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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9월…지중해, 또다시 '죽음의 바다'가 되나?

[칼럼] 9월…지중해, 또다시 '죽음의 바다'가 되나?
9월이 다가 옵니다. 9월로 시작되는 가을은 지중해에서는 비극의 계절입니다. 파도가 잔잔해지는 가을이면 아프리카 해안을 떠나 유럽으로 밀입국하려는 난민들의 행렬이 줄을 잇습니다. 더구나 올해는 시리아 사태가 계속되면서 어느 해 보다도 난민의 발생이 많은 해입니다.

 2000년 이후 난민선이 주로 가을에 나타났는데 올해는 봄부터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8월 5일에도 리비아 부근 지중해 해상에서 난민선이 전복돼 최대 2백 명이 숨졌습니다. 이 배에는 6백여 명 또는 7백여 명의 난민이 타고 있었다는 추정이 나왔습니다.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5일 사고를 제외하고라도 올 들어 지중해를 건너다 숨진 난민 수가 2천 명을 넘었습니다. 지난 해 같은 기간에는 1천607명이 사망했습니다. IOM의 추계에 따르면 지난 해 전체 지중해 난민 사망자는 3천279명이었습니다. 지난 해 난민 사망자의 51%가 가을에 발생했다는 얘기입니다. 그만큼 가을에 난민 발생이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EU의 조사통계기관인 유로바로미터에 따르면 2015년 봄 현재 유럽인들이 가장 중요한 이슈로 생각하는 것이 바로 이민 문제입니다. 38%의 유럽인들이 EU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로 이민 문제를 꼽았고, 경제적 상황은 그 전해 1위에서 27%로 2위로 내려앉았습니다.

2014년 조사에서 이민 문제는 24%로 4위를 차지했었는데, 1년 만에 14% 포인트를 더 얻어 EU의 가장 중요한 이슈로 꼽혔습니다. 아마도 지난 해 가을 지중해의 난민 사태가 유럽인들에게 각인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몰타와 독일, 에스토니아, 덴마크 국민들은 절반 이상이 이민 문제를 최대의 이슈로 선택했습니다. 반면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는 포르투갈 국민의 16%, 그리스 국민은 27%가 주요 이슈라고 답했습니다. 특히 그리스 경우는 이탈리아와 함께 난민 문제를 최일선에서 직면하고 있는 나라인데도 워낙 경제 사정이 어렵다보니 경제적 상황을 1위로 꼽은 사람이 40%에 달했습니다.

EU 밖의 나라에서 들어오는 이민에 대한 생각도 조금씩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유럽인들은 EU 외부에서 들어오는 이민에 대해 34%가 긍정적이라 답했고, 56%는 부정적이라고 답했습니다. 긍정, 부정 모두 1% 포인트씩 줄었습니다. 그런데 체코나 라트비아, 그리스, 슬로바키아에서는 80% 가까운 사람들이 ‘부정적’을 택했습니다. 유로바로미터는 또 리투아니아와 폴란드에서는 이전 조사 보다 무려 9% 포인트 넘는 부정 여론이 나왔다고 지적했습니다.

유럽에서는 독일이 아직은 난민들에게 개방적입니다. 올 한해 40만 명의 난민이 독일로 유입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독일은 지난 2013년 10만여 명, 2014년에도 17만여 명의 난민을 수용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난민에 개방적인 나라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독일 내에서도 의문을 품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독일이 얼마나 많은 난민을 받을 수 있을까?’라는 기사에서 아직까지는 독일인들이 난민들에 대해 열려 있지만 과연 이런 식으로 난민들이 급증하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이미 다른 나라들은 난민들을 제한하는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난민들의 수는 날이 갈수록 줄기는커녕 큰 폭으로 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의 국경관리기관인 FRONTEX에 따르면 지난 7월 한 달 간 유럽에 불법으로 들어온 난민 수가 10만 7천여 명에 달해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올해 들어 7월까지 들어온 난민이 34만 명, 지난 해 유입된 난민 28만 명을 훌쩍 넘어섰습니다.

그런데 매년 가을이면 난민수가 급증합니다. FRONTEX의 자료를 보겠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지중해를 통한 난민들의 유입 현황을 월별로 본 것입니다. 어느 해나 9월과 10월에 난민이 증가하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이런 경향은 올 가을에도 예외가 아닐 것으로 예상됩니다. 더구나 올해는 다른 어느 해보다도 난민 발생이 많은 만큼 올 가을 지중해에서는 난민의 행렬이 폭주할 것으로 우려됩니다. 지난 해 가을 세계에 충격을 주었던 지중해의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입니다.

다시 표를 보실까요?
Journalism++라는 언론 기관이 작성한 표입니다. 2000년 이후 유럽으로 들어오려던 난민들이 숨진 규모와 장소를 표로 만든 것입니다. 숨진 난민은 2만 9천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역시 아프리카 해안에서 희생된 난민들이 가장 많습니다.

과거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 스페인으로 가려던 난민들이 주로 변을 당했다면 최근에는 리비아 해안에서 이탈리아로 가려는 난민들이 많이 희생되고 있습니다.

이런 비극의 이면에는 범죄 조직이 개입돼 있습니다. FRONTEX 보고서는 난민들의 불법 이민 과정에 조직범죄집단(Organized Crime Group)이 개입하고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난민 불법 수송이 수백만 유로 규모의 사업이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리비아 출신 일부 난민들은 1인당 2천 달러에서 4천 달러를 지불하고 밀항선에 탔다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최근 프랑스의 칼레 난민촌의 상황이 재조명되면서 세계가 난민 문제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어느 누구도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선진국에서는 반이민 정서가 커지고 있습니다. 해당국들의 국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난민 문제는 계속될 것입니다.

이번 가을 인류는 또다시 지중해에서 대재앙을 목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니 지중해 역사상 최대의 비극이 기록될 수도 있습니다. 지중해가 또다시 ‘죽음의 바다’가 되는 것은 아닌지 벌써부터 걱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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