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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단독] 김연아 옷 디자이너 평창올림픽 연출

[취재파일][단독] 김연아 옷 디자이너 평창올림픽 연출
패션 디자이너 출신의 정구호 씨(54세)가 역사적인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과 폐회식 연출가로 내정됐습니다. 평창 조직위원회의 고위 관계자는 “의상 디자이너로서 탁월한 색채 감각, 디자인 실력은 물론 여러 차례 공연에서 보여준 참신하고 독창적인 연출 능력을 모두 고려해 적임자로 판단했다. 조만간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정구호 씨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 뉴욕 파슨즈 디자인학교를 졸업한 뒤 자신의 이름을 딴 ‘구호’(KUHO)라는 브랜드를 개발했고 이후 <제일모직> 전무로 일하기도 했습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녀인 이서현 씨와는 파슨즈 디자인학교 동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년 전에는 <휠라코리아>로 자리를 옮겨 현재 부사장으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정구호 씨는 지난 2011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당시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의 특별 의상을 만들며 평창 올림픽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2011년 7월 남아프리카 공화국 더반에서는 2018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을 위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 프레젠테이션이 있었는데 이때 김연아가 입었던 옷을 제작한 사람이 바로 정구호 씨입니다. 검정 원피스와 짧은 망토 형식의 케이프 재킷이 김연아와 썩 잘 어울린다는 평가 속에 네티즌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이른바 ‘더반 패션’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정구호 씨가 지구촌 축제인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연출을 맡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지난 달 공전의 히트를 친 한국 전통 무용 작품인 ‘향연’이라는 공연이었습니다. ‘한국 무용 의 종합선물세트’라고 불린 ‘향연’은 국립무용단이 국빈방문 등 국가 주요 행사에서 선보이는 대표 레퍼토리 ‘코리아 판타지’를 재구성한 작품으로 56명의 무용수가 출연하는 대형 프로젝트였습니다. 봄·여름·가을·겨울을 테마로 한국을 대표하는 춤 12종을 엮어 4막12장으로 구성했는데, 단 이틀간 펼친 공연은 전석 매진을 넘어 객석점유율 120%를 기록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 공연에서 정구호 씨는 궁중무용·종교무용·민속무용을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했습니다. 오방색을 해체해 각 장마다 단색으로 했고, 악기 편성을 줄여 전체적으로 음악을 단순화했습니다. 쉽게 말해 한국 무용의 전통성은 유지하면서도 현대인이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전체 공연 내용을 아주 새롭고 또 세련되게 구성했습니다. 정 씨의 작품을 실제로 감상하면 우리 전통을 잘 모르는 서구인들도 감탄을 금치 못한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정구호 씨는 2013년에 국립무용단의 ‘단’ 작업을 함께하면서 한국 무용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같은 해 윤성주 전 국립무용단 예술 감독이 안무한 ‘묵향’을 통해 무용 연출가로도 활동했습니다. 5초 안에 비주얼이 생각나지 않으면 일을 시작하지 않을 만큼 ‘감각’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연출가로 정평이 높습니다.

정구호 씨는 현재 몸이 10개라도 부족할 만큼 바쁜 인물로 꼽히고 있습니다. <휠라코리아> 업무는 물론 오는 3월 <서울패션위크> 행사에서 총감독으로 진두지휘해야 합니다. 이밖에 이미 예정된 한국 전통 무용 공연도 연출해야 합니다.

이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의 한 관계자는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과 폐회식을 구상하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한데 정구호 씨가 연출하기로 확정된 공연이 4차례나 더 있다. 하지만 본인이 이미 약속된 공연만 끝나면 평창 개-폐회식에 전념하기로 결정했다. 올림픽 행사를 연출하겠다는 의지가 워낙 대단해 그의 선임을 승인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미 발표된 것처럼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총감독은 ‘난타’와 TV 탤런트로 일반인에게 잘 알려진 송승환 씨입니다. 하지만 송승환 씨는 큰 무대를 연출한 경험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평창 조직위가 정구호 씨에게 연출을 맡기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평창 조직위의 한 관계자는 “인맥이 풍부한 송승환 총감독이 음악, 미술, 안무, 영상, 컴퓨터그래픽 등 각 분야를 아우르고 조정하는 코디네이터 역할을 할 것이다. 그리고 실제 개회식과 폐회식 연출은 정구호 씨가 할 것이다”고 설명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송승환 총감독은 프로야구팀의 단장 역할을, 정구호 씨는 감독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아무쪼록 송승환 총감독과 정구호 연출가가 환상의 호흡으로 올림픽 역사에 길이 남을 개-폐회식을 선사해 주기를 기대해봅니다.  

(사진=게티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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