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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성의 '대기업식 문화' 대학가 이식 결국 실패하나

박용성의 '대기업식 문화' 대학가 이식 결국 실패하나
'막말 파문' 등으로 오늘(21일)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기로 한 박용성 중앙대 재단 이사장의 임기 8년은 '대기업식 문화'를 대학가에 접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반발로 얼룩졌습니다.

두산그룹이 중앙대를 인수하기로 발표하고서 한 달 만인 2008년 6월10일 박 이사장은 중앙대 제9대 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했습니다.

박 이사장은 취임 직후 중앙대 관련 현안을 직접 챙기며 학교 발전 방향과 경쟁력 육성 방안 구상에 '올인' 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박 이사장의 첫 행보는 '총장 직선제 폐지'와 '교수 성과급 연봉제'였습니다.

박 이사장은 또 "학문 단위의 다양성은 인정하지만 현재와 같은 백화점식 학문 단위는 구조 조정이 불가피하다"며 "외부 컨설팅을 통해 합리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학문단위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박 이사장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습니다.

취임 4개월 기자간담회에서는 대학입시에서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본고사 등 이른바 '3불 정책'에 대해 "없어져야 할 제도"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습니다.

"기업들은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좋은 원료를 많이 사지만 대학은 좋은 입학생을 마음대로 뽑지 못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이즈음부터 박 이사장의 대기업식 행보에 대해 하나 둘 반발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습니다.

2008년 11월 문과대 교수들은 교수 성과급 연봉제에 대해 "대학과 교수의 특성을 무시하고 일반 기업처럼 인사관리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비난성명을 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박 이사장은 불도저처럼 중앙대에 대기업식 문화를 이식했습니다.

그는 2008년 12월 중앙대 재학생에게 "소꼬리보다는 닭 머리가 돼라"는 이른바 '닭머리론'이 담긴 이메일을 보내 중소기업으로의 취업을 독려하기도 했습니다.

중앙대의 내부 진통은 계속됐습니다.

학내 의견수렴은 소홀히 한 채 구조조정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반발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2010년에는 단과대 교수들과 대학본부가 각각 마련하기로 한 구조조정안을 동시에 발표하기로 했지만 대학본부가 일방적으로 본부안만 발표해 파행을 빚었습니다.

학문단위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교내 신축공사 현장 타워크레인에서 시위를 벌인 학생 등이 퇴학당하기도 하는 등 학생들에 대한 중징계도 이어졌습니다.

박 이사장이 회장으로 재직하고 있던 두산중공업의 중앙대 학생 사찰 의혹도 터져 나왔습니다.

중앙대 총학생회는 집회에 참가한 학생의 동선과 활동내용을 상세히 기록한 문건을 공개하며 "두산중공업이 학생을 사찰했다"고 주장하며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대기업식 구조조정은 학생들과 교수들의 거센 반발에도 차곡차곡 진행됐습니다.

2013년에는 비교민속학과, 아동복지학과, 가족복지학과, 청소년학과 등 4개 학과를 폐지했습니다.

급기야 지난 2월에는 '학과구조 선진화 계획'을 발표해 2016학년도부터 학과제를 전면 폐지하고 단과대학별로 신입생을 모집하기로 하면서 갈등은 극에 달했습니다.

이 개편안은 중앙대 학내뿐 아니라 국내 대학가 전반에 반발을 불러일으키며 반대 성명이 잇따라 발표됐고, 박 이사장은 점차 궁지에 몰렸습니다.

박 이사장은 이러한 반대에 격분해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중앙대 비상대책위원회 교수들의 '목을 쳐주겠다'는 막말이 담긴 메일을 보직교수들에게 보냈고, 이런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일면서 결국 전격 사퇴를 결정했습니다.

학내 갈등으로 인한 이메일 파문은 박 이사장의 사퇴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사퇴를 결심한 배경에는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산적해 있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박 이사장은 입장발표문에서 "최근 학교 구성원간 대화를 통해 학사구조 개선안에 대타협을 이뤄냈다"며 "사임을 결정한 데는 이런 학내 분위기를 해치지 않기 위함의 뜻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중앙대 총장으로 재직했던 박범훈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인데다 박 이사장의 관련성이 하나 둘 불거지고 있다는 점도 이사장직을 유지하기 어려운 요소였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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