확보해야 합니다. 재진입체 외부를 코팅해야 하는 탄소 화합물은 절대 금수 물질이어서 확보 자체가 어렵습니다. 재진입 기술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시험 발사가 난제(難題)입니다.

위성을 탑재한 장거리 로켓이야 ‘평화적 목적’을 강조하면서 유엔 제재를 감수하고라도 발사할 수 있지만, 탄도 미사일을 자국 영토와 영해 넘어 시험 발사했다가는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제재가 뒤따릅니다. 또 재진입 기술을 완성시키려면 시험 발사는 수차례 해야 합니다.

KN-08은 위험할 수 있는 무기이지 위험한 무기가 아닙니다. 한미 군 당국은 미래의 KN-08을 대비하고 있습니다. KN-08을 묘한 의도를 가지고 싸움을 키울 수단으로 삼아서는 곤란합니다. 요즘은 어째 북쪽이 아니라 남쪽에서 전쟁을 부추기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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