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화 결정은 교육부가 총대를 멨지만, 실은 청와대와 새누리당 등 여권 전반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다. 공천 룰 갖고 잡아먹을 듯 갈라져 싸우던 새누리당이었지만 교과서 문제 앞에선 똘똘 뭉쳐 하나가 됐다. 특정 현안에 대해 당 전체가 이 정도로 하나가 됐던 사례는 근래들어 찾기 어렵다.
국정화 결정을 앞두고 새누리당 내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분출했던 게 사실이다. 친박계 핵심 의원은 사석에서 "원래는 교과서를 국정화하자는 게 아니었다. 검정제를 강화하는 게 목적이었다."고 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국정화가 진행되는 데 대해 다소 당황스럽다는 뉘앙스였다.
원내부대표단의 한 초선 의원도 "국정화는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라면서도 "국회 차원에서 방향을 틀기는 어려운 만큼 언론이 나서서 목소리를 강하게 내달라"고 했다. 정두언 의원의 경우 SBS와 통화에서 "개인적으로 국정화는 맞지 않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편향된 교과서를 손 볼 필요성은 있고, 정부 입장에선 국정화 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정화 문제가 이렇게 처리되는 사이, 국회 정론관과 의원회관 회의실에선 12일 각 지역 의원들의 기자회견과 토론이 잇따라 열렸다. 선거구 획정을 앞두고 자기 지역구가 줄어들 수 있다는 데 우려하는 의원들과 정치인들의 구호가 난무했다.
교과서 국정화라는 주제를 두고 토론다운 토론 한 번 하지 않고(당 특위나 상임위 차원의 토론이 아닌 의원 전체의 토론) 159명 전원이 침묵하는 정당도 건강한 정당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더욱이 당내 계파 갈등으로 여기저기서 다른 목소리가 나올 때마다 "민주 정당은 원래 이런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던 김무성 대표 아니었던가. 자신들의 밥그릇이 걸린 선거구 획정 문제에 쏟는 관심의 반의 반이라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토론하는 것이 헌법기관으로서의 책무를 다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