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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시간이나 탈옥 '깜깜이'…미국 교도소 허점투성이

17시간이나 탈옥 '깜깜이'…미국 교도소 허점투성이
영화 '쇼생크 탈출'을 떠올리게 하는 죄수 탈옥 사건의 현장인 미국 교도소가 허술한 재소자 관리로 눈총을 받고 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에서 남동쪽으로 약 48㎞ 떨어진 오렌지카운티 산타 아나의 남성중앙교도소를 현지시간으로 22일 탈옥한 죄수 3명의 행방은 사건 발생 닷새 후인 27일 현재까지도 오리무중입니다.

오렌지카운티 경찰국 소속 수사관 250명이 탈옥수를 쫓고 있으나 뚜렷한 행적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당국은 최대 20만 달러(약 2억4천만 원)의 상금을 내걸고 주민의 협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베트남 출신 조너선 띠에우(20)와 박 즈엉(43), 이란 출신 호세인 나예리(37)는 지난 22일 오전 5시 직후 함께 기거하던 다인실의 두께 약 1.27㎝짜리 철제 환풍구 덮개를 절단하고 환풍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이들은 배관을 타고 교도소 건물 옥상으로 이동한 다음 철조망을 걷어내고 침구 등으로 급조한 줄을 이용해 4층 높이를 내려가 탈출했습니다.

CNN 방송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 따르면, 의문투성이인 사건의 진상 역시 온전히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간수들이 죄수의 탈옥 사실을 저녁 8시 점호 때에야 알았다는 게 첫 번째 의문점입니다.

이 교도소에선 오전 5시, 오후 8시 하루 두 차례 간수들이 돌아다니며 사진과 죄수를 대조하는 점호를 합니다.

또 오전 11시, 오후 4시, 자정 등 세 차례나 죄수 수를 점검하지만 세 명의 탈옥 사실을 까맣게 몰랐습니다.

탈옥수들은 오전 점호가 끝나자마자 탈출을 감행했습니다.

동료 죄수들은 오전 점호 이후 이들을 온종일 보지 못했다고 간수들에게 나중에서야 보고했습니다.

재소자들이 탈옥에 사용할 흉기 등을 소지했는지에 대한 조사는 간헐적으로 이뤄졌다고 CNN 방송은 덧붙였습니다.

흉악범을 한 곳에 몰아넣은 교도소의 정책도 비합리적이라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이 교도소는 미결수를 포함해 1천 명 가까운 죄수를 수용하고 있습니다.

탈옥수들은 폭력죄로 유죄 평결을 받은 68명과 함께 한 건물에서 생활했습니다.

살인 및 살인 미수 혐의로 수감된 두 명의 베트남 탈옥수는 베트남 조직폭력단과 관련 있습니다.

나예리 역시 절도·납치·신체 상해 등의 중죄로 기소됐습니다.

오렌지카운티 검찰의 헤서 브라운 검사는 "탈옥을 함께 기획하고 협력할 수 있는 흉악범 재소자들을 한 곳에 가둬둔 것이 불안하다"며 교도소의 수감 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했습니다.

이 우려처럼 실제 큰 인연도 없는 탈옥수 세 명은 협심해 교도소 담을 훌쩍 넘었습니다.

탈옥을 도운 내부 또는 외부 조력자의 존재 역시 미스터리입니다.

절단 도구가 어떻게 교도소로 반입됐는지를 알려줄 결정적인 실마리이지만, 탈옥 사건으로 아직 징계를 받은 간수나 교도소 다른 재소자는 없습니다.

탈옥 6개월 만인 이달 8일 붙잡힌 멕시코의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은 지난해 7월 탈옥 조력자를 찾고자 관리 30명을 매수했습니다.

지난해 6월 미국 뉴욕 주 교도소를 탈출한 살인범 2명 중 하나로 경찰에 사살된 리처드 맷은 교도소 여직원 조이스 미첼과 성관계로 친분을 쌓은 뒤 탈옥에 필요한 결정적인 물품을 손에 넣었습니다.

이처럼 아무리 허술한 교도소더라도 내부자의 도움 없이 탈옥하긴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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