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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받는 소아 환자들…중환자실 없어 '발 동동'

<앵커>

어린이는 혈관이나 장기가 약하기 때문에 어른과 똑같이 치료하면 몸을 더 상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린이 전용 치료시설과 의료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국내 대학병원 가운데 어린이 병원이 있는 곳은 7곳, 전용 중환자실을 갖춘 곳은 5곳에 불과합니다.

연속기획 '외면받는 어린이 의료', 그 첫 순서로 어린이 중환자실 문제를 짚어봅니다.

남주현 기자입니다.

<기자>

닷새 전, 태어난 지 열흘 된 아이가 심하게 울자 엄마는 지방의 한 대학병원으로 급히 달려갔습니다.

진단결과 선천성 심장병, 빠른 수술이 필요했지만 지방에서는 불가능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김수정/심장병 아기 어머니 : 말도 못하겠더라고요. 당황스럽고 속상하고. 병원을 제때 잡지 못할까 봐 굉장히 걱정했습니다.]  

서울대 어린이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인데 운이 좋은 경우입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서울대 어린이 병원도 중환자실은 고작 병상 20개뿐이라 발길을 돌려야 하는 어린이 환자가 많습니다.

[박준동/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집중적으로 치료를 하면 장애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아이들을 충분한 시설과 인력이 없어서 치료하지 못할 때가 제일 큰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지방 사정은 더 심각합니다.

지난달 제주도에서 태어난 지 한 달 된 신생아가 고열로 대형병원을 찾았지만 소아 중환자실이 없다는 말을 듣고 부모는 발만 동동 굴러야 했습니다.

[아기 보호자 : 진료하는 게 의미가 없다고 다른 병원에 가라고…. 다른 병원에 신생아 중환자실 자리가 있는지 물어봤더니 그건 본인이 알아서 확인해야 한다고….]  

어린이는 주사를 맞을 때도 정확한 용량을 조금씩 맞아야 하는 만큼, 어린이에게 특화된 각종 고가의 장비가 필요합니다.

또 숙련된 의료진 여럿이 아이를 잡고, 오랜 시간에 걸쳐 더 섬세하게 다뤄야만 합니다.

그렇다 보니 소아 중환자실 운영 비용은 성인 중환자실의 5.7배나 됩니다.

하지만, 비용을 보호자에게 고스란히 부담시킬 수 없어서 수가는 성인과 같습니다.

서울대 어린이병원 중환자실은 병상 하나마다 매년 1억5천만 원씩, 20개 병상에서 30억 원 적자가 납니다.

이 때문에 국내 대학병원 가운데 어린이 전용 중환자실을 갖춘 곳은 5곳뿐이고 규모도 그저 유지만 하는 수준입니다.

(영상취재 : 박영일·김학모·배문산, 영상편집 : 박춘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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